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회 기회조차 빼앗는 사형제 폐지해야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10.26 11:49
  • 댓글 3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생명’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생명, 사람목숨이라면 더더욱 귀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타인의 생명을 함부로 해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대다수는 사형집행 제도 안에서의 생명 끊기에 대해 묵인한다. 국가는 법의 이름으로 생명을 앗아가도 괜찮은 것일까? 사형이 살인 범죄율을 낮추고 정의를 실현하는 첩경인가 말이다. 사형이 진행되어도 살인 범죄율은 낮아지지 않는다는 건 이미 밝혀졌다. 판사의 오판으로 무고한 생명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진 사례가 많다. 정의실현? 그건 치안 유지에 실패한 국가 또는 정부의 변명일 뿐이다.

그렇다면 ‘타인의 목숨을 해친 사람을 용서 하라’는 것이냐 반문할 수 있겠다. 아니다. 용서는 피해자 가족만이 할 수 있다. 살인에 따른 형벌은 받아야 한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내 놓는 게 ‘종신형’이다. 감형이나 보석이 일체 통용되지 않는 ‘종신형’이다. 10년 지나면 가석방 되는 무기징역과는 분명하게 다르다. 종신형에서 가석방은 없다.

우리나라도 따지고 보면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다. 1948년 이승만 정부수립 후 1997년 말까지 902명에 대한 사형집행이 이뤄졌다고 하는데 수치만 보면 세계 13위였다고 한다. 사형 집행이 없어진 건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한 1998년 2월 이후부터다. 그럼에도 사형제 폐지를 선언하자고 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형을 ‘집행 하지 않는 것’과 ‘집행 할 수 없다’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사형제가 있는 한 사형은 정부의 방침에 의해 언제든 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세월호 침몰 사건 직후 책임자가 누구인지, 정부는 제대로 대처했는지, 향후 대책은 똑바로 세워졌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초점은 세월호 선장에게 맞춰졌다. 사형이 구형되자 세월호 사건은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책임자에게 사형이 떨어졌으니 됐다’는, 군중 복수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정부도 ‘할 만큼 했다’하고 발 빼는 것이다.

불교계가 사형제 폐지 주장에 손을 들어줘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누구에게도 참회기회는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흉악범이지만, 감옥 안이지만, 그 생명 끝나기 전, 진정어린 참회 할 수 있도록 우리는 기다려줘야 한다. 사형제 폐지는 자비실천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7대종교의 사형제 폐지 공동성명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1316호 / 2015년 10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