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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 가르침 담긴 랩, 조계사를 물들이다

‘성철 스님 랩퍼되다’ 대회 현장

▲ ‘제1회 성철 스님 랩퍼되다 랩 창작곡 대회’가 11월14일 조계사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대상인 총무원장상 1팀을 비롯해 수상자 9개 팀에게 상금 1080만원이 수여됐다.

“어떤 이든 평등하기를 원해.
또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그 전에.
사랑과 자비 말로만 하지 말고.
모든 생명을 부처님같이 사랑할 줄 알아야 돼”

성철 스님 가르침을 담은 법어가 빠른 비트의 랩과 만났다. 고요했던 조계사 경내가 들썩거리며 랩으로 물들었다.

포교원, 11월14일 랩 경연대회
전국에서 랩 하나로 뭉쳐 모인
청소년·일반 18개팀 열띤 경연

서툴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에
관객들 환호·감동 불러일으켜
참가자의 성철 스님과 인연 등
다양한 사연·얘기들도 ‘눈길’

백련불교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새로운 문화의 장 되길 발원”
수상곡 전곡 앨범으로 제작
청년포교에 적극 활용도 약속

조계종 포교원이 주최하고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과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회장 정여 스님)가 주관한 ‘성철 스님 랩퍼되다 랩 창작곡 대회’가 11월14일 오후 서울 조계사 특설무대에서 열었다.
올해 처음 개최한 랩 창작곡 대회는 성철 스님 가르침을 젊은 세대에게 좀 더 쉽게 알릴 수 있도록 마련됐다. 포교원은 10월 한 달 간 성철 스님 법어를 편사한 가사 16개와 비트 5곡을 배포하고 데모파일을 받아 참가자를 모집한 바 있다.

▲ 관객들은 래퍼들의 실수에도 환호와 응원의 박수 보냈다.

이날 치열한 예선을 통과한 청소년 9팀, 대학생·청년 9팀 등 총 18팀이 본선 무대에서 열띤 경연을 펼쳤다. 동국대부속여자고등학교 재학생 4명으로 구성된 ‘여울’팀을 시작으로 동국대부속고등학교 ‘108번뇌’, 제천상업고 심현섭, 영석고등학교 ‘부처핸즈업’ ‘대광효와 아이들’ 등 전국에서 모인 개인과 팀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들의 리듬을 통해 1981년 종정수락법어인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를 비롯해 ‘모든 생명을 부처님과 같이’ ‘자기를 바로 봅시다’ ‘평화가 넘쳐흐르는 세계’ 등 성철 스님의 가르침이 랩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공연은 간혹 서툴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이 관객들의 환호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일반부 참가자 진용진씨는 공연 도중 가사를 까먹었음에도 “삶이란 원래 빈손으로 와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며 “내 가슴 안에 부처님이 있으니 그것만으로 됐다”고 자연스럽게 개사해 경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장문복씨는 랩을 마친 후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고 적힌 족자를 들어 보이며 “성철 스님의 법문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읽는 순간 바로 내 이야기임을 느꼈다”며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랩을 시작하고 오히려 이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감동을 줬다.

▲ 비가 추적추적 내린 궂은 날씨였지만 관객들도 랩에 몸을 맡기며 큰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다.

출연자들의 다양한 사연들도 눈길을 끌었다. ‘대광효와 아이들’의 리더 박솔유씨는 “대광효는 초등학교 때 해인사에서 열린 2박3일 캠프에 참가해 3000배를 올린 후 성철 큰스님에게 직접 받은 법명”이라며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곡을 만들었다”고 스님과의 추억을 전했다.

일반부 참가자 전상윤씨는 “10년 전 조계사에서 열린 한 행사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며 “그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 업계를 떠났다가 용기를 내 돌아와 오른 첫 무대가 우연찮게 또 조계사다”고 말해 큰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궂은 날씨였지만 관객들도 리듬에 몸을 맡기며 큰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다. 생소한 리듬이었지만 남녀노소, 국경을 넘어 랩으로 변신한 성철 스님의 가르침에 이날 경내에 모인 이들 모두가 하나 됐다.

▲ 랩 경연대회를 진두지휘했던 아웃사이더의 축하공연은 조계사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이날 빗속에서도 2시간 넘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대만인 관광객 리팅훼이(33)씨는 “대만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점점 젊은 층 불자들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랩 창작곡 대회와 같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젊은이들과 소통한다면 대만불교의 미래도 걱정 없을 것 같다”고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본선 무대가 끝나고 이어진 축하무대는 조계사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투탁&루팡’의 비트박스 퍼포먼스에 이어 이번 랩경연 대회를 진두지휘한 아웃사이더, 대회 심사위원 MC메타의 무대가 이어지자 관객들은 환호하며 객석을 뛰쳐나와 여느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 대상인 총무원장상은 ‘산은 산, 물은 물’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한 김광희씨가 차지했다.

상금 500만원이 수여된 ‘제1회 성철스님 랩퍼되다 랩 창작곡 대회’ 대상인 총무원장상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를 ‘산은 산, 물은 물’로 개사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김광희(26)씨가 차지했다. 3년 전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해 현재 홍익대 등지에서 ‘하이지’란 예명으로 활동 하고 있다는 김광희씨는 “법어를 수백번 읽고 또 읽었다”고 웃으며 “법어를 가사로 해석하기 전, 먼저 이해하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느덧 득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어 “조금은 늦게 랩을 시작한데다가 재능도 그리 뛰어나지 않아 남들보다 더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며 “앞으로도 래퍼로서 좋은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가지 법어를 섞어 만든 곡 ‘시야’로 청소년부 금상을 수상한 박주용(17, 불이학교)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안학교를 다니며 여러 분야에서 자극을 받았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랩”이라며 “대회 참여나 수상은 그저 수단일 뿐, 랩을 통해 세상에 내 생각을 알리고 소통하는 게 목적”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이밖에 일반부 금상은 ‘거룩한 자기’를 부른 장문복씨에게 돌아갔다. 은상은 ‘어리다는 건’을 부른 조해천(화순 능주고) 학생과 ‘High Low’를 부른 최관우씨, 동상은 ‘HEY HO’를 부른 조영근(수원 영신중) 학생과 ‘나무아미타불’을 부른 전상윤씨, 인기상은 ‘깜깜한 밤중에 붉은 해가 높이 뜨니’를 부른 108번뇌팀(동대부고)과 ‘아무 것도 모르면서’를 부른 대광효와 아이들이 각각 수상했다.

▲ 이날 심사위원은 속사포 래퍼로 알려진 아웃사이더, 그룹 가리온의 MC메타, 박지훈, 윤소희 작곡가, 이종만 좋은벗 풍경소리 대표 등이 맡았다.

심사를 맡은 아웃사이더는 “랩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대회 취지를 잘 살렸느냐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며 “래퍼 혼자의 느낌보다는 큰스님의 말씀을 다 같이 나눌 수 있게 곡을 만든 팀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이어 “랩이 사찰에서 울려 퍼졌다는 것만으로도 뮤지션으로서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대회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랩 창작곡 대회는 부처님 말씀을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자 마련한 행사”며 “신세대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포교 콘텐츠이자 문화의 장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과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는 대회에 그치지 않고 수상곡을 앨범으로 제작해 청소년·청년 포교에 활용할 계획이다. 성철 스님의 가르침이 많은 이들의 입에서 흥얼거려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20호 / 2015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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