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4. 색신과 법신

기자명 서광 스님

겉모습에 매이지 말고 불생불멸 법신을 봐야

“수보리야! 내가 80가지 미세한 신체적 모습을 갖추었다는 이유로 부처라고 할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렇게 훌륭한 모습을 갖추었다고(具足色身) 해서 여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구족색신은 실체가 아니고 이름이 구족색신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야! 32가지 큰 신체적 특징(32相)을 통해서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32가지 완전하게 갖추어진 신체적 모양을 통해서 여래를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완전하게 갖추어진 신체적 모양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언어적 표현일 뿐, 실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잘생긴 얼굴 선호는 고금이 동일
부처님 80종호 등도 완전성 표현
금강경은 형상 한계 명확히 지적
그 무엇이든 형상 자체는 ‘비법

부처님은 세세생생 쌓은 선업의 결과로 32가지 뛰어난 신체적 특징과 80종류의 훌륭한 모습(32相, 80種好)을 가지고 계셨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32상과 80종호를 합친 상호(相好)라는 말로 가장 완벽한 신체적 조건과 외모를 갖추신 부처님의 모습을 기술한다.

기도나 경전을 독송하다가 보면 ‘청정법신비로자나불, 원만보신노사나불, 천백억화신석가모니불’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청정법신비로자나불은 법신을 가리키며 진리의 몸을 뜻한다. 보신을 가리키는 원만보신노사나불은 깨달은 몸을 의미하며 그 모양이 원만하다는 것을 뜻한다. 화신을 가리키는 천백억화신석가모니불은 중생의 필요에 따라 나타나는 모습이 다르다는 의미에서 응신(應身)이라고도 하며 천백억 이라는 숫자는 그만큼 중생들의 요구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런데 불교 교리에 의하면 우리는 누구나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의 3가지 몸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한다. 즉 우리 안에는 세세생생 쌓은 업의 결과로 인과(因果)를 따르는 속성(보신), 시간과 공간의 조건에 따라서 생겨나고(生), 머무르고(住), 변화하고(異), 사라지는(滅) 속성(화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불변의 영적 특성(법신)이 있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중생들의 눈에 잘생긴 외모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의 눈에 잘생기고 매력적이라는 기준이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서 동일한 매력을 주지는 않는다. 부처님의 모습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지금의 기준에서도 잘생긴 특징에 속하는 것들이 있지만, 예를 들어 32상 가운데 발바닥이 평평하다든가 얼굴모습이 사자 같다거나 이마 중간에 흰털이 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거나 완벽한 몸매의 일부로 여겨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현대인들의 로망인 식스팩에 해당하는 언급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부처님의 상호는 시간과 조건에 맞는 최상의 거룩한 모습이지(보신/화신) 영원불변의 진리의 몸(법신)이 아니다. 그러므로 생멸하는 부처님의 상호를 보고 생멸을 초월한 법신인줄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중생은 욕망과 외적인 모양, 그리고 관념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들은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을 보고 그 모습 자체에 집착한 나머지 도리어 아집과 법집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건 부처님의 경우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스님의 외모에 호감을 느껴서 피상적으로 좋아만 할 뿐, 그 이상 깊이 있는 법을 사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어떤 선사들은 외형적 모습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가죽 주머니(잘생긴 외모) 안에 든 피고름, 똥, 오줌, 해골 등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잘생긴 외모는 중생의 마음을 얻고 그들의 주의를 끌어서 깨달음을 향한 의지나 동기를 유발하는 수단으로는 더없이 훌륭하다. 그러나 외모 자체가 법의 실체는 아니기 때문에 설사 부처님의 상호라 할지라도 겉모습에 끄달리지 말고, 그 모습 너머에 있는, 즉 생멸하는 육신의 근원지인 불생불멸의 법신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311호 / 2015년 9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