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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광화문 땅 밟기 경쟁, 이젠 멈춰야”

  • 교계
  • 입력 2015.09.09 18:00
  • 수정 2015.09.10 16:36
  • 댓글 9

이병두 대한불교진흥원 국장
‘가톨릭프레스’ 기고문서 비판
가톨릭 정부 적극 만류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시복 거행
불교계도 질세라 ‘무차대회’
가톨릭 이번엔 기념문구 설치
정부는 땅 밟기 적극 막아야

▲ 이병두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대한민국 중심이라는 서울 광화문을 둘러싸고 가톨릭계와 불교계가 개신교도의 ‘땅 밟기’식 행태의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을 역임한 이병두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이 9월4일 가톨릭 인터넷 언론인 ‘가톨릭프레스’에 기고한 ‘종교계의 광화문 땅 밟기 경쟁, 이제 그만 멈추세요!’에서 “대한민국 중심인 광화문에서 과거 땅 밟기를 하던 이들과 같은 (개신교계의) ‘일탈자 집단’이 아니라 거대 주류 종교들이 적극 나선 땅 밟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일을 적극 나서서 막아야 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행정·재정적으로 큰 지원을 하면서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 광화문 땅 밟기 경쟁은 지난해 가톨릭에서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조선시대 순교자 124명을 위한 시복(諡福)의식 장소를 광화문으로 고집하면서부터다. 정부에서는 광화문을 특정 종교 행사 장소로 한 번 내주게 되면 다른 종교계의 봇물이 이어질까 염려해 곤란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했다. 심지어 주무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도 명동성당을 방문해 추기경에게 간곡히 부탁했으나 입장을 꺾지 않았다. 오히려 행사의 주 무대인 제대(祭臺)를 광화문 바로 앞에 설치하겠다고 고집해서 정부가 문화재보호를 명분으로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대신 추가 예산 지원을 했던 일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불교계가 ‘광화문 땅 밟기’에 뛰어든 것은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무렵이다. 지난해 청와대 고위급 인사가 조계종 총무원을 찾았을 때 조계종 측 인사들은 “교황 방한을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대신 우리도 내년에 광화문 광장에서 똑같은 규모의 행사를 할 테니 똑같은 규모의 지원을 바란다”는 뜻을 강하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 가톨릭이 지난해 8월 광화문화에서 대규모 종교행사를 개최한데 이어 조계종은 지난 5월 광화문에서 무차대회를 개최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이에 따라 5월16일 밤 열린 것이 바로 ‘무차(無遮)대회’다. 이 국장은 “만약 불교 지도자가 시민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광화문에서 행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가톨릭이 주관하는 것이라 비판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설사 정부에서 우리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더라도 우리는 정부 지원을 받아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면 더 당당하고 의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런 과정을 거쳐 열린 무차대회에 대해 ‘차량 통행을 모두 막은 무차(無車)대회였을지는 몰라도,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불자 대중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한 행사’로 평가했다. 그는 “조계종의 무차대회는 가톨릭이 불붙인 광화문 땅 밟기 뒤를 좇아 그 경쟁에 뛰어들면서 우리도 해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였지만 이것은 가톨릭에 대한 콤플렉스를 드러내는 데 지나지 않았다”며 “광화문 땅 밟기라는 좋지 않은 바이러스가 주류 종교 집단 사이에 전염된 첫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국장은 광화문 땅 밟기가 이쯤에서 멈췄으면 다행이었겠지만 가톨릭이 또 일을 저질렀음을 지적했다. 지난 8월23일, 가톨릭 서울대교구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했던 시복식 1주년을 기념해 제대가 설치됐던 자리에 ‘가로 1.7m, 세로 1m 돌판’을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한문으로 새겨 넣은 일을 언급했다.

▲ 가톨릭계가 8월23일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 시복식 1주년을 기념해 광화문 앞에 설치한 돌판.
이 돌판 깔기 행사를 주도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작년 광화문에서 거행된 시복식을 통해 순교자들은 자신을 박해한 이들까지 용서하고 화해하여 인간성의 고귀함을 드높이 증명했음이 드러났다. 광화문은 박해자와 순교자가 화해하는 평화의 광장이 됐다”고 말했지만 아첨하기 바쁜 정치인들을 제외하면 이것을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볼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이 국장은 “불교계가 무차대회 1주년을 맞아 광화문에 표지석을 세우겠다고 요구하고 정부는 또 어쩔 수 없이 허락해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앞으로 이런 ‘광화문 땅 밟기’ 바이러스가 다른 종교계에까지 번지지 않도록 적극 방어해야 한다”며 “종교계도 더 이상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면서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일은 멈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프레스 기고문 http://www.catholicpress.kr/news/view.php?idx=1136>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10호 / 2015년 9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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