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사불교명상센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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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5.09.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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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지 말라…아름다운 풍광 바라보는 시선처럼 여여하게”

▲ 걸었다. 목적지는 없다. 다만 발에 닿는 느낌을 주시할 뿐이었다. 호수는 잔잔했다. 잠깐씩 이는 바람에 물비늘 일었다 사라졌다.

깃털 젖은 새는 날지 못했다.

박병규(49, 혜천)씨 마음엔 비가 내렸다. 번뇌로 날개가 젖고 있었다. 모처럼 휴가 내고 왔건만, 마음은 질척거렸고 쉼을 얻기란 어려웠다. 아침엔 잘 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명상에 들어가서 5분이 지나고 한 타임이 끝나니 ‘좋음’은 사라지고 없었다. 우후죽순처럼 솟는 번뇌망상에 들고나는 호흡을 바라보던 시선이 우왕좌왕했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앉다 서다를 반복하며 방황했다. 번뇌는 계속 말을 걸어왔다. 귓가에 앵앵거렸다. 몸이 힘들어졌다. 전투모드로 임했다. 호흡을 붙잡아야 한다는 집착이 생겼다. 그럴수록 젖어가는 날개로 마음은 무거워졌다.

호흡·걷기·자애 주제로 명상
대상 관찰로 선정·지혜 계발
새벽예불 후 매일 8시간 정진
매일 오후 수행점검 인터뷰

반가부좌 등 고정 자세 지양
행복 추구하려는 수단 ‘자각’


“시선을 호흡으로 가져가 보세요. 호흡은 의지와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나갑니다. 호흡이 들어가면 들어가는지 알고, 나가면 나가는지 알면 됩니다. 호흡을 조절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마십시오. 그대로 가만히 내버려두십시오. 만약 마음속에 이런저런 번뇌망상이 일어난다면 부드럽게 집어서 의식 밖으로 ‘슬쩍’ 던지세요. 고요하게 들숨과 날숨과 함께 하세요.”

▲ 3박4일 집중수련 기간 동안 매일 진행되는 인터뷰.

신불사불교명상센터(주지 혜안 스님) 에서는 3박4일 동안 하루 8시간 정진했다. 새벽예불 끝나면 곧바로 호흡명상에 임했다. 명상주제는 호흡, 걷기, 자애로 세 가지였다. 대상이 호흡이나 걷기 그리고 자애로 바뀔 뿐, 알아차림(사띠)의 힘 길러 사마타(선정)와 위빠사나(지혜)를 계발하는 수행이었다. 혜안 스님이 호흡명상, 걷기명상, 자애명상 모두 함께하고 매일 수행을 점검하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지만 박병규씨 마음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번뇌는 불청객이었다. 고요한 마음을 제집처럼 불쑥 드나들고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최현호(36, 가명)씨 무릎, 허리 등 온몸 곳곳에서 비명을 질렀다. 고정된 자세는 고통을 가져왔다. 호흡에 있던 마음이 고통으로 향하자 되돌려 마음으로 가져가려 했다. 고통을 넘기면 편안해진다는 경험이 호흡보단 고통을 관찰하게 만들었다. 문득 눈 떠 시계를 보니 25~30분 사이였다. 그 때부터 ‘몇 분 남았지? 얼마나 참아야 하지?’라는 번뇌에 시달렸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짊어지고 마음을 자해하고 있었다.

“몸을 다스려야 마음도 다스릴 수 있다는 믿음은 오해입니다. 불교는 마음을 다룹니다. 명상 주제에 몰입이 될 때 몸의 감각은 사라지기 마련이지요. 불편한 자세로 고통 받는다면 기둥에 기댄다거나 의자에 앉아 원인을 제거하십시오. 힘듦을 참지 말고 자세도 수행을 위한 목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신불사 진입로 왼쪽으로 오솔길 따라 걸으면 호수명상길.

이순향(52)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신불사불교명상센터 진입로 왼쪽으로 난 오솔길 따라 호수명상길에 한 발자국씩 발을 올려놨다. 목적지는 없다. 다만 발에 닿는 느낌을 주시할 뿐이었다. 산책 정도로 여겼는데 아니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심지어 물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의 현기증도 일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호수는 잔잔했다. 잠깐씩 이는 바람에 물비늘 일었다 사라졌다. 혜안 스님은 “걷기명상을 산책이라고 생각해서는 몰입이 안 된다”며 “호흡을 대상 삼아 명상하는 것처럼 발의 느낌을 대상으로 명상하는 수행”이라고 독려했다.

