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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도 사랑한 영적 스승에게서 붓다를 보았다”

  • 출판
  • 입력 2015.10.12 15:51
  • 수정 2015.10.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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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대해 무닌드라에게~’ 저자 미르카 크네스터 인터뷰

▲ ‘마음에 대해 무닌드라에게 물어보라’
미르카 크네스터 지음·류시화 옮김/연금술사
“삶을 통째로 뒤바꾼 스승이 있는가?”

전 세계를 돌며 200명 취재
무닌드라 제자들 기억 채집
6년 집필과정 거쳐 책 저술
삶과 가르침 기록한 첫 서적

위빠사나 핵심개념으로 구성
벌레 불살생·부랑아 전법 등
각 장마다 감동적 일화 녹여
“완전한 삶에 대한 증언” 극찬

이 물음에 주저 않고 답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 최초 위빠사나 명상교사이자 ‘통찰명상협회’ 공동설립자 조지프 골드스타인, 불교명상을 서양에 소개한 선구자 중 한 명이며 ‘통찰명상협회’와 스피릿록 명상센터 공동설립자 잭 콘필드다. 그리고 탁월한 자애명상 교사로 전 세계를 돌며 학교와 기업체와 공동체들에서 수행을 지도하는 샤론 샐즈버그, ‘감성지능EQ’ 개념을 만들어 “IQ보다 EQ가 중요하다”고 역설해 교육 패러다임을 바꾼 세계적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이다. 틱낫한과 숭산 스님에게 명상을 배워 만성적 고통과 스트레스 관련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위빠사나를 적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심리학자 존 카밧진도 자신 있게 대답한다. “내 마음속 진정한 스승은 무닌드라다.”

왜일까. 정작 무닌드라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단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다. 부처님이 팔만사천법문을 이미 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눈앞에 마주한 사람을 직접 가르치고 변화시키는데 온 에너지를 쏟았다. 자신이 설한 가르침대로 온전히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곁에 선 이들을 감화시켰다. 선(禪)의 역사에서 일거수일투족이 깨달음 자체였던 스승의 삶 자체를 그대로 가르침으로 받아들였던 것과 닮았다. 영미권과 유럽에서 한 권의 책이 무닌드라를 소개했다. 그리고 최근 류시화 시인의 손을 거쳐 국내에 출간됐다. ‘마음에 대해 무닌드라에게 물어보라’(연금술사)다.

▲ 미르카 크네스터는 진지했지만 유쾌했다. 질문에 진심으로 답했고 진심으로 웃었다.

집필에 6년이 걸렸다. 미르카 크네스터(69)는 무닌드라 가르침을 받은 전 세계 200명을 인터뷰하고 정리하고 챕터를 나눠 글을 썼다. 자신의 스승이 펼친 가르침이 왜곡되지 않도록 세심함을 기울였다. 스승의 가르침이 에피소드와 녹아나도록 스토리를 짰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 스승 무닌드라의 삶과 가르침이 온전히 드러나길 바랐다. 책을 집필하면서 그녀는 단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이 생을 충만하게 살아야하며, 삶은 충분히 행복하고 언제든 바꿀 수 있다.”

10월6일 만난 그녀는 진지하고 유쾌했다. 질문에 진심으로 답했고 웃었다.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퀼트 작품을 창조하는 섬유예술가로서 그녀가 아니었다. 무닌드라 가르침대로 수행하고 삶을 살아가는 수행자로서 세련됨이 묻어났다. 그녀는 20대에 인도 담마기리 명상센터와 보드가야에서 고엥카와 무닌드라에게 명상을 배웠다. 1981년, 10일 집중수행을 경험했고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화가 일어나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던 그녀는 화의 불꽃이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행동으로 보이느냐 멈추느냐를 선택하는 힘도 생겼다. 불편함을 주는 타인의 행동도 그 사람 자체 문제라기보다 자신 안의 어떤 분별심이 작용하는지 바라보게 됐다. 그녀는 “놀라운 삶의 변화”라고 했다.

무닌드라를 서술한 책은 작은 물음에서 시작됐다. 2000년 5월, 그녀가 매사추세츠 주 배리에 있는 숲속명상홀에서 호흡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누가 무닌드라의 삶과 가르침을 기록하고 있지?’ 한 달간 집중수행을 마치고 무닌드라와 가까웠던 몇몇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녀는 무닌드라가 세상을 떠났지만 누구도 책 쓰는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길로 그녀는 전 세계로 발품을 팔았다. 제자들의 경험과 기억을 엮으면 무닌드라의 삶과 가르침을 전할 수 있고, 자신의 변화를 위해 항해 중인 독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녀는 관용, 자애 등 핵심 용어를 주제로 무닌드라에 대한 감동적인 일화를 풀어나갔다.

“하와이에 머물 때였어요. 무닌드라를 방문해 관찰해보기로 했지요. 쇼핑가자고 했더니 가식 없이 설레는 그를 봤어요. 수행자라는 분이 저렇게 좋아해도 되나 싶었지요. 외적 모습만 보고 판단한 제 분별심이었답니다. 어떤 물건을 고르자 ‘왜 그러냐’ 물었더니 ‘인도에는 이런 물품이 없다. 보내주고 싶다’고 답했어요. 그의 설렘에는 그런 마음이 있었던 거지요. 그는 집도 어떤 지위도 없었고 수행복 하나 그리고 명상할 때 사용하던 마하시 사야도가 준 천이 전부였어요.”

