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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개혁성향 짙을수록 징계 수위도 증가”

  • 교학
  • 입력 2015.10.16 22:30
  • 수정 2015.10.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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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회, 종단화합 공청회 개최
분규 극심할수록 징계자 늘어
관용 후퇴․징계 가혹한 산물
불교에 민주주의 적용 부적절
94년 징계자 이젠 풀어가야
멸빈 없애고 제적 활용해야
징계 문제 공론의 장 마련해

▲ 조계종 중앙종회 종헌개정및종법제개정특별위원회(위원장 초격 스님)는 10월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종단 화합 조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대 조계종사는 분규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 해방 이후 크고 작은 분규로 몸살을 앓았던 조계종. 1950~60년대 불교정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비구‧대처간 갈등이 일었고, 1970~80년대는 종권을 두고 종정과 총무원장, 중앙종회 등이 끊임없는 대결구도를 이어왔다. 1994년 종단개혁으로 종단의 구조적 모순은 일부 해소됐지만 이후 다시 개혁세력들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큰 홍역을 앓아야 했다. 거듭된 분규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발생했고, 승자는 패자에게 사실상 정치보복에 가까운 징계를 단행했다. 오늘날에도 분규의 잔재는 그대로 남아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중앙종회가 분규로 점철됐던 종단 과거사를 평가하고 징계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종단 화합조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해 관심을 끌었다. 공청회는 10월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2시부터 4시간이 가까이 진행됐으며 종단 화합을 위한 방안을 두고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공청회를 개최한 중앙종회 종헌종법제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초격 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는 통합종단 출범 이후 여러 내홍을 중심으로 한 종단 역사를 정립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징계현황을 살펴 진실과 화합 속에 대화합을 위한 현재의 고민을 나누고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중앙종회의장 성문 스님은 “통합종단 출범 이후 종단은 정화 혹은 개혁 등의 명분으로 수많은 징계자를 양산하면서 갈등의 역사를 되풀이 해왔다”며 “이제는 종단이 갈등으로 인해 힘을 소진하지 않고 화합으로 올바른 수행풍토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조계종단 분규(1962~1999)와 징계의 상관성’이라는 주제로 첫 기조발제에 나선 김광식 동국대 교수는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후 40여년의 종단 분규의 과정을 비판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김 교수는 분규의 과정을 시대별로 구분해 각 분규의 특징을 유형별로 소개했으며, 분규과정에서 발생한 징계자 현황을 토대로 분규와 징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분규가 극심할수록 상대적으로 징계자가 많이 나왔다. 특히 종단개혁이 단행됐던 1994~95년(60여명), 그리고 개혁세력의 분열 및 정화개혁회의가 등장하던 1998~2000년(150여명) 징계자의 수가 역대 최고에 달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종단 개혁적인 성격이 농후해질수록 멸빈과 제적 등 징계의 수위가 증가했다”며 “이는 (개혁이라는 명분이 강할수록) 관용이 후퇴하고, 징계가 가혹했음을 보여주는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1994년 징계는 율장과는 이질적인 ‘인적청산’이라는 전체주의적 징계였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98‧99년 사태의 징계자 문제는 대부분 해소되었다면 최대 현안은 94년 징계자 처리”라고 지적하면서 “(94년 징계자)사면에 대해 그간 종정, 원로회의, 총무원장 등이 강력하게 개진했음에도 ‘지금껏 왜 사면이 되지 않았을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분규 때마다 대중여론을 얻기 위해 개최한 승려대회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종단 분규의 상징은 승려대회로 고착화되고 있다”며 “1920~1950년대까지의 승려대회는 대회 참가자의 대표성에 정당성이 있었지만, 그 이후 승려대회는 재가자들이 결합되면서 승려대회 자체의 성격이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종회의원 선광 스님은 “1994년 개혁 당시 발생한 징계는 정치적 징계가 아닌 직무상 발생한 범죄행위를 엄단하는 징계였다”고 주장하면서 “다만 그 과정에서 일부 과도한 징계를 받은 경우도 있었으며 이에 대한 사면과 복권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영 법보신문 기자는 “조계종 현대사는 분규의 역사로 점철되고, 현재에도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크다”며 “권력을 지향하는 승단의 풍토는 언제든 분규로 이어질 수 있는 불씨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권 기자는 “종단분규라는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과거를 재평가하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자랑 동국대 연구교수는 ‘종단 화합조치의 필요성’을 통해 “화합이란 서로 싸우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등의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며 “승가에서의 화합이란 율장에서 규정한 대로 여법한 갈마가 시행되고 있느냐 여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여법한 갈마란 동일한 경계 안에 속한 구성원 모두의 출석과 그들 전원의 동의하에 사안을 결정한 후 이 결정에 따라 승가가 운영되는 방식이다. 그 누구도 위임 없이 결석할 수 없으며, 단 한명의 반대 의견이 있어도 갈마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승가갈마는 화합의 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이런 여법갈마를 통해 승가가 운영될 때, 불화가 생길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지며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결정이) 함부로 뒤집힐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갈마와 민주주의를 동일시하며 갈마의 가치를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음도 지적했다. 민주주의가 강조하는 가치가 평등이라면 갈마가 추구하는 가치는 여법함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또 94년 멸빈자 문제와 관련해 “당시 판결은 분명 과정상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불완전한 형태로 이뤄졌다”며 “자신이 왜 멸빈을 당해야하는지 납득하지 못한 채 세간의 사형과도 같은 처벌을 받았다면 누구라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요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94년 멸빈자 문제는 당사자는 물론 개혁종단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풀고 가야 할 문제”라며 “특별법이든 재심을 통한 여법한 갈마를 통해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정우 스님(군종교구장)은 “통합종단 이후 수많은 징계자들이 양산됐고, 일부 스님들은 억울한 징계를 받은 가운데서도 종단을 떠나지 않은 분들이 적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징계에 대해 명확히 검토를 통해 사면을 단행해야 한다. 이미 입적한 스님들도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종회의원 만당 스님은 “지금 이 시점에서 멸빈제도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멸빈제도를 없애고 제적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성태용 건국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공청회는 중앙종회가 종단 과거사를 재평가하고 1994년 징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처음으로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의현 전 총무원장의 재심판결 당시 강하게 반발했던 1994년 개혁주체 세력들은 중앙종회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15호 / 2015년 10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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