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심리상담 새 지평 연 서광 스님
불교심리상담 새 지평 연 서광 스님
  • 정리=최호승 기자
  • 승인 2015.12.21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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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원인은 비교…자신에게 먼저 친절 베풀어야

▲ 서광 스님은 “고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고통을 대하는 자세가 문제”라며 “고통의 순간 그 고통을 인식하고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빙 둘러 앉아서 저를 보고 계시니 제가 꼭 오백나한전 중앙에 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일상에서 지혜롭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 더 행복하게 살까요.

지혜·자비 배양하는 법 강연
사랑·기회·나그네 등 키워드
즉문즉설 상담에 ‘유쾌·상쾌’
고통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

행복·불행은 스스로의 선택
괴로울수록 자신에게 친절
죽음과 직면하는 용기 필요
나·상대·세상 이해하는 노력
부처님 가르침 배우는 태도


사랑하세요. 살면서 행복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사랑해보신 분 있으시죠? 아직도 못 해신 분도 있나요? 사랑하면 가장 행복한데, 왜 그렇게 어려울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습니다. 미국에 아주 유명한 심리상담치료사를 찾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그렇습니다. 인종도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습니다.

사랑이 쉽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내 방식대로 사랑하기에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참 사랑하고 살다보면 ‘저 인간 내가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옵니다. 뭔가 내가 기대하거나 예상했던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상대가 그렇게 변했거나 아니면 내가 내방식대로 상대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후자가 맞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생존경쟁에서 끊임없이 살아남는 법만 배웠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인간의 특수성 탓에 생존에 필요한 게 사랑이었습니다. 말이나 소, 고양이는 태어나면 며칠 안에 걷지요. 그러나 인간은 가장 긴 세월 타인과 주변의 도움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1차적으로 부모나 나를 돌봐준 사람으로부터 도움과 사랑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을 충분하게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항상 우리는 받고 받아도 끝이 없이 더 받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랑을 줘야 할 성인이 돼서도 사랑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도 충분히 사랑 받지 못했는데 친구나 남편이 사랑받으려고 요구적 사랑을 하려고 하면 어떤가요. 밥맛입니다. 왜냐고요? 내 무의식 속에는 사랑받고 싶다, 난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사랑이 부족하다며 타인에게 갈구하고 충족 받으려고 하니 사랑이 어렵습니다. 아귀를 아시나요. 아무리 많이 줘도 채워지지 않는 존재입니다. 끊임없이 갈망합니다. 요구하고 갈망하면 받는 사랑의 기쁨은 잠시입니다. 오래되지 않아 또 다른 사랑을 갈망합니다. 어릴 때부터 계속 사랑을 갈망하는 습관이 긴 세월 업으로 쌓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 갈증을 해소할까요. 유일한 길은 내가 사랑하는 일인데, 성인이 돼서도 요구하고만 있으니 소용이 없는 거죠. 갈망만 할 뿐 사랑도 받을 줄 모릅니다. 우리가 꽃을 사랑하면서 그 꽃에게 사랑을 요구하나요? 오직 인간에게만 그렇습니다. 어려서부터 인정받고 보호받고 사랑받아 왔기 때문이죠.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배운 사랑은 요구적 사랑이지 진실한 사랑은 아닙니다.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도 못했고,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환경이 도와줄 수도 있고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받겠다고 하면 그 사랑은 망가집니다. 진짜 사랑을 하면 인생은 참 행복하고 참 다르게 보이는데 어렵지요?

