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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br]오만한 자들이 지배하는 현실 변화

기자명 이병두

‘오만한 제국-미국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독립’ / 하워드 진 지음 / 이아정 옮김 / 당대

▲ ‘오만한 제국-미국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독립’
최근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과거 오랜 동안 미국의 우산 아래에 머물던 아시아와 중남미 여러 나라들이 미국과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는데다가 미국 내부에서도 ‘몰락의 징후’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도, 미국 정치와 경제, 문화계 주류에서는 애써 이런 기류를 무시한다. 이것이 ‘오만한 제국’의 속성이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흑인은 인간 이하의 것들이다.’ 몇 백 년 전, 서양인들의 머릿속에 파고든 이런 생각은 4천만 명이나 되는 흑인의 목숨을 앗아간 대서양의 노예무역을 가능케 했다. 흑인이나 유태인·아랍인·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생각은 예외 없이 대량학살을 불러왔다.”

오늘날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플라톤이나 마키아벨리·루소·마르크스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이었는지 끊임없이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저자는 “그 같은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왜? 지금 “할 일은 위대한 사상가들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 역사가 빛나는 시기를 맞이하여 “전쟁은 중지되고 독재자는 타도되고 억압된 사람은 자유를 얻고 가난한 사람은 작은 승리를 얻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국민 또는 백성’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억압하고 말살하려고 한다.

“역사에서의 선택 문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모든 학교 모든 교과서에 등장하는 콜럼버스 이야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것은 항상 서반구의 발견을 이룩한 용감하고 재주 많은 인물의 일대기로 채색된다. … 그 이야기에는 무엇인가가 빠져 있다. 다름 아니라 금에 눈이 먼 콜럼버스가 자신을 친근하게 맞아들인 인디언들을 칼로 베고 노예로 만들고 살해했다는 사실이다. 그 규모는 실로 ‘종족말살’(genocide), 즉 종족 전체의 파괴라는 말로 표현할 만한 것이었다.” 왜 미국의 보수파들이 하워드 진을 ‘눈 안의 가시’처럼 여기는지 짐작이 간다. (하긴 우리도 초등학교 이래 역사 시간에 콜럼버스를 위인·영웅으로 배우고 그렇게 믿었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이 왜 이리 오만한 제국이 되었을까. 저자는 고대 아테네를 예로 들며, “한 나라가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주의적일지라도 국외에서는 매우 잔혹해질 수” 있는데, 이것은 “국내에서 얻어질 이익을 지적함으로써 국민들을 좀 더 쉽게 다른 나라에 대한 잔학행위에 동원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정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정복자가 너무 많은 영토를 집어삼켜, 너무 많은 사람들을 통제해야만 하는 시점이 오게 된다. 대제국들은 자신들이 영원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때 무너져 내렸다.” 저자는 과거 로마제국이 그랬듯이, 오만한 제국인 미국이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경고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지만, 권력자들은 그 경고를 무시하고 만다.

돈이 모든 것을, 특히 선거과정을 확실히 지배하는 세상이다. “돈은 광고와 텔레비전의 황금시간대와 대중적 이미지 등을 살 수 있다. 그 결과 후보자들은 돈을 지원해 준 사람들에게 어떤 의무를 지게 된다. 자신에게 표를 던진 사람에게는 좋게 보이면 될 뿐이지만, 자신에게 돈을 대준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인 이득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절망만 할 필요는 없다. 거대 우주선 챌린저호의 참사가 “추위로 작은 링 하나가 고장 난 데”서 비롯되었듯이, “거대한 조직도 소수의 결연한 사람들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현실과 역사를 바꾸게 된다.

이병두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1311호 / 2015년 9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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