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희망·행복의 버팀목이 되는 원년되길
불교가 희망·행복의 버팀목이 되는 원년되길
  • 성화 스님
  • 승인 2015.12.28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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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이 엊그제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한해가 지나고 희망의 병신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암울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지난하기만 했던 한해였다. 국민 모두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으로 수십 명의 환자들이 사망했고, 국내 최고의 병원이 휴원을 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지속된 100여년만의 가뭄으로 수중생명과 농작물 피해가 극심했다. 심지어 충남 지역은 먹는 물을 걱정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외면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그칠 줄 모르는 싸움으로 국민을 지치게 했으며, 해외에서는 IS 무장단체의 무차별적 테러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또 그에 대한 보복으로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이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백만의 난민들이 세계각지를 떠돌며 고난의 삶을 살아야 했고, 세계제일의 부국이자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연일 총기사고가 발생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종단 내부에서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비록 소외된 이웃에 대한 활발한 활동과 사부대중 소통을 위한 100인 대중공사, 광화문 무차 대법회 등으로 불교의 응집된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연초부터 불거진 동국대 문제와 용주사 사태로 국민들과 불자들에게 적지 않은 걱정거릴 던져줬던 것이 사실이다. 또 연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일로 조계사가 진보와 보수의 대립의 장이 됐고, 경찰이 사찰을 침탈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모두를 아프고 힘들게 했던 일의 근원을 보면 그 속에 탐진치 삼독심이 짙게 깔려있음을 볼 수 있다. 메르스 유행은 감염자와 병원의 어리석은 대처로 촉발됐고,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테러는 탐심과 진심의 결과였다. 가뭄 역시 인간의 탐심이 부른 자연재앙이었다.

올해도 사정은 별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도 올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월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민생보다는 자기 당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것이 분명하고, 노동환경은 갈수록 열악해 실업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어두운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불교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올해가 불교계로서는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알다시피 불교는 실천의 종교이다. 중생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 하려는 노력을 실천하는 것만이 불교가 존재하는 목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불교계가 사회약자에게 힘이 되고, 그늘진 곳에 빛을 비출 수 있는 역할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매년 각 종단의 지도자들은 사회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구호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회 곳곳을 돌아보면 자비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적지 않다. 다문화가정, 북한 이탈주민,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우리사회 소외계층들이 겪는 아픔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들에게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행사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 하나 지난해 한상균 위원장 사건을 통해 봤듯 사회 갈등의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불교계에 던져진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간의 갈등을 비롯해 노동, 인권, 환경, 통일, 복지 등과 같은 이념과 사회구조적 모순에 따른 갈등 속에서 불교계의 중재 역할은 갈수록 더 크게 요구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현상을 직시하고,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립과 갈등 속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종교로서 존립하기 위해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될 일일 것이다.

성화 스님 wing7020@hanmail.net


[1325호 / 2016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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