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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 교수와 티베트 스님들의 철학 강의

  • 불서
  • 입력 2015.12.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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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붓다를 만나다’ / 해리슨 J. 팸버턴 지음·추미란 옮김 / 불광출판사

▲ ‘소크라테스, 붓다를 만나다’
소크라테스와 부처님이 대화를 나눈다면 어떤 문답이 오고갈까. 또한 서양철학의 최고봉과 인류 최고의 스승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워 학문적 역량이 뛰어난 스님들이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책 ‘소크라테스, 붓다를 만나다’에서 그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서양철학과 불교는 결코 괴리되어 섞일 수 없는 이물질이 아니라, 충분히 소통하며 융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은 미국 대학에서 정년을 맞이할 때까지 서양철학을 가르친 해리슨 J. 팸버턴 교수가 티베트 불교와 인연이 닿아 인도 북동부 다르질링에 위치한 칼림퐁 지역의 불교학교에 가게 된 이야기로 시작된다.

예일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평생 대학강단에서 서양철학을 가르쳤던 교수에게는 그곳에서 겔룩파의 달라이라마와 함께 티베트 불교 전통의 한 축을 이루어온 카르마 카규파의 제17대 카르마파를 비롯해 젊은 티베트 스님들에게 서양철학을 가르칠 수 있는 5주의 시간이 주어졌다.

저자는 이 책에 최고 스승인 트린리 타예 도르제 등에게 서양철학을 가르치는 과정과 결과를 진솔하고 상세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여기서 티베트 스님에게 서양철학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핵심 물음을 던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물음인 ‘덕을 가르칠 수 있는가’에서 시작해서 데카르트의 ‘생각하므로 존재하는가’, 그리고 과학과 경험론의 유효성을 묻는 물음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동양과 서양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도 물었다. 저자는 책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데카르트, 니체, 칸트, 헤겔, 하이데거 등 서양철학사에 한 획을 그은 사상가들을 압축적이고도 심도 있게 다룬다. 그들의 이론과 철학적 방법론 및 심리를 시간·장소·배경에 관계없이 불교와 최대한 비교해서 어떻게든 동·서양이 서로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려 한다.

하지만 개념화와 이성에 진리가 있다는 서양적 사고와 이성 너머에 진리가 있다는 동양적 사고는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하게 맞선다.

그럼에도 저자는 기어이 동·서양을 만나게 한다. 내용이 아닌 형식으로써 만남을 주선했다. 저자와 학승들의 철학 강의는 열린 마음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그 어떤 토론도 가능했다. 서로에 대한 호의, 존중, 그리고 궁금함으로 마침내 동·서양은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책의 마지막에서 “이제 붓다와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한 걸음 물러서게 한 다음 자유로운 탐구 속에서 서로 만나게 하세. 그 속에서 그 둘은 자신만의 사고 유형에서 상대의 그것으로 옮겨가볼 것이고 서로 양립 불가함을 볼 것이네. 바로 그때, 이들은 따뜻하고 건전한 웃음 속에서 서로 만난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책은 서구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꽤나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 또한 대립각을 허물고 열린 마음으로 부처님과 소크라테스의 만남을 바라볼 때 서로에게 호의와 존중을 품게 되고 모든 존재에 대한 자비와 사랑이 움틀 것이다. 또한 사유의 폭은 물론 삶의 영역 자체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만3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322호 / 2015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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