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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 잘 못 보는 아쉬운 정치의식

북한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희한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5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반등된 것이다. 이 사태를 보면서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북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근본적인 불안상황에 놓여 있으며, 정신적으로도 결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통칭 ‘좌빨’로 몰릴 위험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어느 쪽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정권이 집권한 상황에서 남북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관계 개선을 갈망하는 국민의 바람이 충만해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 분위기에 딱 맞는 남북 당국의 어떤 조치가 나와서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진보정권의 지지율이 부쩍 올랐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심각함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의 갈등을 배경으로 지지율을 향상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보수정권의 경우가 더 설명하기 쉽겠지만, 그 반대가 성립한다 해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다른 정치적인 요소에 대한 평가는 젖혀두고 남북관계라는 것에 의해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급등하는 사태는 우리가 얼마나 남북 갈등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가를 웅변으로 말해주기 때문이다.

꽤나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우리 국민 거의 모두가 자신과 다른 편, 또는 입장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이 어느 나라 국민보다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남북갈등에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되었다. 북한이라는, 그 존재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대상을 마주하면서 그 존재를 말살해야 한다는 구호 아래 살다 보니 자연히 자신과 대척적인 입장에 있는 존재는 없애버려야 한다는 식으로 의식이 조정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다른 어느 나라의 국민들보다 타협성이 부족하며, 다툼이 일어나면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향이 심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다툼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다툼도 아예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극한투쟁이 일어나곤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남북분단이라는 상황은 우리 민족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정치적인 영역에서부터 개인의 심리적인 영역에까지 근본적인 병증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오랜 동안 이어져 왔고, 또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까지 만들어 온 역사가 있었기에 이젠 그런 병적인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되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을 가졌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아직도 병의 뿌리는 깊이 박혀 있으며, 언제든지 재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말았다. 국방과 안보에 대한 의식이 투철한 것도 좋고, 반공의식이 투철한 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뒤덮여지면 안 되지 않을까? 그런 것들은 오직 보수 진영만이 투철할 수 있다며 신뢰와 지지를 보내고, 진보 진영은 종북 세력이라는 인식 아래 몰아치는 양태를 보이는 것은 얼마나 성숙하지 못한 정치적 행태인가를 반성해야 한다.

이런 반성과 아울러 남북의 갈등이야말로 우리 민족에게 괴로움을 주는 가장 근본적 원인이 된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인식이 필요한 때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모두 함께 괴로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괴로움을 산출하는 근본구조인 남북갈등, 이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괴로움을 벗어나자는 종교인 불교가 가장 먼저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일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남북문제를 바로 보는 지혜의 눈을 뜨고, 통일불사야 말로 이 시대의 고통을 치유하는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불사라는 인식을 갖고 나아갈 때에야 비로소 우리 불자들의 정치의식도 성숙해 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 불자들부터 남북의 문제에 짓눌려 모든 판단이 흐려지는 행태에서 벗어나는 선구적 걸음을 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310호 / 2015년 9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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