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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계수지,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12.28 13:17
  • 수정 2016.01.08 10:15
  • 댓글 0

2016년 신년사설에 부쳐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았다. 항상 그러했듯, 새해를 맞는 마음은 청량하다. 지난 한 해의 고통스러웠던 것, 실패했던 것에 대한 아픈 기억을 청산하고 이제부터 새로 시작하면 무엇인가 좋은 일만 펼쳐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 기대감은 그 어떤 고난 속에서도 고귀한 생명을 이어가야한다는 의지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행복은 쉽게 얻기도, 누리기도 어렵고, 존귀한 생명 또한 무참히 사라질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바다 건너 유럽으로 눈을 돌려 보자. 이슬람국가(IS) 무장단체의 테러는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인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11월 발생한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로 인해 130명이 숨졌고, 10월 터키 앙카라역 광장의 대규모 자살폭탄 테러는 10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종교에서 비롯된 이념이라 해도 극단의 갈등으로 치달으면 무고한 생명이 무참하게 짓밟힐 수 있음을 우리는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교계도 성찰이 필요하다. 불교종립대학 동국대 38대 이사장과 18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뒤따랐다. 총장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으로 시작된 논란은 총장 선출 직후 이사장의 탱화 절도 의혹과 맞물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혼란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단식농성과 투신이라는 극단적 겁박에 생명부터 살려야한다는 명분을 갖고 동국대 이사회 임원 전원이 사퇴하며 일단락 됐지만 동국대 파국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 과정서 교수회와 학생회 등은 사실 확인 절차를 간과한 채 불거진 의혹을 확대 재생시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이러한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의혹이 사실로 왜곡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 총무원장을 비롯한 행정수반 수뇌부와 승가를 향해 ‘청정승가 구현’ 목소리를 높였는데 일부 단체는 비난 일색으로 일관해 대중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강도 높은 비판이었을 뿐’이라 항변해도 그 도를 넘으면 종단을 흔들기 위한 정치 꼼수로 보인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내 자신이 오계 하나도 지키려 하지 않으면서 승가를 향해서만 ‘지계청정’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사부대중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재가자도 불자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제 ‘불자답게 사는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오계수지다.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불자로서 계를 지키는 게 어려워 아예 오계수지 자체를 꺼려하는 데 그래서는 안 된다. 5계 중 1계라도 받으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계 하나를 수지하는 사람을 가리켜 일분(一分行), 2계를 받으면 소분(小分), 3계를 받으면 반분(半分), 4계를 받으면 다분(多分), 5계를 모두 받으면 만분(滿分) 우바새(우바이)라고 한다. 근기에 따라 일단 계 하나 내지 두 개부터 받아 실천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산 생명 해치지 않는 게 ‘불살생’이요, 남에게 손해 끼치지 않는 게 ‘불투도’고, 욕설과 거짓말 하지 않는 게 ‘불망어’며, 성추행과 성폭력을 하지 않는 게 ‘불사음’이다. 그리고 취하도록 술 마시지 않는 게 ‘불음주’다. 불자임을 서로 확인하는 덕목도 있다. 손목에 단주 차는 걸 잊지 말고 합장 인사하며 불자간의 법명을 불러주는 일이다. 식사 전 공양게를 하고 집에 부처님을 모시자는 제안이다. 재적사찰을 두고 불서를 보며 가능한 불교단체서 활동하자는 것이다.

내 스스로 불자임을 자각하고, 도반 역시 법음에 귀를 연 사람임을 찰나의 순간에도 잊지 말자는 것이 30개 실천덕목에 담긴 뜻이다. 나아가 내 스스로 불자임을 당당히 밝히며 그에 따른 자부심을 갖자는 것이다. 자신에게 당당한 재가불자만이 수행정진에 돌입할 수 있고, 전법의 길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향한 첫 걸음이다.

세상의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변해야 세상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자! 빈부갈등 해소와 인류평화도 나로부터 시작된다. ‘날마다 좋은 날’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임을, 정토세상은 우리 스스로 가꾸어 간다는 사실을 새해를 맞는 가슴에 새겨둘 일이다.


[1325호 / 2016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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