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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사상 실현 복지관서 가임기 여성 자른다니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10.12 14:19
  • 댓글 0

사회복지법인 석왕사룸비니 산하 부천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의 간부가 임산부 직원을 겨냥해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야한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한다. 복지관측은 이 발언을 문제 삼은 계약직원에 대해 계약만료 후 근로연장마저 거부해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측은 해당 간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복지관 측은 “직원들 사이에 주고받은 농담이었을 뿐 임산부에게 상처 줄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해명하기 급급한데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서 직장 여성들은 임신과 그에 따른 육아휴직 등으로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직간접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임신이나 육아휴직과 관련된 비상식적 언행은 이미 여성 인권침해로 규정되고 있다. ‘농담’ 여부 이전에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야한다’는 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관건이란 말이다.

부처님 법을 표방하는 복지관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기에 충격은 더 하다.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의 설립목적 첫 번째가 ‘부처님 자비사상의 실현’ 아닌가? 복지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설립목적을 상기해 보라. ‘사람과 생명 중심을 바탕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나눔과 소통을 통하여 주민 개개인이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희망이 샘솟는 생태·문화·복지마을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생명을 잉태한 직원의 밥줄을 언제라도 끊을 수 있다는 식의 갑질 오만으로 창의적인 문화마을을 일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고동락하고 있는 직원의 희망을 짓밟는 정신으로 희망 샘솟는 복지마을을 만들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여성에 대한 복지관 종사자들의 인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원종복지관이 전하는 비전, ‘주민의 힘을 모아 만들어 가는 안전하고 호혜적인 마을, 주민의 꿈을 키워 만들어 가는 공부하며 자립하는 마을’은 불가능하다. 사건이 여성비하 성차별적 발언에서 부당해고로까지 이어지자 시민단체들도 나선 상태다. 부천민중연대와 민주노총 등 지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17개 단체가 대책위를 꾸려 복지관측에 적극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석왕사 룸비니가 모르쇠로만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심과 책임감을 갖고 공식사과는 물론 재발방지까지 약속해야 한다, 외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또한 그래서도 안 된다. 부처님 자비사상 실현하는 복지관 아닌가.

[1314호 / 2015년 10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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