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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br]프랑스의 혁명가 프란츠 파농

기자명 이병두

‘프란츠 파농’ / 알리스 셰르키 지음 / 이세욱 옮김 / 실천문학사

▲ '프란츠 파농'
우리 현대사에는 좌우와 남북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한, 아니 모두에게 버림받고 그래서 오래도록 잊고 지낸 이름이 많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카리브해의 프랑스 식민지 출신으로 알제리 해방 운동에 뛰어들었던 인물 프란츠 파농에 주목하게 되는 것도 우리 현대사의 이런 상처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는 “축소와 확대라는 이중의 왜곡에 희생된 가장 불운한 사상가에 속한다. 먼저, 프랑스에서 파농은 너무나 불온해서 언급하기 거북한 인물이다. 그는 우파 쪽에서 보면 모국 프랑스를 배반하고 식민지 알제리 민중의 편에서 싸운 반역자이고, 좌파 쪽에서 보면 유럽인 전체를 식민주의자로 매도하고 폭력을 옹호했으며 농민 대중을 지나치게 중시한 과격하고 시대착오적인 사상가이다. 파농은 알제리전쟁에서 프랑스인들이 자행한 온갖 폭력을 누구보다 정직하게 고발한 사람이지만, 인권의 나라 프랑스에서조차 그 점을 부각시키는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제2의 조국이라 할 수 있는 알제리에서 파농이 온전하게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독립 이후의 신식민주의적 상황을 누구보다 명철하게 예견하고 이슬람과 정치의 결함이 가져올 위험한 결과를 가장 냉정하게 경고한 예언자였지만, 그의 절규는 광야의 외침으로 스러졌고 이제는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는다.”

나치의 반인륜적 범죄에 가담했던 자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엄정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프랑스인들이 왜 그토록 파농을 싫어할까. “자기들이 식민지 민중을 상대로 저지른 추악한 전쟁과 반인륜적 범죄는 서둘러 역사 속에 묻어두고” 싶은데, “파농을 언급하는 것은 바로 프랑스의 그 떳떳하지 못한 과거를 들춰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 알제리에서는 왜 잊혀진 지도자가 되었을까. “알제리 지도자들을 거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아메리카의 흑인들은 그를 우상화하기까지 한다. 파농의 얼굴은 1980년대에 [그의 고국인] 앤틸리스 제도에서부터 다시 나타난다.”

파농은 “검은 피부 때문에 백인 사회를 증오했던 사람이 아니라, 검은 피부 덕분에 소수파에 대한 차별에 남다른 민감성을 지니고 지배문화와 지배세력의 부당한 폭력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프란츠 파농’은 짧은 세월로 보면 모두가 잊고 싶어 한 이름이 된 것 같지만, 오히려 아주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왜 파농이 매력적인가. 그는 “사유가 대단히 깊은 사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극단에 빠질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의 사상에 행동을 일치시키려 한 사람”이었다. “사상가이자 실천가였고, … 스스로 주체가 되고 자기 삶의 주연이 되고자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초에 흑인에 관해서 흑인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통용되었다 해도 그 문제를 설명하는 것은 백인 사상가들의 몫”이었고 “백인 사상가들의 설명을 빌려야만 지성 세계에 속할 수 있었”는데, 어떤 흑인[프란츠 파농]이 1952년에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세상에 내놓으며 “흑인문제를 설명하려고 애씀으로써 지성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때에도 프랑스에서는 좌우 양쪽 진영에서 모두 파농에게 비판과 비난을 퍼부었을 뿐이다.

그럼 이처럼 비난받은 파농은 냉혹한 혁명가였을까. 아니다. 그는 부드러운 사람이었지만, “대의(大義)를 자기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 엄격한 운동가”였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매력 덕분인지, 이태리의 타이어 재벌 피렐리 가문의 지오바니 피렐리와 만나 “서로 첫눈에 반”하고, 두 사람이 특별한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1307호 / 2015년 8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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