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에 이름 붙이기
매트릭스에 이름 붙이기
  • 고용석
  • 승인 2015.10.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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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적 베스트셀러 ‘월드피스 다이어트’의 저자 월터틀 박사와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의 저자 메릴린조이 교수가 잇달아 한국을 방문했다. 두 사람의 연구는 그 방법상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이 많다. 전쟁, 여성차별, 노예제, 생태계 파괴 등 폭력적 가치와 신념의 뿌리에 목축문화와 육식주의 이데올로기가 존재함을 밝히고 육식이 왜 우리 문화의 최대 그림자인가를 설명한다. 먼저 월터틀 박사는 1984년 송광사 하안거에 참석하여 비건 채식이 고대 아힘사(비폭력)적 삶의 연속이라는 영감을 얻는다. 그는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목축혁명을 소개한다. 이 혁명은 2000~3000년에 걸쳐 진행된 인류 역사상 가장 느리고 강력한 혁명이다.

1만 년 전에 문명의 발생지인 현재의 이라크 지역에서 인류는 최초로 양을 가축화하기 시작했고 염소, 소, 말 등이 차례로 가축화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신성하고 경외의 대상으로 여겨왔던 생명체는 오랜 기간을 통해 사물-그것으로 축소되기 시작한다. 특히 암컷이 많은 젖과 생식에 관련되다보니 먼저 축소되고 모든 가축이 그 뒤를 따른다. 야생동물조차 가축을 노리는 유해동물로 축소된다. 가축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되고 인간도 덩달아 축소된다. 암컷과 새끼가 먼저 축소되듯 특히 여성과 아동이 빠르게 축소된다.

3000년 전 인류최초의 역사적 기록물에는 공통적으로 억압적 가부장제와 사유재산, 부와 자본으로 대표되는 지배계급이 등장한다. 자본이란 단어는 소와 양의 머리를 뜻하는 라틴어 ‘카파타’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인류사회에 2가지 제도가 잇달아 발생되는데 하나는 전쟁이다.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전쟁을 가리키는 ‘가비아’는 더 많은 소를 가지려는 욕망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노예화다. 전쟁에 승리한 자는 상대편의 가축을 소유하고 사람들을 노예로 삼는다. 이렇듯 가축화가 가져온 축소와 환원주의 혁명은 전 세계로 퍼져 현재 인류사회의 주류로 자리한 지배적 위계구조를 낳고 오늘날까지 진행 중이다. 근대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의 경제적 토대 및 심리적 기틀도 목축문화에 근간한다.

반면 멜라니조이 교수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을까’ 에서 보듯 반려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햄버거를 먹는 인간의 모순적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고찰한다. 어떤 고기는 살아있는 모습이 떠올라 메스꺼워하고 어떤 고기는 거리낌 없이 먹는 보이지 않는 신념체계를 육식주의라 이름하고 그 폭력성을 밝힌다. 먼저 육식주의를 정당화하는 3가지 신화를 얘기한다. 육식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우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당화는 노예제와 여성차별 등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이 신화는 법과 언론, 교육, 정부, 의료계 등 모든 제도를 통해 내면화되고 심지어 우리의 인식까지 왜곡한다. 본연의 공감과 자비를 마비시켜 인식을 조작함으로써 생명을 사물과 추상으로 보게 한다. 사람들은 육식주의라는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고 인식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연구와 통찰은 결국 음식을 선택하는 내면의 힘으로 직결된다. 이는 차단된 의식과 공감을 온전하게 원상태로 되돌리는 혁명적 행위이기도 하다. 오늘날 기후변화를 막고 지구환경과 동물의 고통을 줄이며 사회적 정의를 위해서라도 올바른 음식선택이 필요하다. 채식이 의식적인 선택인 반면 사람들은 육식을 선택임에도 질서에 따른 당연한 것으로, 거기서 오는 자연스러움을 마치 자신의 선택인양 착각한다. 일종의 매트릭스인 셈이다. 매트릭스로부터의 탈출은 목축문화, 육식주의 같이 먼저 이름 붙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자각을 통해 우리 의식의 표면으로 떠올랐음을 의미한다. 페미니즘이 있고서야 가부장주의의 폭력성을 인식하듯 나중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신념체계가 그만큼 보이지 않고 폭력의 뿌리가 깊다는 반증이다. 비건(완전채식)운동은 문화와 사회의 공적담론에 대한 이의제기이다. 우리자신과 문화에 내재한 폭력과 미망에 대한 영적 각성이고 존재를 존재로 보는 것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315호 / 2015년 10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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