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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론

기자명 이기화

“선을 쌓은 집안에는 경사가 뒤따르고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재앙이 뒤따른다 (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 주역(周易)

옛날 어느 마을에 사람이 죽으면 곧 그 사람이 천당에 갔는지 지옥에 갔는지 예언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를 신기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그거야 참 쉬운 일이라고 대답했다. 마을사람들이 죽은 사람에 대해 “그 사람 참 잘 죽었다. 더 빨리 죽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면 그는 지옥에 갔고 “하늘도 무심하다. 그렇게 좋은 사람을 데려가다니”라고 하면 천당에 갔다는 것이다.

요즘은 민주주의 시대라 중요한 권력들, 예로서 대통령이나 도지사 국회의원 등은 국민들이 투표하여 뽑는다. 만약 어느 지역에 그 부모가 선행을 쌓은 사람과 악행을 한 사람이 같이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하자. 다른 여건이 비슷하다면 누가 선출될 것인가?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부모가 남긴 유산의 한 형태이다.

옛날 중국에서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신하에게는 황제가 그의 조상에게도 영예로운 벼슬을 내렸다. 그 까닭은 신하가 세운 큰 공적은 단지 신하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그 조상이 쌓은 선행의 음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았던 것이다.

유교 문화권에서 자손에 가장 수승한 유산을 남긴 사람은 공자이다. 그의 자손은 번영했고 대대로 황실에 준하는 예우를 중국인들에게 받아왔었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 태산 같은 부를 중국인에게 남겨주어서 일까?

우리나라 재벌들의 자손들이 재산문제로 서로 치열하게 다투고 나중에 고소하고 원수가 되어버리는 일이 끊임없이 매스컴에 보도된다. 재벌의 창업자는 막대한 부를 자손에게 남겼다. 자손들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서다. 그러나 그 유산은 자손들을 원수로 만들어 버렸다. 사지가 찢어지는 그 고통을 창업자가 바랐던가? 조상이 불행할 때 그 자손들이 과연 행복하고 번영할 수 있을까?

사업으로 큰 재산을 모은 친구가 있었다. 그는 돈에 관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돈은 내가 쓸 때만 내 돈이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엄청나게 큰 재산을 모았다고 해도 이를 쓰지 않으면 한 푼도 없는 거지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부자란 그 물질적 부를 남에게 베풀 때만 오직 부자가 되는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 수많은 거지 부자들을 볼 수 있다.

부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고 좋은 것이다.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는 근검과 노력 그리고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부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와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부를 쌓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이 동원될 위험성이 있다. 발자크는 말했다. “모든 큰 재산의 배후에는 범죄가 있다.” 만약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쌓고 이를 오직 자기 자손에만 남기려고 하는 것은 무서운 범죄의 응보를 유산으로 주는 것과 같을 것이다.

주역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유산은 선행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오직 선행만이 우리 자손들에 행복과 번영을 남겨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면 선과 악의 구분은 무엇인가? 결코 쉽지 않은 질문이다. 이 의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중국 원나라의 고승 중봉(中峰)대사가 주었다.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선이고 자신만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악이다”

불교를 다음 칠불통계(七佛通戒)로 요약하기도 한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행하고 그 마음을 깨끗하게 하라. 이것이 모든 불교다.(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義 是諸佛敎)” 자신의 밝은 내생과 후손의 무궁한 번영을 바라는 사람은 바로 이 가르침을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공자가 그 수승한 예가 되지 않을까?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kleepl@naver.com
 


[1322호 / 2015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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