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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공감, 비건 채식의 이유

기자명 고용석

고대의 대표적 의학체계인 인도의 아유베다와 중국의 황제내경을 살펴보면 차이점 이상으로 공통점이 많다. 단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주의 질서와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의학이라는 점, 마음의 건강이 육체건강의 선행조건이며 건전한 사회와 환경은 개인건강의 기본적 바탕이라는 인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건강을 단순히 육체적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안녕한 상태라 정의한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의학과 영양학은 사람을 하루에 철분 몇 그램을 반드시 섭취해야하는 단순한 물질적 존재로 환원시키는데 익숙하다. 음식과 삶을 대하는 자세 또한 예외는 아니다.

분명 음식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이다. 그래서 때때로 음식에 극단적 중요성을 부여한 나머지 완전히 자신의 건강을 통제하고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물론 많은 연구들이 식단의 변화가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유에 탁월하다고 증명한다. 그러나 가공식품을 피하고 유기농 현미채식을 하는 사람도 가끔 암에 걸린다. 어떤 질병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생활방식과 상관없이 사람들을 덮친다. 이런 경우 삶의 비선형적 속성을 간과한 사람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자포자기에 빠진다. 삶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예측하기 힘들고 신비롭다. 뭔가로 환원될 수 없는 전체이다. 매순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삶이라면,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본연의 자비와 치유의 힘으로 대처할 수 있는 깨어있는 선택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초등6학년 국어교과서는 ‘식탁위의 작은 변화’ 라는 내용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채식은 더불어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식생활임을 가르치고 있다.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건강한 사회를 꿈꿀 수 있고 그 출발을 밥상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은 단지 내 한 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보다는 일상의 매 끼 밥상에서 생명과 지구, 굶주린 이웃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건강의 의미를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건강, 동식물에 대한 사랑으로, 나아가 사회와 지구차원의 공감과 모든 존재를 향한 연민으로 확장시킨다. 이것이 채식이 채식 이상이고 건강한 삶의 방식인 이유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공감능력이 인류의 문명도 진화시켜왔다고 한다. 여성, 동성연애자, 장애인, 흑인 등 소수자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뀌고 타 민족, 타 인종에 대해서도 서로 인정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이 그 증거이다. 공감과 배려는 우리의 건국이념과 전통에도 잘 드러난다. 홍익인간 즉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다’에서 인간은 동식물과 무생물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정의는 ‘개인’을 협소하게 해석하고 보장하는 현대의 법체계에 비해 선구적이다. 독일은 2002년에 세계 최초로 헌법에서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고 에콰도르는 2008년 모든 개인, 공동체, 국가는 공적인 제도 이전에 자연 또는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요구할 수 있는 지구권이란 조항을 헌법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콩을 심을 때 세알을 심곤 했다. 하늘의 새와 땅의 벌레가 각각 한 알, 사람이 한 알을 먹도록 배려한 것이다. 오합혜와 까치밥, 고수레 풍속도 마찬가지다. 고대 영적 전통과 지혜도 공통적으로 불살생을 얘기한다. 스스로 바라는 바를 상대에게 베풀라! 사랑을 원하면 사랑을 베풀어야 하고 생명체에 가혹한 행위는 행위 그 자체에 의해 온갖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이렇듯 생명의 존엄성에 기초해 모든 생물과 공존을 추구할 때 지속가능한 발전도 가능한 법이다.

비건(완전채식)은 종차별을 넘어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한 생명이라는 확장된 휴머니즘을 지향한다. 그리고 인류와 인간의 본성에 공감적 특성의 씨앗을 발현한다. 만약 상호의존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비건은 이 세상과 인류, 다음 세대와 동물,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 중 하나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323호 / 2015년 12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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