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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통해 설법하는 종사르 켄체 린포체

  • 해외
  • 입력 2015.09.07 13:16
  • 수정 2015.09.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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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수행은 동굴이 아닌 사람들 속에서 이뤄지는 것”

▲ 종사르 켄체 린포체는 “좋은 의도와 동기를 가지고 현대문물을 잘 활용한다면 이 또한 불교를 위한 좋은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불교를 알리는 일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영화가 그런 존재죠.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시대를 따라야 해요. 과연 동굴에만 있는 것이 진짜 수행이고 불교일까요?”

부탄 출신 스님이자 영화감독
7세 때 티베트 스승 환생자 판명
영국 유학시절 영화계 입문
‘더 컵’으로 세계적 유명세

영화는 곧 불교 전하는 수단
부처님 일대기 영화제작이 꿈
기술은 수행에 장애되지 않아
좋은 의도·동기라면 도움 돼

소외계층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종교·철학·이념 뛰어넘어
사회변화 이끄는 활동 주도

티베트불교의 스승이자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종사르 켄체 린포체는 9월3일 법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문물이 영적인 부분에 장애가 되는 건 어느 정도 인정하나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특히 영화는 나에게 불교를 전하는 수단이자 수행의 한 종류인 만큼 언젠간 부처님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린포체는 본인이 설립한 국제신행단체 싯다르타즈 인텐트 인터네셔널(Siddhar tha’s Intent International)의 한국 공식지부인 싯다르타즈 인텐트 코리아의 초청으로 9월3~4일 법회를 위해 방한했다. 그는 법회 전 법보신문사를 방문해 수행자뿐 아니라 영화감독으로서 기술을 이용한 수행과 포교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현대문물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카메라를 사용해 활동하는 린포체이지만, 이런 물질문명이 정작 불교적으로는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린포체는 “좋은 의도와 동기를 가지고 현대문물을 활용한다면 이 또한 불교를 위한 좋은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00년 전에도 불교는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그림이나 조각 같은, 당시로 치면 현대기술을 활용했다. 불상을 처음 조성할 때 굉장한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이를 통해 불교가 전파 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결국 “기술은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한 그는 “기술이 불교의 모든 방면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과 내일 법회에서 반야심경에 대해 설해달라는 청을 받았는데 깜박하고 티베트어로 된 ‘반야심경 논서’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아이폰을 몇 번 만지작 거리니 인도에 있어야하는 그 논서가 제 손안에 있네요. 지난 10년 동안 티베트 대장경을 디지털화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바로 다운로드받아 오늘 법문을 제대로 하게 됐습니다. 의도치 않았지만 현대기술을 활용해 부처님 가르침을 설하게 됐지요?”

인터뷰 도중 손전화를 만지다 마침 비슷한 상황이라며 웃은 린포체는 그러면서 옛 전통만을 고수하려고 하는 불교계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사찰이라는 물리적 형태도 어찌 보면 하나의 현대문명”이라며 “올바른 동기와 의도가 없다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패한 전통사원들은 수없이 많다. 결국 시대에 역행하면서 젊은 세대에 다가가지 못하고 법회만 하는 것을 과연 진정한 불교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결국엔 부처님 말씀을 좀 더 넓게 전하기 위해 영화를 시작했다는 린포체는 영화제작은 자신이 하고 있는 여러 활동 중 하나이며 이는 굉장히 제한적인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전통적인 것만을 고수하려는 고승들이 볼 때는 영화제작뿐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들이 모두 충격일 것”이라며 웃었다. 사실 그는 영화감독이기 전에 사회활동가에 가깝다.

린포체는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뛰어넘어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불교의 본 가르침을 보존하는데 주력하고자 1989년 싯다르타즈 인텐트(Siddhartha’s Intent)라는 비영리 국제불교기구를 설립했다. 2001년에는 켄체재단(Khyentse Faundation)이라는 단체를 설립, 부처님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북인도에서 티베트망명자들과 함께 지내며 깨달음을 얻은 린포체는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공식 비영리재단인 백련복지재단(White Lotus Charitable Trust)을 만들고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아이들의 정규교육을 지원하는 일을 시작했다. 인도와 캄보디아의 소외받는 계층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원봉사자를 구성해 계도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재단의 이러한 철학은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프랑스, 홍콩, 대만 등으로 퍼져갔고 현재 그의 뜻을 따르는 회원만 수천명에 이른다.

처음 린포체가 재단을 만들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활동에 대해 의아해했다. 왜 사찰을 짓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세상의 끝에서 소외받는 계층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종교나 철학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변하는 시대에서 내쳐진 이들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불교계도 조금은 생각을 바꿔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를문제 예로 들었다. “세상이 변했기에 성소수자도 불교계에서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불교도 변화를 시작해 인종, 종교, 성적취향 등에서 차별을 금하는 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하자 “아주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반겼다. 불교가 더 앞장서서 차별받는 이들을 옹호해줘야 한다고 말한 린포체는 “보리심을 알리고자 한다면 좀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린포체는 ‘닫힌 불교’뿐 아니라 ‘닫힌 부탄’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부탄은 아직 1920년대를 살고 있다는 것. 그는 “전통을 지키며 살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과거를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일 때도 있다”며 “이제는 20년 전을 생각하기 보단 20년 후를 생각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부탄이 전 세계서 행복지수 1위인 ‘행복국가’로 알려있진 점에 대해서도 동의를 미뤘다. 부탄 사람도 ‘아이폰’을 갖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린포체는 “외진 곳에 있는 작은 나라로 아직 현대문명을 완전히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며 “개방이 되고 좀 더 유명해지면 문제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라고 되물었다. 부탄 사람들이 지금 행복하다면 아직 이런 것들을 접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린포체의 견해다.

마지막으로 린포체에게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힐링 방안을 물었다.

“큰 모래성을 지어보세요. 쓸모없는 행동을 많이 하십시오. 쓸모 있는 활동은 여러분을 피곤하게 만들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아무 쓸모없는 명상은 어떨까요? 고통은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담으면 달라집니다.”

인터뷰 후 린포체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반야심경으로 본 불교의 지혜’를 주제로 법석을 열었다. 법회에는 사부대중 2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이제 그는 바로 부탄으로 돌아가 다음 영화제작에 돌입한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저예산 영화다. 때문에 개봉일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린포체는 걱정이 없었다. 영화 ‘바라 : 축복’을 완성했던 2013년, 한동안 아무도 투자하지도, 찾지도 않았지만 어느 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영화가 선정됐던 것처럼 정성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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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르 켄체 린포체

1961년 부탄에서 태어난 린포체는 7살 때 티베트 스승 잠양 켄체 왕포(1820-1892)의 세 번째 환생자로 판명됐다. 이후 린포체는 12세가 될 때까지 시킴왕국의 왕실 사원에서 공부를 했으며 이곳에서 리메학파(초종파)의 법맥을 이었다. 영국 유학시절 영화를 접한 린포체는 우연히 세계적인 영화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를 만나 영화 ‘리틀 부다’의 고문을 맡으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동자승들의 이야기를 다룬 데뷔작 ‘더 컵(The Cup)’(1999)은 부탄 최초의 장편영화이자 티베트어로 만들어진 첫 영화로 기록,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고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바 있다.

두 번째 영화 ‘나그네와 마술사(Tra velers and Magicians)’(2003)에 이어 세 번째 영화 ‘바라 : 축복(Vara : a Bless ing)은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이목을 끌었다.

[1309호 / 2015년 9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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