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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보조국사의 비명 (5) 두 번째 깨달음

기자명 인경 스님

이치 드러내고 숨은 의미 찾아 정수 맛보다

“대정 25년 을사(1184)를 지나 하가산의 보문사에 머물렀다. 대장경을 읽다가 이통현 장자의 ‘화엄론(華嚴論)’을 얻어 거듭 신심을 내었다. 이치를 더욱 드러내고 숨겨진 의미를 찾아서 씹고 씹어서 정수를 맛보았다. 이전의 이해가 점점 밝아졌다. 이에 원돈(圓頓)의 관문(觀門)에 마음이 가라앉았다. 또한 말학의 미혹함을 인도하여 그들을 위해서 박힌 못과 쐐기를 뽑아주고자 했다.”

‘마음이 곧 부처’라는 가르침
이통현 ‘화엄론’서 다시 확인
“한 티끌 속 모든 경전 있다”
구절에 모든 의문이 사라져

보문사는 경상북도 예천군 보문면에 있는 절이다. 의상조사가 677년에 창건했고, 1184년에 보조국사가 중창했으며, 조선 태종7년(1407년) 교종에 속했다. 여기서 이통현 장자의 ‘화엄론(華嚴論)’을 읽고 두 번째로 깨달음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화엄론절요’의 서문[序]에 잘 나타나 있다.

첫 번째 깨달음을 통해 ‘육조단경’에 근거한 ‘마음이 곧 부처[卽心卽佛]’라는 관점을 가지고 공부를 계속하다가 보문사에서 이통현 장자의 ‘화엄론(華嚴論)’을 만났다. 과연 화엄에서는 어떻게 깨달아 들어가는 것일까? 의심을 가지고 ‘화엄론’을 강하는 강사에게 질문을 했다. 그러자 강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땅히 일과 일에 걸림 없음을 관하여야 한다. 그대가 단지 마음만을 관하고 일과 일에 걸림 없음을 관하지 않으면 불과의 원만한 덕을 잃게 될 것이다.”

일과 일에 걸림 없음을 관한다[觀事事無碍]고 하는 것은 화엄법계를 관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을 관하기보다는 법계를 관하는 것을 중시하는 관점이 잘 나타난다. 그러나 보조국사는 스스로 생각했다.

‘마음을 가지고 일을 관한다[將心觀事]고 한다면, 일이 곧 장애가 되어 헛되이 마음을 어지럽힐 것이다. 어느 때에 마칠 것인가? 단지 마음이 밝고 지혜가 깨끗하면, 터럭과 세계가 녹아 융합되어 반드시 바깥경계가 아닐 것이다.’

화엄강사는 단지 마음만을 관하고, 일과 일에서 걸림 없음을 관하지 않는다면, 곧 불과(佛果)의 원만한 덕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를 한다. 그런데 보조국사의 의문은 ‘만약에 마음을 가지고 일을 관한다면 오히려 마음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의는 ‘화엄론절요’ 서(序)뿐만 아니라 ‘원돈성불론’에서도 동일한 논의가 나온다. 여기서는 ‘먼저 상을 일으켜서 그것을 관하라. 만약 상을 일으켜서 그것을 관하지 않으면 불과의 장애 없는 원만한 덕을 잃게 된다[先須起想觀之 若不起想卽失佛果無碍圓德]’고 하여 조금 차이가 있다.

보조국사는 화엄에서 말하는 기상관지(起想觀之)를 장심관사(將心觀事)로 이해하는데, 이것 역시 동일한 의미인지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마음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일을 관찰하는 일은 대상이 2개로 나누어지는 까닭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점은 분명하다. 아무튼 이런 자료를 종합하여 보면, 보조국사는 화엄종과 선종에서 깨달음에 들어가는 길에서 의문점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그런 가운데 이통현 장자의 ‘화엄론’을 3년(1188년)을 계속 읽고 공부했다.

그러던 중 “한 티끝이 대천의 경전을 포함한다”는 비유와 함께 “여래의 지혜도 이와 같아서 중생의 몸속에서 다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어리석은 중생은 이를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다”라는 구절을 만났다. 이에 보조국사는 “너무나 기뻐서 경권을 머리에 이고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일마다 걸림 없음이 그대로 즉심시불(卽心卽佛)인 까닭이요. 어리석은 범부가 그대로 부처인 까닭이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313호 / 2015년 10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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