그런데 사랑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고 행복하고 인생이 다르게 보이지만 잠깐입니다. 예상치 못한 고통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이때 이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내 뜻대로 내 예상대로 이뤄지면 기쁘다고 합니다. 사랑도 그렇지요. 그러나 꼭 그렇지만 않기에 고통스럽습니다. ‘대승기신론’에 따르면 고통스러운 순간엔 항상 두 개의 문이 열린다고 합니다. 행복의 문과 불행의 문입니다. 항상 내가 괴로운 순간 아니면 한 마음이 일어났을 때 그 두 개의 문이 열립니다. 내가 행복의 길로 들어서느냐, 불행으로 파괴되느냐의 갈림길입니다. 괴로운 순간은 기회입니다. 고통의 순간에 선택의 기회가 있는 겁니다. 어느 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문제는 고통 자체가 아니라 고통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내가 예상하고 원했던 일이 성취되면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자신을 낮추면 나는 성장해 나갑니다. 만약 부처님 가르침 공부가 덜 되어 있다면 행복한 순간 아만과 교만이 생깁니다. 속담처럼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네 탓이 됩니다. 고통이 준비되는 순간입니다. 고통의 순간에 그 고통을 인식하고 고통의 원인이 뭔지 살펴야 합니다. 여기서 나의 교만이나 아집, 혹은 이 고통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사유하세요. 그런 자세를 취한다면, 괴로우니 ‘부처님 도와주세요’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처님 앞에 가서 이 괴로움이 나의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고통은 나를 발전시키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우리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디딤돌을 걸림돌로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눈치 채셨겠지만 지금 저는 사랑을 꺼내면서 자비(慈悲)에서 ‘자(慈)’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자’를 영어로 풀이하면 사랑과 친절함입니다. 결국 부처님 법을 통해 이 자비심을 계속 성장시키지 않은 한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사랑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나를 알아야 하고,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또 사랑하는 나와 사랑하는 대상이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해야 합니다.

▲ 청중들은 서광 스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허물없이 털어놨다.

사랑보다 행복하기 위한 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애(慈愛)를 닦는 방법이었다면, 이제 비심(悲心)을 닦는 겁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내가 안쓰러울 겁니다. 고통받는 나를 혐오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감싸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비심이자 연민심입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치고 자기비난을 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무의식 속에 인정과 사랑을 갈망하는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에게 무언가를 소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을 때 ‘왜 이런 불행이’ ‘내가 뭘 잘못 했는데’ 하면서 끊임없이 시달립니다.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쌓는 꼴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민심을 훈련하느냐. 고통스러운 순간에 이렇게 다독입니다. ‘지금 내가 굉장히 괴롭구나, 열심히 기도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지금 이렇게 괴롭다.’ 이러면서 하다못해 샤워를 한다든지, 형편이 조금 나으면 마사지를 받든가, 아니면 평생 먹어보지 못할 음식을 먹든지 영화를 본다든지 하세요. 커피나 차를 한 잔 마시거나 음악을 들으세요. 그렇게 자신에게 뭔가 친절하게 구십시오. 스스로를 달달 볶지 마시고요.

자비심과 연민심을 공부했습니다. 그렇다면 지혜는 어떨까요. 어떻게 해서 깨달음을 얻고 지혜를 얻나요. 엄청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혜도 자비도 동시에 챙기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여십시오.

제가 미국에서 10여 년을 살았습니다. 보스턴의 유명한 묘지에 간 적이 있었는데, 묘지 입구에 쓰인 비명에 굉장히 깊은 충격과 감명을 받았습니다. 비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당신.’ 이 사실에 공감이 안 되는 분이 계신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자체가 여행이라는 사실을, 삶이 나그네 길이라는 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깨닫는다면 지혜도 자비도 날마다 샘솟을 겁니다. 우리는 삶이라는 여행길에서 언젠가는 때가 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알든 모르든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이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면 지혜는 절로 일어납니다.

어느 수준에서 이 사실을 이해하느냐, 이게 중요합니다. 세상에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진실로 알고 있을까요. 50년, 100년 뒤에 우리는 이 세상에 있을까요. 무섭다고 느껴지시나요? 무서워도 기뻐도 상관 없습니다. 올 것은 오고 맙니다. 알고 보면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피하지 말고 한 번만 용기 있게 직면해보십시오. 미래는 우리 모두 영가가 됩니다. 이런 생각이 허무하거나 나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굉장히 강하게 해줍니다.

