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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미얀마 성지순례

  • 동행취재
  • 입력 2015.11.30 13:51
  • 수정 2015.11.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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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탑의 나라 미얀마에서 맑은 불성을 탁발하다

▲ 동화사 성지순례단은 ‘황금모레 언덕’이라 불리는 쉐지곤 파고다를 참배했다. 50m에 이르는 거대한 탑을 돌며 석가모니불 정근하는 모습이 경건하기만 하다.

붓다의 나라 미얀마에 갔다. 화려함과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규모의 탑과 절들이 국토 곳곳을 장엄한 나라. 국민의 90%가 불자인 미얀마의 하루는 가정에 모셔진 불단에 기도를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어스름 새벽, 코끝 매운 공기를 가르며 정갈하게 줄지어 탁발에 나서는 거룩한 스님들. 공양을 올리기 위해 새벽밥 지어 길가에서 합창한 채 스님들을 기다리는 불자들의 맑은 신심이 넘쳐흘렀다. 부처님의 법향(法香)은 어둠을 밀어내는 빛처럼 미얀마를 두루 품었다. 번잡한 도시에서 한적한 시골, 험준한 산속, 깊은 동굴까지 탑과 절은 끊이지 않았다. 푸른 물 가득한 호수 위에도 탑과 절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산소 대신 신심으로 숨을 쉬고 있는 듯했다.

11월18~23일 덕문스님 등 130명
바간·만달레이·양곤 성지순례
탑돌이·탁발공양·예불 참여로
“불탑의나라서 벅찬 감동 느꼈다”

양곤 야자조 사원에 머무는
어린이 1500여명에 가방전달
목련존자 진신사리 기증 받고
사찰 간 진중한 인연 맺기도

탑과 절에는 불자들이 넘쳐났다. 빈부, 남녀, 귀천에 관계없이 부처님 곁으로 모여들어 기도를 올렸다. 부처님 앞에선 누구나가 평등했다. 그 옆에는 꽃과 과일, 음식과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참배객을 맞았다. 가난한 나라의 살림살이를 숨길 수는 없었지만 국민들의 얼굴은 미소로 빛이 났다. 맑고 선한 기운이 온 몸에서 넘치듯이 흘렀다. 그래서 나라 전체가 불연(佛緣)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절에 들어가려면 입구서부터 신발을 벗어야 했다. 맨살이 뜨거운 대지에 닿고서야 비로소 부처님 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 불편함이 풍요와 편리에 휘말려 잃어버렸던 고졸한 신심의 조각들을 ‘몰록’ 일깨웠다. 이론으로 무장한 머릿속 불교 대신 믿음과 귀의, 헌신이라는 가슴 속 불교를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11월18일~23일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덕문 스님과 130여명의 성지순례단은 5박6일의 일정으로 미얀마로 떠났다. 초기승가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미얀마 불교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미얀마 국민들의 굳건한 신심의 비결도 알고 싶었다. 불과 50년 만에 국민의 30%가 기독교인으로 변해버린 우리와 달리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불교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낸 미얀마 불교의 힘과 자부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바간 쉐지곤 파고다 = 쉐지곤 파고다에서 미얀마 성지순례 고불식을 가진 순례단은 석가모니 정근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첫 번째 방문지는 미얀마 중부에 위치한 바간이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미얀마 불교의 자존심.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 보르부드르와 더불어 세계3대 불교유적지로 추앙을 받는 성지다. 사방 40km에 이르는 푸른 평원에는 2700여개의 무수하게 많은 탑과 절들이 구름처럼 펼쳐져 있었다. 바간은 11세기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아노라타왕에 의해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이후 미얀마 불교는 이곳을 중심으로 나라 전역으로 퍼져 지금의 미얀마 불교를 탄생시켰다. 순례단은 쉐지곤 파고다를 참배했다. ‘황금모래 언덕’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부처님 머리뼈와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모조치사리가 모셔져 있다. 치사리를 이운하던 코끼리가 휴식을 취하던 곳에 탑을 쌓고 그곳에 성보를 모셨다.

신발을 차에 두고 맨발로 흙길을 걸었다. 대리석의 긴 회랑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황금빛 찬란한 탑과 전각들이 무수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있었다. 온갖 꽃으로 장엄된 불단 주위는 불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국의 땅, 특별한 장소에서 순례단은 ‘천수경’과 ‘반야심경’을 염송했다. 이윽고 탑돌이가 이어졌다. 석가모니불을 정근하며 탑돌이를 시작하자 세계 각국 불자들의 눈길이 쏠렸다. 더러는 함께 합장을 하고 더러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장엄한 장면을 남기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피부와 생김새는 다르지만 일불제자(一佛弟子)의 끈끈함이 마음으로 이어졌다. 기도와 신심으로 쌓아올린 아난다, 부파야 사원의 서원을 품은 채 일몰로 유명한 쉐산도 파고다에 올랐다.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올라 바라본 바간평원은 합장한 손인 듯 탑과 절들이 열을 지어 하늘을 향했다. 바간평원에 늘어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탑들이 저물어가는 태양과 더불어 점점이 지고 있었다.

