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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특정종교 입김’에 봉은사역명 재조사

  • 기자칼럼
  • 입력 2015.12.04 22:38
  • 수정 2016.02.03 10:49
  • 댓글 3

지하철9호선 봉은사역에 대한 기독교계의 집요함이 나름 성과를 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11월27일 서울 강남구청에서 코엑스역명추진위원회(위원장 김상호) 관계자들을 만나 “강남구가 무작위로 역명과 관련된 주민 설문조사를 다시 실시하면 이의가 없을 것” “코엑스역명추진위 관계자들이 강남구 지명위원회에 출석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소식을 다수의 기독교계 언론들이 29일 이후 앞 다퉈 보도했다.

한국교회연합회는 12월2일 논평을 내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회연합회는 논평에서 “이번에야말로 특정 종교의 입김이 아닌 주민들을 대상으로 바른 조사를 바로 실시해 지하철역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서울시민을 위한 서울시의 행정에 어떤 종교든 개입하거나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고 종교의 정치개입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1년간 집요하게 이 문제를 끌고 온 기독교계가 ‘재조사’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과정과 논리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한국교회연합회는 홈페이지에 ‘동성애 반대 및 봉은사역 철폐를 위한 서명’이라는 팝업을 띄워놓고 방문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 문구가 아연실색케 한다.
‘봉은사는 문화재나 사적이 아닌 일반 사찰로 일제강제기에 친일에 앞장섰던 민족사적으로 부끄러운 현장입니다.’

▲ 한국교회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명운동 팝업. 봉은사를 친일사찰로 규정하고 있다.

봉은사는 조선시대 선종의 수사찰이었고 봉은사에서 배출된 서산대사 휴정 스님과 사명당 유정 스님을 비롯한 승병들은 임진왜란 당시 구국에 앞장서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포로로 왜에 끌려갔던 백성 3000명을 구해온 것도 사명당이었다. 봉은사 대웅전의 삼존불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돼 있고 추사 김정희의 친필 편액을 비롯해 서울시유형문화재 등 지방문화재는 수없이 많다. 이런 설명은 하는 사람도 지겹지만 듣는 사람도 지겨울법하다.

이런 봉은사가 ‘문화재나 사적이 아니고’ ‘친일에 앞장섰고’ ‘민족사적으로 부끄러운 현장’이라는 단정은 한국교회연합회의 역사인식이자 공식적인 입장인지 되묻고 싶다. 봉은사를 친일사찰로 매도한 일부 기독교계 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무지하고 편협한 인식이었는지는 다수 역사학자들의 지적이 있었기에 이 또한 새삼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지금껏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럼에도 봉은사를 명백한 친일사찰이라고 규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남수연 부장
또 하나 이해 안 되는 대목은 “서울시민을 위한 서울시의 행정에 어떤 종교든 개입하거나 개입 되어서는 안 된다”는 한국교회연합회의 주장이다. 봉은사역명을 반드시 바꿔야 된다며 강남구청,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계속해서 ‘입김’ 이상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기독교계의 행보를 보면 이 같은 주장은 오히려 기독교계를 향한 일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교회연합회는 지금 서울시 행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인가,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 덧붙이자. 봉은사나 조계종단은 언제까지 ‘친일’이라는 반역사적 매도에 대해 묵빈대처할 것인가. 때로는 파사현장의 자세로 더 큰 잘못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수승한 자비행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1322호 / 2015년 12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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