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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색으로 여래를 본다는 것

기자명 서광 스님

깨달은 자는 모양에 집착하거나 무시하지 않아

“수보리야!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리기를, “그렇습니다.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으로 여래를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수보리야! 만약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으로 여래를 본다면 전륜성왕도 곧 여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보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설하신 뜻을 이해하기에는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으로 여래를 볼 수는 없습니다.”

모양·음성은 현상적 세계 상징
여래는 현상 이면에 있는 본질
현상·본질은 같거나 다르지 않아
양극단으로는 본래 모습 못 봐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드러난 겉모양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면 그 사람은 삿된 길을 가는 것일 뿐, 능히 여래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수보리야! 그렇다고 여래는 신체적으로 원만한 특징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높고 넓은 올바른 깨달음을 얻었다는 생각을 하지 마라. 수보리야! 또한 가장 높고 넓은 올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마음을 일으킨 사람은 모든 법이 단절되고 소멸되었다고 주장한다는 생각을 하지 마라. 가장 높고 넓은 올바른 깨달음을 얻으려는 마음을 낸 사람은 법이 단절되고 소멸된다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수보리 존자가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을 통해서 여래를 볼 수 있다고 대답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양(相), 즉 현상을 통해서 모양이 없는(無相) 현상의 본질(空)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질문하시기를 그렇다면 같은 신체적 특징을 가진 전륜성왕도 여래라고 할 수 있는가? 하고 되물으셨다. 이 말은 ‘모양이 같으면 본질도 같다는 의미인가?’ ‘모양자체가 본질인가?’라고 물으신 것이다. 이에 대해 수보리 존자는 모양자체가 본질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부처님의 외모나 음성을 ‘부처님’이라고 보는 사람은 올바른 진리의 여행길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결코 여래를 만날 수 없다고 선언하신다.

그런데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겉모습이나 음성이 부처님 자체가 아니라고 말하면 이번에는 부처님의 겉모습과 음성과는 별개로 부처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 결과 모든 겉모습(相)을 부정하고, 모양과 형식을 무시함으로써(단절과 소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그릇된 관념에 집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깨달음을 성취한 사람은 모양에 집착해서 안주하지도 않고, 모양을 부정해서 버리지도 않는다.

여기서 색신(色身), 모양, 신체적 특징, 음성 등은 모두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고 있는 현상적 세계를 상징하고, 여래는 그 현상적 세계의 이면에 있는 본질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결론적 메시지는 현상과 본질은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세계를 절대적이고 본질적인 것이라고 집착하지도 말고(일천제/ 범부), 반대로 우리의 경험세계, 현상세계를 진짜가 아니라고 부정함(성문/ 연각)으로써 현실과의 괴리, 단절을 만들지도 말라는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자신과 세상만물의 터전인 현실을 부정하고 떠나서 현실과는 별개로 깨달음(본질/ 공/ 여래)을 구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마치 맑고 깨끗한 연꽃을 원하면서 그 연꽃을 존재가능하게 하는 생명의 터전인 연못은 더럽다고 부정하고 제거하려고 애쓰는 모습과도 같다.

한마디로 위의 가르침은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세계와 우리가 추구하는 본질(이상) 세계가 서로 같다거나 다르다고 믿는 양극단의 관점으로는 우리 자신과 세상의 본 모습을 있는 그대로 깨달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직 현실과 본질의 두 극단을 함께 바라보면서 현실 속에서 본질을 보고, 본질 속에서 현실을 보는 그 자리에서만 여래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중도, 공, 진여에 대한 깨달음).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316호 / 2015년 10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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