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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활력 넘치는 듯한 미국문화[BR]그 몰락의 징후, 강 건너 불 아니다

기자명 이병두

‘미국 문화의 몰락’ / 모리스 버만 지음 / 심현식 옮김 / 황금가지

▲ ‘미국 문화의 몰락’
“미국은 얼핏 보면 에너지와 활력이 넘치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 모리스 버만의 이 말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미국을 ‘기회와 희망의 땅’으로 여기고, 밀입국을 해서라도 그곳에 가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국은 이미 “기업들의 의도와 생각대로 움직이는 기업 상상력의 산물”이 되었고,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활력은 “상품의 구매와 소유 이상의 가치는 가지지 않는데”, 저자는 이것이 “문화적 쇠퇴”의 징후라고 본다.

저자는 ‘문명이 몰락하게 되는 네 가지 중요한 요인’- 즉,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가속화, 사회경제적 문제를 사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비용투자에 따른 한계이익의 감소, 비판적 사고와 전체적인 지적 의식 수준 등의 급격한 저하와 문맹률 확산, 그리고 ‘문화의 실질적인 내용이 사라지는 대신 이것이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뜨리거나 재가공하여 내놓는’ 정신적인 죽음 - 이 있는데, 이 네 가지가 “현재 미국 사회에 전반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또 사회가 몰락의 과정을 걷게 되면 “지식 계층이 대중에 흡수되는 지식의 하향 현상과 그 결과 정치·사회·경제·문화생활의 제반 기능이 단순화”된다는 로마 제국 연구가 로스토프체프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지적 수준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모두 같은 수준이 되어버린다면 그 사회는 운명을 다한 것”이라 볼 수 있고 미국 현실이 이에 딱 맞는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보기에, 현재 미국의 대중들은 “쇼핑을 자유로이 하거나 웬디스버거와 버거킹 중에서 어느 것을 먹을까 선택하거나 CNN을 시청하면서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관리·가공된 정보가 진정한 뉴스인 양 생각하는 그런 자유로운 권리가 곧 민주주의의 본질인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니 미국문화가 몰락에 이르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이와 같이 ‘상업주의에 물든 대중매체’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특정 사건을 미디어가 근사하게 포장하여 보도하면 대중은 뭔가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마련이지만 실제로 그다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 건 아니고, 뉴스가 실제로 객관적 사실을 다루는 내용은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미 “상업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에,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기업 주도의 소비주의 문화에 반대한다는 사람들조차 대부분 상품이 되어서” 토크쇼나 광고에 출연해 ‘깨끗한 정신’ ‘푸른 세상’ ‘완벽한 건강’을 내세워 유행시키기도 하지만 결국 “뒤를 이어 새롭게 등장할 유행에 자리를 넘겨주고는 망각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장난감, 인형, 색칠공부 그림책을 나누어 주어서 아이들의 뇌리에 기업의 이미지가 깊이 새겨지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 “맥도널드나 디즈니 등의 상업주의 소비문화에 아이들이 중독되면 그 해악은 담배에 중독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저자의 이유 있는 진단인데, 이는 특정 회사의 장난감과 만화를 사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어버이들이 마트 앞에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우리 현실도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몰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가. 모리스 버만은 “조용한 가운데 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수도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사례로 스페인 몬드라곤 교구에서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 신부가 “공동체의 목적과 개인의 사유 재산권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데”에 목표를 두고 펼쳤던 조합 운동을 든다. 이제 이 조합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요즈음 봇물 터지듯이 많은 조합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그 성공 여부가 단순히 정치 사회적으로뿐 아니라 우리 문화의 지속가능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1319호 / 2015년 1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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