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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착취대상으로 삼은 또 하나의 반인륜적 범죄

  • 사회
  • 입력 2015.12.31 11:55
  • 수정 2016.01.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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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에 의해 2013년 2월 건립된 추모비.

마구찌현 우베시에 위치한 ‘조세이(長生)탄광’은 탄광부의 대부분이 조선인 징용자들이었기에 ‘조선탄광’으로 불리던 호칭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세이탄광에 징용된 조선인들은 3.6m 높이의 울타리로 둘러싼 숙소에 감금돼 감시와 통제 속에 바다 속 채탄장에 투입됐다.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는
일제, 국민사기 이유로 은폐
추모비도 시민 주도로 건립
“참회, 역사 인정·교육부터”

조세이탄광은 해저 10km까지 거미줄 같은 막장이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갱도가 해저면에서 너무 얕아 지나가는 배의 엔진음이 들릴 정도였다. 수시로 누수사고가 발생하는 등 위험성도 높아 사고가 예견됐던 곳이었지만, 탄광회사는 해저채굴 제한구역에서까지 석탄을 캐게 했고,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갱도를 지지하는 갱목 일부를 제거하는 등 안전수칙마저 무시했다. 높은 사고위험과 하루 12시간 2교대의 높은 노동강도, 반라의 상태로 작업을 해야 하는 최악의 노동조건으로 일본인 광부들은 외면하는 곳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1942년 2월3일 해변으로부터 1010m 떨어진 지점에서 수몰사고가 터져 183여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나자 당시 피아(바다 한가운데 환기와 배수를 위해 설치한 둥근 콘크리트 구조물)에서는 3일간 물기둥이 솟구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제와 탄광회사는 갱도 입구를 널빤지로 봉쇄하고 사고사실을 숨겼다. 당시는 태평양전쟁 발발 초기로 국민적 사기저하가 이유였다. 때문에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철저히 은폐돼 70여년 지난 지금까지 유해발굴을 위한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1970년대에 이르러 양심적인 우베시민들이 나서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베여고 역사교사였던 야마구치 다케노부(山口武信, 2014년 작고)씨가 1976년에 ‘조세이탄광 수몰사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조선인 희생자의 존재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후 지역 사학자들의 연구작업이 이어졌고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1991년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 결성됐다. 이들은 특히 1993년부터 추모재를 지내며 수몰사고의 전모를 일본인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진행해 왔다.

1월30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 위령재가 봉행될 ‘조세이탄광 추모비’ 역시 이들에 의해 건립됐다. 시민모임은 당초 갱도 입구에 추모비 건립을 추진했으나 탄광 소유주의 후손이 땅을 팔지 않아 200m 떨어진 주택을 매입해 지금의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이 추모공간은 한국정부나 일본정부의 도움 없이 일본인 회원들의 회비와 기부금 그리고 야마구치 회장이 은행대출을 받아 2013년 2월 제막했다.

“1942년 2월3일 조세이 탄광에서 수몰사고가 일어나 183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산채로 갱도에 갇혀 희생되었습니다. 희생자 가운데 136명은 일본 식민지 정책 때문에 토지·재산 등을 잃어 일본으로 건너왔거나, 노동력 제공을 위해 강제 연행되어 온 조선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극을 낳은 일본의 역사를 반성하고 다시는 다른 민족을 짓밟는 포악한 권력의 출현을 용납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 추모비를 건립하며 새긴 추도문이다.

이들은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는 일본이 저지른 짓”이라며 “우리는 스스로 반성하기 위해 활동해 왔고, 일본의 젊은 세대들에게 일제 침략주의의 사실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것이 한일 양국의 우호와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26호 / 2016년 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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