만달레이 마하간다용 강원 = 미얀마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강원인 마하간다용을 방문한 순례단은 1500여명의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순례단은 바간 동쪽으로 향했다.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가 있는 곳이다. 수도 양곤에서 북쪽으로 622km 떨어진 인구 70만의 대도시다. 이곳은 미얀마 왕조가 마지막 불꽃을 피웠던 곳이다. 만달레이는 스님들을 배출하는 미얀마에서 가장 큰 강원인 마하간다용으로 향기롭다. 미얀마 불자라면 죽기 전에 반드시 한번은 참배해야한다는 4톤의 황금불상을 모신 마하무늬 사원, 729개의 대리석에 팔리어 경전을 새긴 쿠도도 사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순례지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만달레이 첫 순례지 마하간다용으로 향했다. 매일 오전 10시30분 강원을 나와 공양간으로 향하는 스님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강원 주변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참배객과 관광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주변의 소음에도 불구하고 기러기처럼 정갈하게 늘어선 1500여명에 이르는 스님들은 놀랍도록 고요하다. 발우를 들고 조용히 걸어가는 정갈한 침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쏟아지는 공양물 속에서도 스님들은 흐트러짐이 없다. 이런 스님들이 있었기에 오랜 세월 부처님의 가르침이 미얀마에 꽃 피울 수 있었을 것이다. 마하무늬 사원과 쿠도도 사원을 차례로 참배한 후 강 건너 밍군으로 향했다. 밍군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탑, 밍군대탑이 있는 곳이다. 가로 200m, 높이 150m에 이르는 미완의 탑은 주변을 압도했다. 그러나 탑은 넉넉함과 포근함 대신 적막과 처연함을 품고 있었다. 왕명에 의해 시작된 불사는 국민들을 혹독한 노동으로 밀어부쳤고 결국 왕조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비극적인 역사를 품고 있는 탑은 균열로 위태로웠다. 자비가 없는 맹목적인 불사가 어떤 과보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참배지라 할 수 있다.

인레호수 파웅더우 사원 = 인레호수 최고의 성소인 파웅더우 사원을 참배한 순례단이 부처님께 꽃 공양을 올리고 있다.

밍군대탑 앞에서의 처연함을 안고 인레호수로 향했다. 물위에 탑과 절이 즐비한 이곳은 미얀마 불교의 또 다른 신행의 현장이다. 인레호수는 폭 11km, 길이 22km의 미얀마 제2의 호수다. 200여개의 마을이 호수 전역에 흩어져 있다. 물위의 삶이라지만 불교에 대한 신심은 육지의 사람들에 뒤지지 않는다. 조각배를 타고 나선 호수 위에서 수많은 탑과 절들이 일행을 맞이한다. 기록에 따르면 호수에 조성된 탑과 절은 1000여개가 넘는다. 그만그만한 탑들을 지나 인레호수 최고의 성소 파웅더우로 향했다. 파웅더우에는 5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불상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로 호수 최고의 성소로 추앙받는 곳이다. 불상이 인레호수에 모셔진 것은 12세기 무렵. 호수 위 사람들은 매년 이들 부처님을 배에 싣고 수상축제를 벌였다. 그러던 어느 날 축제 도중 불상이 호수 한가운데 빠져버렸다. 호수 위 사람들은 실의에 빠져 어쩔 줄을 몰랐다. 물이 너무 깊어 불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불상은 신이하게도 호수 가장자리에서 온전하게 발견됐다. 부처님의 가피로 여긴 사람들은 불상이 발견된 그 자리에 절을 지었다. 이곳이 바로 파웅더우다. 불상은 절의 중앙에 모셔져 있었다. 그러나 너도나도 금박을 입히는 바람에 형체가 사라져 알 수가 없다.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신행의 현장이지만 미얀마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불편함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경외와 경건함 가득한 그들의 모습에서 불상의 원형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양곤 까바에 파고다 =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까바에 사원. 부처님과 사리불, 목련존자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 순례단 머리에 일일이 사리병을 올려 축원하는 미얀마 종교성 관계자들.

미얀마 수도 양곤은 무더웠다. 열대의 나라라지만 11월 중순은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 그러나 날씨는 한여름과 다를 바 없다.  양곤은 미얀마의 수도답게 화려하고 유서 깊은 사찰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순례단은 양곤 외각의 작고 고졸한 사찰을 찾았다. 야자조라 불리는 이 절은 부모 없는 어린이 1500여명을 돌보고 있는 곳이다. 순례단이 도착한 날, 작고 허름한 절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주지 와니타(Wannita) 스님이 사리불과 목련존자의 진신사리를 동화사 순례단에 전달했다. 사리는 인도 산치대탑의 분과사리다. 인도 라즈기르 나란다 소재 박물관 소장이었던 스님이 귀국하면서 미얀마로 들여왔고 10년간 모셔왔던 사리를 동화사에 기증한 것이다.

“사리를 잘 모시면 부처님이지만 의심하면 한낱 먼지에 불과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사리를 잘 모셔주기를 당부 드립니다.”

사리를 전달하는 와니타 스님의 손이 떨렸다. 동화사 주지 덕문 스님은 “사리이운으로 한국과 미얀마, 동화사와 야자조가 더욱 지중한 인연을 맺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순례단은 감사의 표시로 야자조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사에서 정성껏 준비한 가방 1000개를 보시했다.

순례단은 사리병 3개에 모셔진 진신사리를 품고 한국으로 향했다. 흔들리는 사리병에는 사리외에도 미얀마에서 탁발해 온 신심들이 가득 쌓였으리라.

미얀마 순례를 마친 장해영(원행화, 대구 수성구)보살은 “웅대하고 화려한 탑 앞에서 스님들과 함께 예불을 모시면서 불자로서 벅찬 감동을 느꼈다. 이번 성지순례는 두고두고 불자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좋은 경책이 될 것”이라고 감격해 했다.

미얀마=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1321호 / 2015년 12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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