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의 떼죽음과 인과
산양의 떼죽음과 인과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5.12.07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조현상(前兆現象)’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기미를 말한다. 전조현상을 면밀히 살피면 앞으로 닥칠 불행을 현명하게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조현상을 무시하면 미래의 불행은 현실이 된다.

중앙아시아 평년기온 올라가자
사이가산양 20만마리 집단폐사

각국정상, 온난화방지 논의시작
방치하면 지구촌 공멸 시간문제


최근 인류의 미래와 관련해 불행한 전조현상이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5월 중앙아시아 초원에 살던 사이가산양 20만 마리가 집단으로 폐사했다. 개체수의 88%이며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이가산양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산양의 집단폐사도 놀랍지만 원인은 더욱 충격적이다. 집단폐사 이유가 기후변화 탓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로 초원의 평균온도가 오르자 산양 몸속에 있던 박테리아가 치명적인 병원균으로 변해 산양의 집단폐사를 초래한 것이다. 조사를 담당했던 런던 왕립 수의과대학 리처드 코크 박사는 “생물학적으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며, 이런 기후가 지속되면 1년 이내에 사이가산양이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가산양의 예가 아니더라도 세계는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과 폭우, 가뭄 등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온도상승으로 빙하가 녹아 바다수면이 높아지면서 물에 잠기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인도양 중북부에 있는 몰디브는 10~20년 지나면 해수면 아래로 사라진다. 방글라데시는 이 시간에도 해안이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도 위험하다. 키리바시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겨 이웃나라 피지로의 이주가 시작됐다. 반면 내륙에 있는 나라들은 이상고온과 가뭄으로 사막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올해 최악의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때 충남 지역의 저수율이 예년에 비해 20% 안팎으로 떨어져 농작물의 피해가 속출했고 무더운 더위에 제한급수를 하는 등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바다의 생태계도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독성해파리가 집단으로 등장해 바다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약 1.5도 상승했다. 세계 평균기온 상승률의 2배에 가깝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 턱밑까지 다가온 셈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금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리고 있다. 전세계 147개국 정상이 모여 2020년 종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합의문을 이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막아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겠다는 게 목표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면 재앙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인류의 10~20억 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이고, 생물종의 20~30%가 멸종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이를 방치하면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는 4~5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치하면 지구촌 공멸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프랑스 요리에 ‘그래뉴이에’라는 개구리 요리가 있다.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바로 뛰어나오지만 찬물에 넣어 천천히 끓이면 눈치를 채지 못한 개구리는 헤엄치는 여유를 부리다 결국 뜨거운 물에 그대로 삶아져 죽게 된다. 우리는 지금 냄비 안 개구리처럼 서서히 파멸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처님은 인과(因果)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파멸로 몰아가는 원인을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 김형규 부장
지구온난화 문제는 세계정상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자신의 문제이며 또한 후손들의 미래가 달려있다. 언젠가 불교생태연구소에서 온난화 방지를 위한 방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일회용품 안 쓰기, 한 시간 전깃불 끄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하루빨리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하기 위한 법적 장치들을 만들어야 한다. 사이가산양의 집단폐사가 주는 전조현상을 우리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이를 무시하면 누구랄 것도 없이 지구촌 전체가 공멸이라는 재앙과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1322호 / 2015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