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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보조국사의 비명 (8) 저술들

기자명 인경 스님

수행 시작은 ‘정혜’…핵심은 고요함·지혜 담아

보조국사의 선사상을 언급할 때, ‘성적등지문(惺寂等持門)’, ‘원돈신해문(圓頓信解門)’, ‘간화경절문(看話徑截門)’의 3문 체계로 정리한다. 이것은 국사의 생애를 기술하는 비명에 근거한 견해이다. 실제로 오늘날에 남겨진 보조국사의 저술들을 보아도 3문 체계는 합당한 해석이 아닌가 한다. 현존하는 국사의 저술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성적등지문은 ‘계초심학인문’‘권수정혜결사문’ ‘법집별행론절요병립사기’, 원돈신해문은 ‘원돈성불론’과 ‘화엄론절요’, 간화경절문은 ‘수심결’ ‘간화결의론’ 등이 속한다. 또한 3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염불요문’ ‘직심직설’ ‘목우자법어송’ 등이 있다. 이밖에도 비문에는 ‘상담록’ ‘법어’ ‘가송’ 등이 있다고 적혀 있지만 아쉽게도 현존하지 않는다.

성적등지문 등 3문 체계
현존하는 저술에도 합당
‘계초심학인문’ 중요 교재
‘염불요문’등은 진위논란

‘권수정혜결사문’은 국사가 33세(1190년)에 지은 최초의 저술로서, 7개의 문답형식으로 ‘정혜를 함께 닦음’의 정당성을 규명하면서 결사를 권하는 글이다. 발심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수행과정에 따라서 이지(理知), 지관(止觀), 정혜(定慧), 보리열반(菩提涅槃) 등으로 다르게 부르지만, 그 핵심은 고요함과 지혜를 벗어나지 않음을 강조한다. 또한 여기서 국사는 먼저 깨닫고 그 깨달음에 의지하여 수행하는 의오이수(依悟而修)를 역시 강조한다. 이것은 돈오점수 사상으로서 나중에 ‘수심결’과 ‘법집별행론절요병립사기’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할  국사의 대표적인 사상이다.

‘계초심학인문’은 정혜결사의 청규로, 처음 발심하여 배우는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기본규범이다. 일상생활, 대중공양, 법당예불, 대중생활, 수행정진, 참회 등 규범과 소임들을 정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도 마지막에 모든 수행은 정혜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계초심학인문’은 한국승가의 대표적인 청규로서 오늘날에도 처음 출가한 이들의 중요한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수심결’은 돈오점수 사상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고, 정혜에 대해서 자성정혜와 수상정혜로 구분한다. 자성정혜가 돈오에 해당된다면 수상정혜는 점수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수심결’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는 대혜종고의 어록을 인용하면서, ‘필경 이것은 어떤 물건인가’라는 간화선의 화두를 참구하는 돈오점수의 방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원돈성불론’과 ‘간화결의론’은 보조국사가 입적하고 5년 후, 제자인 혜심에 의해서 간행된 저술이다. ‘원돈성불론’은 화엄사상을 중심으로 기술되었지만, 화엄과 선문의 입장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갖추어진 부처님의 보광명지를 자신의 부동지로 삼고 발심하여 선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다. 그러나 화엄에서 선을 돈교로 이해하는 점에 대해서 양자의 차이점을 제시하면서 비판적 입장을 취한다.

‘간화결의론’은 대혜의 간화선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는데 화엄사상과 간화선의 차이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원돈성불론’과 연속적인 주제를 보여준다. 간화선의 선병을 중심으로 화두참구를 제시하지만 간화선은 화엄의 돈교뿐만 아니라, 원교와도 확연하게 다른 영역임을 주장한다. 이것은 교종과 비교하여 선종의 독립된 영역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법집별행론절요병립사기’는 전통강원의 교재로서 일반적으로 줄여서 ‘절요’라고 한다. 선종의 다양한 분류와 특징을 알 수 있고, 돈오점수 사상과 함께 정혜쌍수, 간화선까지 아우르는 보조국사의 마지막 저술이다. 아울러서 전승되지 않고 있는 종밀 ‘법집별행론’의 서문을 알 수 있고, 그것에 대한 국사의 절요와 사기를 제시한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문헌적 해석학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밖에 ‘염불요문’과 ‘직심직설’이 국사의 저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보조국사의 저술인지에 대한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염불요문’은 염불의 요체를 밝히고 있는데, 선수행이라는 관점에서 그 의미를 제공하고 있다. ‘직심직설’도 마찬가지로 선종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선승의 어록을 인용하면서 마음이 그대로 곧 도임을 밝힌다. 때문에 아직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기존의 저술에서 보여주는 정혜나 간화선과 같은 주제와 다르다는 이유로 보조국사의 저술이 아니라는 단정은 어렵지 않는가 한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316호 / 2015년 10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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