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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보조국사의 비명 (2) 역사적 평가

기자명 인경 스님

가르침의 교종서 실천의 선종으로 전환시키다

보조국사의 역사적인 평가는 어떨까? 가장 널리 알려진 평가는 정혜결사(定慧結社)이다. 이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가 있다. 일단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르침 중심의 교종에서 실천을 중시하는 선종으로 흐름을 바꾼 것이다.

잠들었던 선풍 다시 진작
어두웠던 조사의 달 밝혀
고려후기 선종 부흥 계기
사찰은 세속 피해 산골로

신라 말에 선종이 유입되었지만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불교교단은 다시 화엄종, 법상종, 천태종과 같은 교종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고려후기에 보조국사가 주도한 정혜결사는 교단의 흐름을 교종에서 선종으로 바꾸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정혜결사란 교학적 가르침을 강조하기보다는 선이나, 명상을 강조한 실천수행의 결사체이다. 이러한 역사적 인식은 보조국사의 비명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때에 한 스님이 있어 홀로 들뜨고 거짓된 세속을 등지고 바르고 진실한 종지를 흠모하였다. 처음에는 경전을 배우고 이치를 찾았고, 끝내는 실참하여 선정으로써 지혜를 드러내었다. 이미 얻고 나서는 모든 사람에게 베풀었다. 잠들었던 선풍을 다시 진작시키고 어두워졌던 조사의 달을 밝게 갱신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가섭의 후손이며 달마의 증손으로서 그만큼 잘 계승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아하, 우리 국사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이러한 때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설명한다. 하나는 정치적인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교단의 상황이 아닌가 한다. ‘잠들었던 선풍을 다시 진작시키고’‘어두워졌던 조사의 달을 다시 밝게 하다’ 이런 구절은 불교 교단의 상황으로써, 바로 고려후기 선종의 부흥을 설명한다. 선종은 이미 신라 말에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고려시대에 들어와서 선종은 잠들었고, 어두워졌다는 것인데, 이것이 보조국사에 의해서 다시 깨어나고 밝아졌다는 평가이다. 이것이 보조국사의 역사적인 의미이고 평가이다.

김군수가 찬한 보조국사 비명에는 정혜결사의 시대적인 배경은 기술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점은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한다. 김군수 자신이 관리 출신이다 보니, 미묘한 정치적인 혹은 시대적인 부분을 언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정치는 무인정치시대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교종은 도시에 위치하면서 정치를 비롯한 사회현상에 깊게 참여하였다. 승과제도가 있어서 교단은 나라의 관리제도에 편입된 상태였고, 이로 말미암아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관심과 관여가 생겨났다. 하지만 정치권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교단도 마찬가지로 함께 휘둘리면서 혼란을 야기하였다. 이런 혼돈한 상태를 보조국사는 정혜를 권하는 ‘권수정혜결사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들의 아침저녁으로 행하는 자취를 살펴보면, 부처님 법을 빙자하여 나와 남을 구별하고 이해득실에 연연해하고, 풍진의 세상일에 골몰하고, 수행은 하지 않고 의식만 허비하니, 비록 출가하였지만 무슨 덕이 있겠는가?”

아마도 이것은 보조국사가 느낀, 당시 교단의 상황을 잘 기술한 것이 아닌가 한다. 교종 중심의 불교교단이 너무나 깊게 정치적인 환경에 관여되면서 생겨난 현상이 아닌가 한다. 바로 이것이 보조국사로 하여금 비록 승과제도에 합격하여 관리로 나아갈 수 있었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지방의 깊은 산골로 자취를 감추고 정혜의 명상수행 길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한 배경이다.

보조국사 이후 선종은 대부분 지방이나 산골에 위치하였다. 이점은 조선시대에 들어가면서 유교적인 전통 속에서 핍박을 받으면서 더욱 견고하게 되었다. 그러면 오늘날은 어떤가? 해방 이후 불교교단은 다시 도시로 나오게 되었고, 발전된 산업화와 정보화 속에서 사실상 산중과 도시의 구별이 무너졌다. 해방 70년이 된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310호 / 2015년 9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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