호흡명상도 걷기명상도 번뇌를 재우지 못했다. 마음은 흙탕물이었다. 번뇌는 때론 엄청난 고통을 데려오곤 했다. 허은영(52, 자은)씨 마음은 지옥이었다. 한 사람과의 관계 탓에 굉장히 불편했다. 격렬하게 싸웠던 기억, 아니 상처와 진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 고통 들끓는 마음은 명상을 힘들게 했다. 마음이 과거에 짓눌려 호흡을 버겁게 했다. ‘모든 존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길’, ‘모든 중생이 고통 없기를’, ‘모든 중생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그는 자애명상을 시작했다. 김미숙(59, 자공)씨는 처음 접한 자애명상이 어려웠다. 팔이 아프다고 호소하면 ‘니가 욕봤다, 내가 혹사시켰구나. 미안하다’며 자애를 보내다가도 ‘60 가까이 살았는데 당연한 게 아닌가’하며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혜안 스님은 자애심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불교는 자비와 지혜의 종교입니다. 자비는 자애와 연민이지요. 자애심은 모든 수행의 기초입니다. 기초체력이기도 합니다. 자애는 자비희사 사무량심 가운데 첫 번째입니다. 따뜻한 감정과 뭉클한 마음이지요. 명상은 탐진치를 소멸하는 훈련인데 특히 자애는 성내는 진심을 다스리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따뜻한 햇볕이 땅위 모든 물기를 말려 버리고, 젖은 빨래가 뽀송뽀송해지는 이치와 같습니다. 자애를 보통 남을 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모든 존재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햇볕은 존재를 가려서 온기를 나누지 않지요.”

겨울은 들판 모든 꽃들을 꺾는다. 그러나 결코 봄을 지배하진 못한다. 번뇌가 마음속 고요를 꺾을지언정 꽃망울 터트리려는 ‘참나’를 짓밟진 못한다. 단지, 찬바람 언 땅으로 속도를 늦출 뿐이다. 심월당(心月堂)에 태양처럼 밝은 달이 뜬다. 앉은 이들 얼어붙은 마음이 온기를 찾는다. 새의 깃털이 뽀송뽀송해지고 있었다.

“번뇌를 쫓지 마세요. 심월당 쪽마루에 앉아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듯, 그런 여여한 시선으로 명상하세요.”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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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원인 탐진치 버리는 방법론이 불교명상”

신불사 주지 혜안 스님


“휴가 왔다고 생각하세요.”

▲ 혜안 스님
집중수련을 왔는데 휴가라니…. 신불사불교명상센터 주지 혜안 스님은 그저 웃었다. 대개 집중적인 수행이라면 빡빡한 일정과 정진 그리고 또 정진을 떠올린다. 혜안 스님은 달랐다. 마음을 가볍게 하라고 일렀다.

“즐겁고 아름다운 마음세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생각하세요. 하나라도 더 갈애하는 탐심, 싫어하는 성냄, 어리석음을 버리세요. 명상 목적 자체가 결국 마음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스님은 명상 목적을 ‘탐진치 버림’으로 정의했다. 지금 법당에 앉아 명상하면서 지나간 일들을 후회하거나 짜증내면서 화내고, 그 다음에 생긴 일들을 예상하면서 걱정하는 마음은 쉴 수 없다는 얘기였다.

“불행한 원인이 번뇌망상에서 비롯된 고통이라면, 그 고통이 탐진치에서 생겼다면 이를 버리는 것이죠. 이 세 가지를 버리는 방법론이 불교명상입니다.”

스님은 확신했다. 고통스럽게 화두로 몰아붙이던 자신도 ‘휴가’ 중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경허 스님 일대기를 다룬 최인호의 ‘길 없는 길’에서 발견한 논리를 뛰어넘는 직관의 깨달음에 한 생을 투자해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서울대를 졸업한 2001년 그해 통도사 청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매섭게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그러나 은산철벽에 부딪혔고 의욕 잃고 방황했다. 방황 중 아잔 브람 스님 명상지침서 ‘Mindful ness, bliss and beyond’를 만났고 스님의 수행방법은 바뀌었다. 행복을 여는 비밀의 문을 우격다짐으로 미는 게 아니라 열쇠 하나 꽂고 돌리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빗자루(수행) 들고 휘휘 저어 거미줄(고통)을 제거하는 일은 힘들지 않습니다. 빗자루를 가벼운 나무로 만드느냐 아니면 무거운 쇠(번뇌망상)로 만드느냐는 스스로가 결정할 뿐입니다.”


[1311호 / 2015년 9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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