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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와 금강산

관계를 파탄으로 모는 최악의 상황이 대화 단절이다. 서로 말문을 닫는 순간 관계는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싸우는 것이 대화 단절보다 훨씬 낫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 한반도 상황에 딱 맞는 말이다. 8월4일 지뢰도발과 확성기 방송 재개에 따라 전쟁위기로 내몰렸던 한반도의 상황이 급반전됐다. 남북의 고위급회담을 통해 극적인 화해분위기가 조성됐다. 불과 며칠 사이에 국민들을 가슴 졸이게 했던 이번 사안을 놓고 뒷말들이 무성하다. “북한의 유감을 과연 사과로 볼 수 있느냐, 대화보다는 장병들의 피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 주장에서 양쪽의 정부가 긴장국면 조성을 정권 안정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온다. 남북은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자 회담을 개최하고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 65%가 협상이 잘됐다고 평가했다. 국민의 대다수가 긴장과 위기보다는 대화를 선택한 것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간 남과 북
극적인 화해분위기는 바람직
대화 통한 개방으로 북 변화
금강산 관광이 첫 출발돼야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대화와 교류 대신 무시하거나 압박하는 정책은 국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안겼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지뢰 피격사건 등 유혈사태가 벌어져 젊은 장병과 국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상처를 입었다.

북을 이성적인 국가라고 보는 국민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가 남북 관계에서 우선순위로 둬야 할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정책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전쟁과 같은 무력충돌은 결국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북을 우리의 관리범위에 둬야한다. 그들이 돌출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적절히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 7년 보수정권의 대화 단절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갑작스런 화해무드 속에서 남북의 민간교류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이후에는 2008년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여했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5·24조치 해제가 금강산 관광 재개의 선결조건은 아니라고 밝혔다. 5·24조치는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간 교역을 전면 중단한 제재조치를 말한다. 그런데 홍 장관의 발언은 5·24조치를 해제하지 않더라도 금강산 관광 재개는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한때 남북의 교류와 화해의 상징이었다. 2008년 우리 국민의 피격 사망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될 때까지 10년 간 200만 명이 금강산을 다녀왔다. 당시에는 매일 1000명이 넘는 우리 국민들이 북에 체류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했다.

이번 금강산 관광 재개에 불자들이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남북 불자들은 함께 금강산 관광시대를 열었고 힘을 모아 그곳에 신계사를 복원했다. 지금도 매년 합동기념법회를 갖고 있다. 남북 불자들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이 되기 1년 전인 2007년 금강산의 외금강뿐만 아니라 내금강 성지순례를 성사시켰다. 산들로 둘러싸인 외금강과 달리 내금강은 8만4000암자가 있었다는 불교성지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로 내금강 성지순례는 애석하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 김형규 부장
북을 변화로 이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와 교류를 통한 개방이다. 폐쇄된 국가일수록 외부와의 접촉을 두려워한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북을 변화로 이끌 가장 좋은 호기를 맞았다. 긴장국면에서 합의에 이르기까지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북의 의도에 우리 정부가 춤을 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대화를 주도하며 북을 개방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이 금강산 관광 재개로부터 시작됐으면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1308호 / 2015년 9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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