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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당사국 정상께 드리는 제언

기자명 고용석

11월30일부터 열리는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앞서 전 세계가 강력한 기후변화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위기에 대한 작금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이론으로 ‘공유지의 비극’이 있다. 모두에게 개방된 지구공유지에 사람들은 자신의 가축을 더 많이 방목하여 수익을 얻으려한다. 과도한 경쟁과 이기심은 결국 목초지 자체를 황폐화시키며 공멸을 초래한다. 사실 21세기에는 핵이나 지구온난화처럼 국가나 민족 단위로 해결 안 되는 문제들이 많다. 기후도 전형적인 공공재다. 다들 남들이 잘 해줘서 무임승차로 득보기를 원하지, 솔선수범하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국제적 합의를 위해서는 주권국가를 넘어 선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생물다양성과 녹색성장 등은 상호의존적이고 서로 얽힌 전체적인 문제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문제들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현재의 제도들과 문제를 다루는 틀 역시 연기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분리되고 전문화됐다. 기존의 기후정책이 문제해결에 충분하지 않는 데는 이러한 점들이 작용한다. 설사 차별화되고 통합적 기후변화 해결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현재의 틀 속에서 우선순위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예로 먹거리는 그 특성상 많은 요소와 관련돼 있고 관련부분들을 연결시킨다.

축산업은 전 세계 농지의 80%와 물의 70%를 사용한다. 선진국들이 채식위주로 식습관을 전환하면 토지가 대부분 숲으로 바뀌고 기존의 사료용 삼림파괴도 멈추는 이중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난다. 거기에 유기농을 실시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유기농 토양은 관행농보다 탄소저장률이 높고 경작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적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월드워치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품의 25%를 대체품으로 바꾸기만 해도 5~10년 내에 기후변화를 예방한다고 한다. 이는 국가 간 기후변화협상의 목표치에 도달할 뿐 아니라 세계 곡물생산량의 40%를 다른 용도로 활용되게 한다. 온난화 책임이 거의 없는 나라들이 온난화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 현실이다. 이들 개도국들의 식량접근을 배려하는 한편 지역기반 농업을 지원한다면 기후정의는 물론 식량안보, 생물다양성과 양극화 해소에도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이미 유엔과 국제기구, 아프리카 정상들이 비슷한 통합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둘째, 서구권에서는 거대사교육의 열풍이 거세다한다. 거대사는 파편화된 생각들만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그 생각들의 연결고리와 큰 그림, 우주의 일부분으로서 인류를 보여준다. 인류공통의 역사의식 나아가 우주적인 정체성까지 고민하는 시도이다. 지구역사가 1년이라면 인류는 새해 15분전에, 산업문명은 2초전에 등장한다. 찰나의 인간이 모든 생물종의 멸종을 주도하는 셈이다. 인디언들은 뭔가 행할 때 최소 5대를 심사숙고한다고 한다. 자연과 환경은 후손에게서 빌려 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자녀와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몸의 필요와 이 지구의 필요를 반영한 음식을 선택한다면, 건강은 물론, 지구온난화를 제어하고 자원보호하며 소중한 지구와 숱한 생명들을 구할 수 있다. 이러한 책임감 있는 선택은 깊은 유대감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와 연결한다. 우리 안에 내재된 이 에너지는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도약시켜 세상의 변화에 더욱 기여할 수 있게 한다.

인류는 음식과 인간, 지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하는 순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자신은 곧 우리가 먹는 그것이다. 우리의 식사가 불필요하게 무력한 동물들을 해치지 않도록, 우리의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 어디에서도 아이의 건강한 삶을 빼앗지 않도록 늘 주의하라. 점차적으로 모든 생명체가 하나임을 더욱 더 자각하게 될 것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319호 / 2015년 1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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