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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를 축하하며

기자명 묘장 스님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했다. NLD는 상원 126석, 하원 238석을 확보하며 전체 657석 가운데 364석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제 미얀마는 군부정권에서 군출신 대통령을 거쳐 민정으로 정권이 이양되게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이룬 것이다. 다만 군이 신헌법에 의해 25%의 의석을 당연직으로 차지하게 되어 군부의 영향력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찌됐든 오랜 기간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아웅산 수치 여사와 미얀마 국민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내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더프라미스’가 미얀마에서 개발구호사업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7년이 되었다. 더프라미스가 미얀마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곳은 수치 여사의 아버지이며 미얀마 독립의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고향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학교를 건립하고, 태양열 전등을 보급했으며, 비가 오면 무용지물이 됐던 도로를 포장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 아웅산 장군의 고향은 수치 여사의 민주화 투쟁으로 현장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또한 한 번 들어가기 위해서는 5곳 이상의 정부기관에 신고를 해야 했다. 활동가들이 항상 기관원들의 감시를 받는 덕분에 안전은 보장됐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수치 여사는 우리가 겪은 어려움보다 백배천배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수치 여사는 이미 이전 선거에서 승리했다. 군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수치 여사의 NLD는 1990년 총선거에서 총의석 485석 중 392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그러나 군부는 선거결과에 불복하며 정권교체를 거부했고 그를 가택연금했다. 그리고 국민회의를 출범시켰다.

미얀마는 1997년 경제발전을 위해 동남아국가연합인 아세안에 라오스와 함께 가입했다. 그러나 군부가 계속해 민정이양을 미루고 군사독재를 이어가자 미국과 EU는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정치·경제적 압박을 가했다. 결국 2003년 킨늉 수상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7단계 로드맵’을 제시했고 2008년 5월 로드맵에 따라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NLD의 선거 거부 속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군부의 후원을 받은 연방결속발전당(USDP)은 국민의회 330석 가운데 259석을 차지했다. 이후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은 해제되고 2011년 국군총사령관이었던 딴쉐 장군의 명령에 의해 군부의 통치기구였던 SPDC가 해체되면서 반세기 동안 지속됐던 군부지배가 공식적으로 종식되었다. 그리고 이제야 진정한 민정 이양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번 미얀마 총선의 승리는 수치 여사의 승리라기보다 모든 상황을 인내하고 기다린 미얀마 국민의 승리일 것이다. 얼마 전 더프라미스 임원들과 봉사자들이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고향인 낫마욱을 5년 만에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낫마욱 오보학교에 새 학사를 신축하게 되어 기념식을 하기 위해서다.

기부자는 직지사 중암 도진 스님이신데, 속가의 형님이 특수임무 수행 중 전사한 사실을 인정받아 국가유공자로 등록되면서 받은 보상금을 보시해 이뤄졌다. 도진 스님의 자비심으로 흙바닥에 나무 벽, 비위생적이었던 낫마욱 오보학교는 번듯한 새 건물로 탈바꿈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민족의 슬픔인 전쟁의 상처가 미얀마 미래의 희망인 어린 학생들에게 회향되니, 이보다 아름다운 자비의 실천은 없으리라.

더프라미스는 지금 미얀마에 자립을 위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크래딧을 위한 씨앗자금을 마련해 공동체를 위해 보시하고, 운영방법과 회계 등을 교육시킨 뒤 스스로 운용하게 했다. 마을공동체는 매월 회의를 통해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선정하고 모금하며 사업을 진행한다.

벌써 어린이를 위한 작은 도서관이 건립되었고 장학금과 독거어르신을 위해 기금이 일부 사용됐다. 이렇게 변해가는 지역사회의 모습을 보며 미얀마 국민들이 얼마나 민주적이고 자립적이며,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정치제도도 이제 곧 안정화 될 것이고, 세계 속에서 제 역할을 해내리라 생각한다. 이번 선거결과는 모두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묘장 스님 더프라미스 상임이사 myojang@dorisa.org


[1322호 / 2015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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