좀 더 설명하겠습니다. 유식심리학을 예로 들겠습니다. 6식, 7식, 8식이라는 소릴 들어보셨을 겁니다. 6식은 의식이고 7식은 말라식, 저는 자아의식이라고 부릅니다. 다음은 8식 아뢰야식, 즉 저장식입니다. 6식 그러니까 의식 수준은 감정과 정서입니다. 그 수준에서 그냥 ‘에이 죽으면 다 끝이데 뭘’ 이러면 진통제 정도 복용한 것과 같습니다. 괴로울 때 일시적으로 고통이 멈추는 거죠. 그 다음 7식인 자아의식 수준을 보겠습니다. 자아의식은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싫어하고 저항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죽는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한다면, 아니 내가 온 곳으로 돌아간다고 안다면 어떨까요. 내가 만든 자의식이, 내 아만이 만든 세상을 벗어나서 그만큼 타인이나 스스로에게 연민심을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행길에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하고 그렇게 치열하게 치고받거나 싸우나요? 등산하다가도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지 않나요. 여행길서 만난 사람과 영원히 볼 것처럼 붙잡고 다투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삶이 여행길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 다음 저장식인 아뢰야식 수준에서 여행길을 깨닫는다면 평안해집니다. 상대가 무슨 경험을 했든 어디서 왔든 어떤 사람이든 내가 무슨 경험을 했든 자유롭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조건에서 자유롭습니다. 제가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내게 남은 세월이 몇 년 인지 살피고 아침에 눈 뜨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됨에 감사하고, 다가올 새로운 인연에 고마워합니다.

▲ 정곡을 찌르는 서광 스님의 가르침이 이어질 때 마다 청중들은 잠시 메모를 멈추고 웃음으로 화답했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우리에겐 쉽진 않은 일입니다. 이 불행의 이유에는 비교가 있습니다. 내 마음이 불편할 때 거기엔 아만이 있습니다. 비교하는 마음이 있다는 얘깁니다. 비교해보고 우월감을 느끼거나 우울감을 느낍니다. 인정을 받건 못 받건 이건 여행길입니다. 비교하지 마십시오. 한 마음 일어났을 때 그냥 기다리세요. 파도가 높게 일어도 곧 가라앉습니다. 못 기다린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숨을 들여 마시고 내쉬면서 내 몸 어느 곳이 반응하는지 살펴보세요. 굳이 말하자면 알아차림 명상입니다. 여기서 그치면 안됩니다. 자신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아픈 곳을 쓰다듬으면서 자비를 보내세요. ‘편해 지거라, 그래야 네가 사는 거야. 누구나 그럴 수 있어. 그렇지만 잠깐이고 지나가는 거야’라며 친절하게 말해주세요. 아픔과 불편함을 부정하지 마세요. 화났냐고 물을 때 ‘내가 언제’라고 소리치지마시고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친절하세요.

질문 하나 받겠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소심한 마음 때문에 힘들다고 하시네요. 지금 이 많은 대중 앞에서 질문하는 저 분이 소심하다고 생각하는 분 있으신가요? 한 분도 안 계시네요. 하나도 소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본인만 소심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소심하냐 그렇지 않느냐에 기준을 두고 계시네요. 우리는 누구나 소심하기도 하고 대범합니다. 그런데 한 쪽에 매달리고 집착하면 괴롭습니다. 내려놓으세요. 지금 여기서 한 분도 소심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부처님 공부는 나에 대한 이해, 내가 인연 맺고 있는 상대에 대한 이해, 나와 상대가 살고 있는 주변이나 사회, 지구에 대한 이해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세상은 유기적입니다.

끝으로 여러분이 집에서 하루에 한 번씩만 스스로에게 질문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가’ ‘지금 여기에서 난 무슨 경험을 하고 있는가’ ‘이 경험에서 난 어떻게 반응하고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질문하세요. 여행길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배움을 얻고 난 어떤 사람으로 변해 가는지 늘 살피시길 바랍니다.

정리=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1293호 / 2015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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