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으로 살면 돈을 벌 수 없고, 돈을 벌어서도 안 된다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같은 경전 말씀은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들 경전에서 분명하게 “돈을 벌라”고 했다. 이른바 ‘무소유’ 정신을 바탕으로 금욕적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던 불교에서, 그것도 부처님이 직접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수 있으나 사실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왜 “돈을 많이 벌라”며 무소유에 역습을 가했을까? 경제·경영·회계·행정 분야에서 전방위 스페셜리스트 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윤성식 고려대 교수가 ‘부처님의 부자수업’에서 그 답을 밝혔다. 동국대에서 불교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불교학까지 섭렵한 후 완성한 행복의 경제학인 셈이다.
저자는 평생 돈에 대해 공부했다. 경제학, 경영학, 회계학 학위가 있고, 공인회계사이며 미국 텍사스대 경영대학원에서 교수도 역임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정부혁신을 주도하기도 했던 그는 “현대인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야기하는 시장자본주의 체제의 혁신”을 화두 삼아 고민을 거듭했고, 뜻밖에 그 답을 뒤늦게 입문한 불교에서 찾았다. 중도와 연기적 세계관에 입각해 시장자본주의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불교자본주의를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출가자와 재가자의 삶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오는 오류를 바로잡고, 돈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지혜와 실천을 학문적 체계로 집대성했다. 그래서 책은 그동안 묻혀있던 경제생활에 대한 부처님의 지혜를 현대의 삶 속에 고스란히 적용해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돈과 세상에 속지 않는 여실지견(如實知見, 있는 그대로 옳게 봄)의 바른 안목을 틔워주며 돈과 욕망에 당당해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한다.
“‘잡아함경’에서는 ‘많은 재물을 얻으면 즐거이 스스로 쓰고, 부모를 공양하고 처자와 친척과 권속을 돌보며 종들을 가엾이 여겨 돕고 여러 벗들에게 보시하오. 때때로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공양해’라고 설함으로써, 지출의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불교는 자기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가장 먼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지출을 중요시한다.”
저자는 이같은 부처님 말씀을 근거로 돈에 대한 철학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철학을 굳건하게 하는 요소가 바로 수행이라고 역설한 저자는 “수행을 통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때, 비로소 철학에 근거한 돈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저자가 빈곤층에게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돈에 대해 공부하라고 조언하고, 부유층에게 “자신이 부자가 된 것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발적인 사회 기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해야 한다”며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풍요롭고 안락한 불교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 자신도 변화해야 하지만 세상도 변해야 한다”며 의식의 전환을 통한 실천을 강조한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돈과 욕망에 당당하면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311호 / 2015년 9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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