그녀가 직접 겪은 무닌드라다. 그렇게 200명의 제자들이 기억하는 무닌드라의 삶과 가르침을 기록했다. 무닌드라의 가르침은 제자들과 지냈던 소소한 일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로버트 비에티는 무닌드라가 처음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대 그런 배움을 얻었다. ‘우리는 아침에 운동하기 위해 산호세의 스틸포인트 명상센터 모퉁이에 아름다운 공원으로 건너가곤 했다. 그곳에 부랑아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나의 즉각적 판단은 사내에게서 멀어지는 것이었다. 무닌드라는 당연히 그 남자 옆에 앉아 매우 다정히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깊이 감동받았다. 무닌드라가 그 남자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했다는 것 외엔 다른 교훈이 없다. 그 남자는 자신의 삶에서 한 순간 작은 사랑을 경험했고, 우리는 그곳을 떠났다.’”(293p ‘적을 사랑하면 적이 없어진다’ 중)

“우페 담보르그는 ‘무닌드라는 결코 파리를 해치지 않았으며, 모기도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무닌드라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가 하는 어떤 행위나 말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처님 메시지를 가슴으로 알았다. 마이클 스타인은 여름 우기에 보드가야에서 있었던 가슴 아픈 사건을 기억한다. ‘무닌드라는 미얀마에서 가져온 온갖 종류의 불교서적들을 갖고 있었다. 그의 유일한 소유물이었다. 그런데 작고 하얗고 꿈틀거리는 벌레들이 그 책들 중 몇 권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는 단지 벌레들을 떼어내 놓아주고 책을 닦기 시작했으며, 그런 다음 너무 눅눅하지 않은 다른 장소에 책들을 옮겼다.’”(145~146p ‘진리가 너를 돌볼 것이다’ 중)

미르카 크네스터는 책을 통해 스승의 삶과 가르침을 온전히 복원해냈다. 통찰명상협회 설립자 조지프 골드스타인은 “완전한 삶을 산 인간에 대한 증언”이라고 극찬했다. 그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스승 무닌드라가 남긴 가르침과 같았다.

“이 수행 안에서는 모든 것이 명상이다. 심지어 먹고 마시고 입고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그대가 무엇을 하든 모든 행위를 깨어 있는 마음으로 역동적이고 전체적으로 완전하게 행해야 한다. 그때 그 행위들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명상이 된다. 명상은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순간에서 순간으로 경험하는 것이며, 순간순간 살아 있는 것이다. 집착도 비난도 판단도 없이. 어떤 평가나 비교도 없이. 그것은 선택하거나 분별하지 않는 알아차림이다.”

‘마음에 대해 무닌드라에게 물어보라’ 원제목은 ‘Living This Life Fully’다. 1만6000원.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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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가리카 무닌드라(1915~2003).
인도 동뱅골지역 출신
수행과 삶이 일치했던
20세기 위빠사나 스승

무닌드라는 누구?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도 찾기 힘든 이름이다. 생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아나가리카 무닌드라(1915~2003)다. 그는 인도 뱅골 지역 출신 불교 스승이자 학자다. 20세기  위빠사나 명상 스승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이름 앞에 ‘아나가리카’는 출가 승려와 속인 중간상태에 머무는 사람을 칭한다. ‘집 없는 자’라는 뜻이다. 그는 절이나 명상센터 등 자신의 소유를 가지지 않고 잠깐 기거하는 곳에서 가르침을 폈다.

무닌드라는 현재 방글라데시에 속하는 동벵골 주 치타공 바루아 집안에서 태어났다. 바루아 가문은 11세기 이슬람 집단 침략으로 동쪽으로 이주한 인도 본래의 불교도 후손이다. 그는 35세에 부처님이 최초 가르침을 편 사르나트의 마하보디협회서 일했다. 협회 목적은 인도 대륙에서 불교를 부활시키고 불교성지들을 복구하는 일이었다. 그는 10년 만에 사르나트 불교 유적지를 개선시킨 공로로 깨달음의 성지 보드가야 마하보디사원 관리 책임자로 임명됐다. 그러나 그는 성스러운 유적지에서 지내면서 부처님 가르침에 다가가지 못했음을 느꼈고, 미얀마의 마하사 사야도 초청으로 마하시명상센터에서 9년간 집중수행을 했다.

배움을 마친 뒤 무닌드라는 미얀마 전역을 여행하며 25명의 다른 스승들과 함께 수행했다. 그는 모든 방법이 마음을 관찰하고 통찰지혜를 얻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음을 알았다. 훗날 인도와 미국에서 그를 찾아온 이들에게 종파나 계파에 구애받지 않고 수행하고 실천하도록 격려하는 계기였다.

인도 보드가야로 돌아온 무닌드라는 위빠사나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물질주의 가치관에 환멸을 느낀 서양인들은 그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조지프 골드스타인, 잭 콘필드, 대니얼 골먼, 존 카밧 진 등 세계적인 심리학자이자 위빠사나 명상지도자들이 그를 스승으로 소개한다.

[1314호 / 2015년 10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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