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 사찰림 활용방안

산림전문가 키우고 불교가치 지닌 프로그램 개발 필요

▲ 사찰림은 현대 문명병을 치유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병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유아들의 교육공간으로 변한 숲 유치원 현장.

산림휴양, 숲 해설, 산림치유, 수목장, 숲 유치원. 지난 30여년 사이에 숲에서 새롭게 창출된 산림영역이다. 1970~1980년대의 치산녹화기에 우리 귀에 익숙하던 입산금지, 사방사업, 속성수, 산림녹화 등의 단어는 사라지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용어들이 어느 틈에 우리네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사찰 숲 이용 늘고는 있지만
일반 휴양림 수준 못 벗어나

산림청, 치유프로그램 개발
산림치유지도사 양성 박차

템플스테이에 숲 활용도 낮아
산림치유 명상 등 개발 시급

가람 바깥의 숲은 지난 30년 사이에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고 있을 때, 불교계의 숲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하긴 불교계에서도 사찰림의 활용방안에 대해 고심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비록 구두선으로 거쳤을망정, “사찰림을 비롯한 정신문화와 관련된 불교자원이 국민 치유와 사회통합에 활용될 수 있는 지원책”의 필요성을 피력하거나 ‘전통문화 계승발전’ 정책의 하나로 ‘사찰 숲을 활용한 생태보전, 친환경 정책개발’을 천명하기도 했다. 개별사찰은 물론이고, 종단에서조차도 사찰림에 대한 조직이나 인력이 없는 형편에 지금 당장 세부 계획을 내놓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나 구체적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점은 아쉽다.

사찰림에 대한 피력이나 천명은 없는 것보다 낫다. 숲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읽어내고자 하는 불교계나 종단의 노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의 효과를 높일 방법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작은 실마리라도 잡으려고 각 사찰이 운영하는 숲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한번 살펴보았다.

사찰의 홈페이지나 관련 매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전국적으로 14곳 사찰이 사찰림을 활용하고 있었다. 해인사나 통도사는 사찰림에서 잣과 산나물과 같은 임산물을 생산하고, 은해사, 기림사, 전등사는 사찰림을 수목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사찰림을 활용하고 있는 14곳 사찰 중 생태 숲 공원(수타사), 숲길 명상(법주사), 숲길 트레킹(내소사), 편백 트레킹(선암사), 천 년 숲 걷기(월정사), 숲길 걷기 명상(통도사, 봉선사), 숲 해설과 숲 명상치유(백양사), 행선과 숲 속 걷기(백담사)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찰이 10곳이나 되었다.

그밖에 개별 사찰들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숲을 활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해남 대흥사, 남양주 봉선사, 부산 홍법사, 공주 영평사 등에서 개최된 ‘여름 숲 속 학교’를 들 수 있다. 그밖에 불교환경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불교 생태학교, 숲 해설가 양성교육, 숲길 걷기행사도 확인되었다.

사찰림이 주로 보건, 휴양, 교육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런 결과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번지는 산림휴양이나 산림치유의 바람이 사찰림 활용에도 영향을 미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다. ‘국민통합이나 사회치유’를 위해 독특한 사찰림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는 일반 휴양림이나 공원에서 운영하는 숲 관련 프로그램(숲 해설, 숲 체험, 산림치유 등)과 별다른 차별성을 발견할 수 없는 점이 그렇다.

▲ 백련사 동백 숲을 찾은 솔바람 회원들.

