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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송은 온몸으로 격변기 살았던 불교지성”

  • 교학
  • 입력 2015.11.26 10:47
  • 수정 2015.11.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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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 25주년 맞아 추모세미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주관
역사·선시·차 등 다각적 조명
응송은 초의차 맑은 기품 계승

▲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가 11월2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응송 스님 추모 학술세미나를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혜국 스님이 축사를 하고 있다.
구한말, 일제강점기, 6·25전쟁, 불교정화 등 격동의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았던 응송(應松) 박영희(1893~1990) 스님. 근대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독립운동가였으며, 승려이자 문화운동가였던 응송 스님의 삶을 조명하는 첫 세미나가 열렸다.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소장 박동춘)는 11월2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응송 스님 추모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응송 박영희의 삶과 차’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본 학술세미나에 앞서 불교계와 차인들의 축사와 격려사가 이어졌다. 응송 스님의 손상좌인 담양 용흥사 몽성선원장 진우 스님은 “노스님께서 열반하시기 몇 해 전 완도 신흥사에서 소임을 맡고 있을 때 1년여를 모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며 “노스님께서 살아오시면서 승려로서의 삶과 차에 대한 연구, 수행과 경학(經學), 선학(禪學) 등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많이 들려주셨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관점에 따라 극명한 시각의 차를 보일 수 있겠으나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응송 대종사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 정상적으로 잘 정돈돼 올바른 가치평가가 정확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은 격려사에서 “(응송 스님이 박동춘 소장에게 전수해 복원된) 동춘차는 응송 스님의 인품을 말 없는 말로써 듣게 된다”며 “영혼을 깨우는 차가 없었다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을 것이다. (초의차를 전수한) 응송 스님에게 감사의 삼배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동선 한국차인연합회 이사장은 “1970년대 말 우리 차인들이 일지암 복원에 나섰던 것은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 스님이 머물렀던 성지였기 때문이었다”며 “당시 응송 스님이 없었다면 일지암의 위치도 알 수 없었고 복원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정양모 백범기념관장은 “1981~1982년 응송 스님을 초청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스님은 격식과 예법에 얽매이면 차맛이 없어진다”며 “차맛은 적절한 제다와 좋은 물, 정성을 다해 차를 끊이는 과정에 있다고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고 강조했다. 박권흠 한국차인연합회장은 “초의 스님은 한국차의 맥을 이은 다성”이라며 “올해 메르스가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피해가 없었던 것은 차문화가 활성화됐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도 초의 스님으로부터 이어온 차문화를 진흥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초의 스님이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산, 추사, 소치 등 당대의 인물들과 더불어 활동했던 이유가 크다”며 “우리도 작은 의미의 다도가 아니라 보다 큰 포괄적이고 인문학적인 다도를 지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학술세미나에는 4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응송 스님의 활동을 불교 업적, 독립운동, 선시, 차 분야를 맡아 각각 고찰했다.
이어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학술세미나에서는 4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응송 스님의 활동을 불교 업적, 독립운동, 선시, 차 분야를 맡아 각각 고찰했다.

먼저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는 불교청년운동, 본사 주지, 선학 및 차문화 중흥 등 활동을 조명함으로써 근대 변혁기에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해 고뇌하고 열망했던 출가자의 생생한 면모를 고찰했다. 정 교수는 “응송 스님은 만당 등 불교청년운동에 앞장서 활동했고 오랫동안 대흥사 주지를 역임한 본산 체제의 불교계 지도 인사였으며 선학에도 노력을 기울였고 차에도 정통한 식견을 가졌다”며 “변화의 새 시대를 적극 받아들여 이를 위해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하며 새 길을 모색했던 당대 지성인의 한 면모가 응송 스님의 발자취”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응송 스님의 독립운동과 민족불교를 조명했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응송 스님이 근현대 불교라는 무대에서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가치관으로 승려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인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응송 스님이 일생 동안 분투, 헌신한 행보, 가치 등에 대해서는 국가로부터 독립운동가 지정, 그의 다맥을 계승하고 있는 학자 및 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일정한 평가가 있어 왔지만 정작 불교계에서는 그에 대한 역사적 조명, 자리매김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응송 스님과 연고가 있는 조계종, 태고종, 동국대, 대흥사 등에서 응송 스님의 삶과 존재에 대한 가치 부여를 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미선 청주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응송 스님의 시문학 세계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수연설법(隨緣說法)의 제법문’을 기초자료로 작품에 대한 개관, 창작 연대별 및 작품의 형식적 분류 등을 통해 선시 계승 문제를 다뤘다. 김 교수는 “응송 스님의 선 문자에는 선정, 선취, 선리, 선차의 특징을 비롯해 당시 및 우리나라 고전 속 한시에서 두루 용사(用事)를 한 자취를 찾을 수 있었다”며 “이는 응송 스님의 불가서(佛家書) 및 제가서(諸家書)에 대한 정진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고 밝혔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은 응송 스님 다법의 연원 및 특징을 살폈다. 이를 통해 응송 스님은 대흥사의 다법을 훈습 받았던 인물로서 응송 스님의 다법은 초의 스님이 행했던 다법의 원형이 무엇인지를 구명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박 소장은 “응송 스님의 제다법은 초의, 범해, 원응 스님으로 이어져온 대흥사의 다법을 이은 것으로 고온에서 찻잎을 덖어내는 덖음차”라며 “응송 스님의 차는 맑고 시원한 초의차의 기품을 이은 것으로 이는 한국 전통차의 격조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는 이날 학술세미나 참석자들에게 전통 차문화 연구서의 선구가 된 응송 스님의 ‘동다정통고’(이른아침)를 보시했다. 최근 발간된 이 책에는 차의 시원, 중국 차문화의 역사와 우리 차문화의 관계, 차나무 재배법, 차의 제조법, 차를 위한 물, 차 우리기, 다완에 대하여, 우리나라 다서와 초의선사 등을 응송 스님의 안목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부록으로 응송 스님 자서전과 ‘수연설법제법문’도 수록돼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21호 / 2015년 12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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