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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종합사회복지관의 ‘그늘진’ 극락정토

  • 기자칼럼
  • 입력 2015.11.16 14:18
  • 수정 2015.11.16 14:19
  • 댓글 1

지난 4월 사회복지법인 석왕사룸비니가 운영하는 부천 원종종합사회복지관 한 간부가 직원들과 대화 중 “가임기여성은 다 잘라버려야겠네”라는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발언으로 당시 임신 초기였던 사회복지사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후유증으로 유산의 위험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임산부 사회복지사를 도우려 했던 계약직 직원은 복지관으로부터 계약연장을 받지 못해 “보복성 인사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복지관 앞에서는 ‘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보복성 인사’ 철회,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요구하며 현재까지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저 직원들 사이에 주고받은 농담이었을 뿐 임산부에게 상처 줄 의도는 전혀 없었고 보복성 인사 또한 계약만료일 뿐”이라며 해명에만 급급했던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은 “더 이상의 공식사과는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부적절한 언행과 시위로 문제를 확대해 지역에서 복지관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한 계약직 직원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게다가 자신들의 문제를 지적한 법보신문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은 사회약자와 소외계층 등 사회의 그늘진 곳을 따뜻하게 감싸야 할 복지시설이다. 하지만 정작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임산부와 계약직 직원 등 가장 가까운 이들에 대해 차갑고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또 사회 부조리에 대해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막고자 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해야 하는 복지관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기에 충격은 더하다. 특히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은 부천지역 대표 사찰인 석왕사가 부처님 자비사상을 사회에 회향하기 위해 위탁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여느 복지시설보다 더욱 모범적으로 운영돼야할 시설이기에 씁쓸함을 더한다. 원종종합사회복지관 설립목적인 ‘현실세계에서 극락정토 발현’은 복지관 구성원들에게는 여전히 요원한 일로 보인다.

▲ 임은호 기자
성차별적 발언이 있은 후 벌써 7개월이 훌쩍 지났다. 변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해당 임산부 사회복지사는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있다. 계약연장이 안된 직원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금도 원종종합사회복지관과 석왕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며 108배 중이다. 법적논쟁으로까지 번진 이번 논란의 결론은 재판부의 몫으로 남겨졌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사과할 일은 사과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합당한 책임을 지면 기나긴 싸움도 끝이 날 것이다. 하지만 법적논쟁으로 번지기 전, 복지관 측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응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은 안타까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불교계 사회복지시설로서 타인의 아픔을 감싸고 대자비심을 일으키는 동체대비의 정신이 살아있는지 되묻고 싶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19호 / 2015년 1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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