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석춘 칼럼] 박 대통령에게 ‘템플 체험권’을

기자명 법보신문

박 대통령 국무회의서 강경발언
조계종 집행부 향한 ‘압력’ 걱정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노동개악’
노동자 시위는 자신 요구 알리는
협상일 뿐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 옥죌게 아니라 권익 높여야
템플스테이하며 스스로 성찰하길

▲ 박근혜 대통령이 11월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노동자 시위에 대해 강경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홈페이지.

스님들에겐 일상이지만, 산사에서 하루를 보내면 심신이 맑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종종 대학생들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템플스테이’를 추천하는 까닭이다. 지난여름에 ‘템플스테이 체험권’을 받았다. 언제든 절로 갈 수 있다는 느낌을 오래 지니고 싶어 아직 쓰지 않고 있다. 그 ‘애지중지 선물’을 선뜻 주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다.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나는 시대인식을 같이한다. 그렇다. 2015년 겨울을 맞는 대한민국은 ‘위선의 시대’다.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한 11월24일,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노동개혁 법안’을 빨리 처리하라며 국회를 겨냥해 “맨 날 앉아서 립 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이거는 말이 안 된다”며 “위선”이라고 몰아쳤다.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다면 울뚝밸 치밀기 십상이다. 기실 국회는 언제나 신문과 방송의 뭇매를 맞아왔다. 그 뿐인가. ‘노동개혁’을 반대하는 민중총궐기대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을 터다. 실제로 대통령은 국회의 위선을 비난한 그 자리에서 ‘민중총궐기대회’를 거론한 뒤 “불법폭력 행위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단언했다. 이어 조계사에 피신한 민주노총 위원장을 겨냥해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고 국가경제를 위축시키며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불법 폭력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강력대응을 지시했다. 조계종 집행부가 어떤 ‘압력’을 받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찬찬히 짚어볼 일이다. 사부대중이 알다시피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연기법의 고갱이다.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정부를 무력화시키려한다고 흥분하지만, 왜 그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전혀 성찰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이 위기에 몰릴 때에 한해 ‘정리 해고’를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성과나 태도 ‘불량자’까지 잘라버릴 ‘일반해고’를 도입하겠다는 ‘노동개혁안’에 대체 어떤 노동단체가 동의할 수 있단 말인가. 노동자들에게 정부의 ‘노동개혁’은 명백한 ‘노동개악’이다.

미국 언론계가 정립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근거해서 보더라도 언론은 정부의 ‘노동개혁’ 논리와 민주노총‧야당의 ‘노동개악’ 논리를 공평하게 보도해야 옳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 언론이 그렇게 하고 있는가. 아니다. 정부의 논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할 때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바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다. 집회와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알려야 협상이라도 할 수 있다. 그것은 무슨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상식이다. 그런데 그조차 ‘차벽’으로 봉쇄한다면? 어떻게 해야 옳은가.

서울 광화문에 10만 명이 모였다면, 국정최고책임자가 그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옳다. 더구나 일흔을 앞둔 농부가 경찰의 ‘물대포 직사’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지금 이 나라 ‘중생’들은 힘겨운 나날을 살아가고 있다. 후보시절 박근혜는 ‘경제 민주화’를 내걸고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된 뒤 그 공약은 가뭇없다. 민생을 하려면 노동자들을 옥죌 게 아니라 그들의 권익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내수시장이 살고 경제가 돌아간다. 이미 미국 오바마 정부와 프랑스 올랑드 정부를 비롯해 세계적 흐름이다. 심지어 일본 아베 정부조차 그렇게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회와 민주노총을 살천스레 조준하며 경제위기 책임을 돌린다. 과연 그래도 좋은가. 위선이다.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이거는 말이 안 된다”는 말, 고스란히 돌려준다.

▲ 손석춘 교수
바로 그래서다. 외국 돌아다니느라 분주한 대통령에게 호젓한 ‘템플스테이’를 권하고 싶다. 꼭 참선을 하지 않아도 좋다. 1박2일만이라도 고요히 머무르며 자신을 성찰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뜻만 있다면 얼마든지 내가 지닌 ‘체험권’도 보내줄 수 있다.

건국대 교수 2020gil@hanmail.net

 

[1321호 / 2015년 12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