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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비난 그리고 구업

  • 기자칼럼
  • 입력 2015.09.21 10:54
  • 수정 2015.09.21 16:36
  • 댓글 32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천수경’의 시작인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다. 불가에서는 예불을 모시든, 경전을 읽든, 기도를 하든 간에 이 진언으로 시작한다. 무슨 일이든 입부터 깨끗이 하고 잘못을 참회한 후 일을 시작하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또한 불가에서는 사람이 살면서 범하는 3가지 업으로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이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으로 짓는 업은 세 가지지만 유독 입으로 짓는 구업은 네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인격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조계사 주변이 연일 소란스럽다. 일부 재가단체들이 스님들의 일탈을 비판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허락 없이 경내에까지 들어와 기도 중인 보살님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조계사를 찾는 것은 불자로서 불교계의 잘못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당한 비판도 있지만 비판이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까운 주장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사를 전하려는 측과 막아서려는 측의 신경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월8일에는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쏟아내는 상황이 연출됐다.

조계종 중앙종회 임시회가 열리던 이날 중앙종회는 모니터단의 본회의장 출입을 불허했다. 이에 항의의 뜻으로 일부 단체가 조계사를 찾았고, 오전 내내 조계사 곳곳에서 고성과 마찰이 일었다. 특히 이날 한 재가단체 관계자가 총무원 종무원에게 욕설과 함께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해당 단체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해당 종무원에 따르면 단체 관계자는 “조계사 경내에서 나가달라”는 자신에게 “내 하루 일당보다 못한 월급을 받는 주제에… 저게 선배라고…”라는 막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종무원은 “그렇게 모욕적인 말은 처음 들었다. 가슴이 벌렁거려 숨을 쉴 수 없었다. 답답했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고 눈물만 났다”고 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또 다른 종무원도 “나 역시 화가 났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당사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종무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잘 모르는 일이고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에 해당 종무원은 “인격모독적 발언에 이어 거짓말장이로 만들고 있다”며 “변호사를 선임해서라도 반드시 당사자의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진실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재가단체 관계자가 종무원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인 듯보인다.

▲ 김현태 기자
‘사람은 입안에 도끼를 갖고 태어난다. 그 도끼로 남을 해치고, 스스로를 해친다.’ ‘법구경’ 속 부처님 가르침이다. 교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말이 많으면 빗나가기 쉽고 본의 아닌 실수도 저지르는 법이다. 말 속에 그 사람이 있다고 했다. 지금 내가 불교를 건강하게 만드는 비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구업 속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11호 / 2015년 9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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