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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보조국사의 비명 (12) 비명제작의 연유

기자명 인경 스님

“스님의 석장이여, 만상을 모두 융섭하도다”

“스님이 입적한 다음 해(1211년)에 그의 법을 이은 사문 혜심(慧諶, 1178~1234) 스님이 행장을 갖추어 임금에게 ‘원하옵건대 후대를 위해서 명을 내려주소서’ 아뢰었다. 임금은 ‘그렇게 하라’고 하고, 소신에게 비문을 짓게 하였다. 신(臣)은 유학을 업으로 하지만 아직 깊게 도달하지 못한 자인데, 하물며 부처의 마음과 조사의 법을 알겠는가. 다만 임금의 명이라 사양할 수가 없으므로 조금 얻는 것을 다하여 스님의 광대한 덕을 기술할 뿐이다.”

간화선 뿌리내린 혜심 스님
국왕에게 국사 비 건립을 청원
왕명으로 김군수가 행장 정리
보조 스님 지혜·덕 찬탄하다

여기서 신(臣)은 보조국사의 비명을 지은 김군수를 말한다. 생몰 년대는 알 수 없지만, ‘삼국사기’를 저술한 김부식(1075~1151)의 손자이다. 김부식은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유학자였고, 문장가였지만 또한 현실에 깊게 관여한 정치인이었다. 아마도 김부식은 이런 조부의 영향력 아래 문장을 다듬은 것으로 보여진다.

보조국사의 법을 계승한 제자 혜심(慧諶, 1178~1234)은 정혜결사의 도량인 수선사를 확고한 기반 위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선문염송’ 저술에서 보듯이 그의 주된 업적은 간화선의 대중적 기반을 다진 것이다. 보조국사가 간화선을 도입했다면 혜심은 간화선을 뿌리내리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이런 결과로 간화선의 영역은 보조국사보다는 주로 혜심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아무튼 오늘날 비명에서 전하는 보조국사에 대한 소식은 주로 혜심에 의해 수집된 자료를 기반해 김군수가 찬한 것이다.

“명: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킴이여. 달은 손가락에 없고./ 언어로서 법을 설함이여. 법은 말에 있지 않도다./ 삼승의 모든 경론이여. 근기에 따름이요./ 경절의 곧장 들어감이여. 한 개의 문이 있을 뿐이다.
석가모니께서 꽃을 들어 보이심이여. 가섭이 크게 웃었다./ 달마가 소림사에 들어가 면벽함이여. 혜가 팔을 끊었다./ 마음으로 마음을 전함이여. 둘이 아니요. 법으로 법을 줌이여. 정연하도다./ 진정한 가풍이여. 다 함이 없다. 어느 시대인들 사람이 없으리오.
스님의 몸이여. 학이 둥지에서 나옴이다. 스님의 마음이여. 거울에 티끌이 없다./ 하가산이여. 길을 열었다. 송광사여. 멍에를 벗었도다./ 선정의 물 맑음이여. 물결이 없다. 지혜의 등불이여. 광명에 어둠이 없다./ 뜰 앞의 잣나무여. 조사의 뜻에 답한다. 못의 연꽃이여. 참된 종지를 편다.
사중이 둘러쌈이여. 서로 뒤섞다. 한 소리 펼쳐짐이여. 은은하도다./ 생사를 관함이여. 환과 같다. 어찌 참됨과 거짓이 따로 있겠는가./ 아, 스님의 석장이여. 만상을 모두 융섭하도다./ 바람에 버들가지 날림이여. 비가 배꽃을 때리도다.”

마지막의 비명은 짧은 게송의 형태를 취한다. 그냥 시로서 읽으면 되지, 평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 몇 마디 적어본다. 각각의 단락은 필자가 구분한 것이다.

첫째 단락은 선종의 종지를 언급한다. 언어적인 언표가 궁극의 진리를 담지 못함을 기술하고, 그 대안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도리를 노래하고 있다.

둘째 단락은 부처님 이후 달마대사에서 시작되는 선종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이것은 곧 보조국사의 역사적인 의미를 이미 당시에도 인지했음을 보여준다.

셋째 단락은 보조국사의 생애를 매우 간략하게 시 형태로 기술하고 있다.

네 번째 단락은 국사의 선정력과 지혜의 덕을 찬송하고 사회적인 영향을 노래한 부분이다.

(*비명의 번역은 해주 스님의 번역본을 참고하였음)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321호 / 2015년 12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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