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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자타일시 성불도-하 〈끝〉

기자명 서광 스님

감사와 자비가 자리이타 실천하는 방법

치유하는 ‘금강경’ 읽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누군가가 ‘금강경’의 핵심가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공(空)을 바탕으로 한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라고 대답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곧 지혜수행
연기적 관계 깨닫도록 이끌어
용서는 자신에게 베푸는 자비
결국 타자 향한 친절과 연결

대승불교 보살정신의 핵심가치이기도 한 자타일시성불도는 우리 자신과 더불어 타자가 동시에 성불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금강경’은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궁극적 깨달음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자의 깨달음을 돕는 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불교공부뿐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의 공부든 제대로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주겠다는 마음자세로 공부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냥 자신만의 이해를 위해서 책을 읽는 것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주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읽는 방법과 태도부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고 많은 시간과 노력, 집중력이 필요한 법이다.

경전이나 논서 등을 공부할 때도 타자에게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줄 수 없다면 그 가르침을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수행과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을 배울 때는 가슴을 열고 우리 자신의 경험, 삶에 불법을 직접 비추어보면서 느껴야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련 기억을 떠올리면서 깊은 공감, 울림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불법은 우리 자신이 먼저 가슴 깊이 공명을 일으키면서 배워야만 우리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가르칠 수가 있다.

이번에는 ‘금강경’의 핵심가치로서 공에 입각한 자타일시성불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자리이타(自利利他)다. 우리는 자칫 자리이타를 우리자신이 먼저 깨닫고 나서 타자의 깨달음을 돕는 순차적 수행과정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최고의 깨달음은 타자의 성장과 행복을 돕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금강경’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삶의 자세가 자타일시성불도, 자리이타를 실천하는 구체적 행위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일차적으로 감사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맑은 공기, 햇빛, 깨끗한 물, 나무들, 그리고 이런 저런 역할로 우리의 의식주를 돕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또 아직은 살아있어서 움직일 수 있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 주는 삶 자체에 대한 감사함을 갖는 마음이다.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서로 연기적 관계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진정한 지혜수행이 될 수 있다.

자타일시성불도, 자리이타를 실천하는 또 다른 방법은 용서하는 마음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지혜수행의 일종이라면 용서하는 마음은 자비수행의 일종이다. 자신이든 타자든 용서를 한다는 것이 잘못된 것을 수용하거나 타협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타자를 향한 비난이나 원망, 미움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삶을 파괴와 불행으로 이끌기 때문에 용서는 일차적으로 자신에게 친절함과 자비를 베푸는 일종의 자기친절·자비 수행이다. 또 자신을 용서하는 것은 자기비난을 멈추는 길이고, 결국 타자를 향한 친절과 연결되기 때문에 결코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다.

세 번째 방법은 우리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기보다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다. 전자는 자칫 갈망과 불만족을 유발하지만 후자는 안전감과 유능감을 제공한다.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보살의 삶이 훨씬 더 존재의 가치, 행복을 더해주기 때문에 마음수행을 희생적인 삶이나 고행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324호 / 2015년 12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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