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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와 개신교 과세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진다.” 헌법 제38조 내용이다. 헌법에서 밝힌 대로 납세는 국민의 의무이며 권리다. 헌법 11조에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않으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헌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한 계급이 존재한다. 바로 종교인이다.

정부, 과세 시행 넉 달 앞두고
법률 명시 이유로 국회에 전가

불교·가톨릭은 과세 반대 안해
개신교인 과세로 명칭 바꿔야

최근 종교인 과세가 국민적인 화두로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8월6일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느닷없이 종교소득에 대한 과세를 법률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얼핏 보면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다르다. 치졸한 꼼수가 숨어있다. 정부는 2013년에도 종교인 과세 입법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개신교 단체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자 정부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정부 시행령을 개정해 종교인 과세를 국회 차원의 법률제정 없이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계획대로라면 2015년 1월 첫 시행이 됐겠지만 1년 유예를 둔 끝에 2016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가 가능하게 됐다. 그런데 정부가 종교인 과세 시행 넉 달을 앞두고 느닷없이 국회에 입법을 요구했다. 사실상 종교인 과세의 책임을 국회로 떠넘긴 것이다. 지금의 국회는 2013년 종교인 과세 입법이 무산됐을 때보다 더욱 취약하다. 당장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종교계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 언론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여야의원 9명 중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 국회의원은 단 2명뿐이었다. 7명은 종교계의 공감대 형성, 또는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대의 뜻을 밝혔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는 묻지도 않고 세금을 걷어가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종교계와 논의를 해야 한다는 말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교인 과세는 사실상 개신교 과세다. 가톨릭은 1994년 3월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소득세를 자진 납세하고 있다. 불교 또한 조계종 총무원 소임자 스님들이 세금을 내고 있으며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공사석에서 불교계는 세금 납부에 대해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신교는 정부의 발표가 나기 무섭게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종교 활동은 봉사와 희생이며 근로 행위와 동일시하는 것은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총리가 변호사 시절 제시한 ‘신자들이 세금을 내고 받은 돈으로 헌금한 것에 과세를 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논리도 등장한다. 그런 논리라면 회사가 세금을 냈으니 직원들 월급에 과세하는 것 또한 이중과세다. 한국교회 성직자의 80%가 기초생활 수급자에 해당할 정도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 수립이 먼저라는 어깃장도 놓는다. 선거 때 표로 심판하겠다는 으름장 또한 잊지 않았다.

2014년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5%가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성했다. 반대는 13.5%에 불과했다.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교를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도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셈이다. 도시를 둘러보면 화려한 교회 건물들이 즐비하다. 일부는 편법으로 대형교회를 자식에게 세습해 지탄을 받고 있다. 한쪽에선 탐욕의 바벨탑을 쌓으면서 생활고를 거론하는 비루함이 안타깝다.

▲ 김형규 부장
개신교에서는 헌법 20조 정교분리 조항을 거론하며 종교인 과세가 종교자율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국가정책에 개입하고 위험한 선교로 국가 이미지를 수시로 먹칠했던 자신들의 행동을 생각하면 낯이 부끄러울 것이다. 종교인 과세는 국민 대다수의 요구이며 종교인 스스로 떳떳해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종교인 과세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개신교에서도 종교인 과세 반대가 종교인들의 보편적인 정서인 것처럼 호도하지 말고 자신 있다면 당당하게 개신교 과세 반대를 외쳐야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1307호 / 2015년 8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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