오늘날 새삼스럽게 숲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숲이 현대 문명병을 치유할 수 있는 묘약이자 살아 있는 병원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이미 오래전부터 산림치유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산림치유를 전담할 산림치유지도사 양성 교육기관을 전국 각지에 지정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숲의 치유 효과란 과연 어떤 것일까? 숲의 존재가 사람들의 일상 행동에 변화를 초래시킨다는 사실은 최근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환경행동학이나 녹색심리학이라 불리는 이 분야 연구에 따르면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숲의 치유효과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 첫 사례로 시카고의 공공주택에 세 들어 사는 주민들에 대한 사회성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 사는 사람이 숲이 없는 곳에 사는 사람보다 이웃과 더 잘 어울렸고, 서로 잘 뭉쳤으며, 강한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불교계가 내세운 사찰림을 통한 ‘국민치유와 사회통합’의 효과를 증명하는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연구는 수술환자들에 대한 숲의 효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입원 환자 중에서 병실 창을 통해 숲을 볼 수 있는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를 구분해 수술 뒤 회복률을 조사하였더니 숲을 볼 수 있는 환자가 그렇지 못한 환자보다 입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고 항생제에 대한 부작용도 적었으며, 의료진에 대한 불평불만도 적었다고 밝히고 있다.

감방의 창밖으로 녹지를 볼 수 있는 수감자와 그렇지 못한 수감자들의 질병 빈도를 연구한 결과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이 연구는 교도소 내부의 건물만 보이는 감방에 갇힌 죄수들보다 녹지가 보이는 감방에 수용된 죄수들이 병에 훨씬 덜 걸렸다고 밝히고 있다. 비록 육체는 감방에 갇혀 있지만 단순하게 시각적으로 녹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지극히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 갇혀 지내야만 하는 사람에게도 숲을 비롯한 녹지가 놀랄 만한 긍정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이런 연구결과를 접하면, 숲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문명으로 파생된 수많은 스트레스의 폐해를 치유해줄 해독제가 바로 사찰 주변의 숲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 ‘지구상에서 가장 큰 병원’,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순화를 끌어내는 공간’, ‘현대 문명병을 치유하는 생명자원’인 숲을 장구한 세월 동안 보유하고 있는 사찰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숲을 활용해야 할까? ‘국민치유와 사회통합’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찰림 활용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하나의 대안은 템플스테이와 사찰림 체험을 연계할 수 있는 복합 프로그램의 운용에서 찾을 수 있다. 2015년 현재 122개소의 사찰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은 122개소 사찰 중,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사찰림을 활용하는 사찰은 10여곳에 불과하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보고(2013년)에 의하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기본형(휴식형, 불교문화체험형, 당일 라이프형), 특화형(생태체험형, 전통문화체험형, 수행형, 교육 및 연수형, 특별기획(테마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숲을 활용하는 생태체험형은 운영 프로그램 중 가장 낮은 비율로 나타났다. 오직 소수의 사찰만이 숲을 활용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이유는 불교사업단이 제시한 숲 프로그램이 단순하거나 특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 템플스테이와 사찰림이 결합된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의한 사찰림 육성의 선순환 모식도.

가람을 둘러싼 사찰림의 존재 이유가 템플스테이 참가 호응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정작 사찰림을 활용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소수인 이유는 하드웨어(사찰림)는 있지만 휴먼웨어(전문가와 운영자: 숲 해설가, 산림 치유 지도사)가 부족하고, 소프트웨어(사찰림 활용 프로그램)가 옳게 준비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불교계 이외의 단체나 기관은 숲을 활용한 산림치유 전문영역을 개척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음에 비해, 천 년 이상 사찰림을 참선, 명상과 같은 종교 활동에 활용해온 불교계는 손을 놓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찰림의 불교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용방안은 과연 무엇일까? 그 첫 단초는 산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다. 전문성이란 산림 분야의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불교적 가치에 합당한 적절한 숲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산림분야에 대한 전문성 제고는 템플스테이와 사찰림 활용 프로그램의 개발로 이어져, 사찰 숲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산림치유 명상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것이다. 산림분야에 대한 전문성 제고의 시너지 효과는 치유센터 개원이나 사찰림에 대한 인식 제고를 불러와 종국에는 사찰림 육성에도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영우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ychun@kookmin.ac.kr

[1321호 / 2015년 12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