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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 속 여성 삶 복원시킨 불교의 ‘허스토리’

  • 불서
  • 입력 2016.01.05 12:00
  • 수정 2016.01.11 14:54
  • 댓글 1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 옥복연·이미령 지음 / 조계종출판사

▲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는 늘 남성 중심[his story]으로 서술됐다. ‘이 법은 평등하여 위아래가 없다(是法平等 無有高下)’고 선언했던 불교에서조차 여성은 역사의 조연이자 이면이었다. 여성도 최고의 경지인 아라한에 이를 수 있다는 부처님 말씀이 무색할 정도로 남성 중심 세계관은 불교의 평등정신까지 훼손시켰다. 여성이 남성의 수행을 방해하는 마구니로 취급되는가 하면 여성은 남성으로 몸을 바꾼 뒤에나 성불할 수 있다는 기이한 논리들도 나타났다. 각종 고승전에서 여성은 가뭄에 콩 나듯 찾기 힘들고 그나마 왜곡된 형태들도 적지 않았다.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은 불경 속 여성 수행자들의 삶을 복원시킨 불교식 허스토리(Herstory)다. 집필은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과 이미령 북 칼럼니스트가 맡았다. 옥 소장은 서울대에서 불교여성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불교사에서 잊힌 여성이나 뛰어난 여성 불자들을 발굴하려 노력해온 학자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인 이미령 칼럼니스트도 여러 경전 번역 및 강의를 비롯해 불교서적 읽기 모임을 이끌고 있는 여성불자다.

이들은 초기경전과 주석서들을 직접 검토해본 결과 남성보다 더 치열하고 성숙한 수행의 삶을 살아간 여성들이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같이 세상을 살면서 숱한 번민에 휩싸였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굳은 마음으로 세속의 삶을 접고 출가자의 길을 택했다. 그런 삶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세속에서 여인으로 살면서도 진지한 수행자의 일상을 보내며 온전한 인격체의 완성을 이뤄냈던 것이다.

▲ 초기경전과 주석서들에는 남성보다 더 치열하고 성숙한 수행의 삶을 살아간 여성들이 많았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한국의 비구니스님들.
이 책은 경전과 기타 불교 문헌 속에 들어 있었음에도 침묵을 강요받았던 여성 재가불자들의 기록이다. 부처님의 탄생을 도운 수자타, 여성 리더의 모범을 보여준 위사카, 차별과 장애의 벽을 뛰어넘은 쿠줏타라, 분노를 자비심으로 다스린 웃타라, 사랑으로 죽음을 넘어선 사마와티, 아들을 아라한으로 만든 위대한 숩파와사, 자기희생으로 붓다를 감동시킨 숩피야, 도둑의 무리를 출가시킨 카티야니, 평등한 부부의 상을 실천한 나쿨라마타, 긍정적인 여성관을 확립한 칼리 등 부처님의 칭송을 받았던 여인들이 등장한다.

또 부처님이 선택한 어머니 마야부인, 여성의 역할 모델 웰루칸다키야 난다마타, 주검으로 큰 가르침을 준 시리마, 예순 명의 비구를 아라한으로 만든 마티카의 어머니, 도시 전체를 포교한 출라수밧다, 내조의 여왕 말리카 왕비, 젊은 여성의 놀라운 수행력을 보여준 수마나, 부처님과 법담을 나눈 길쌈하는 소녀 등 스스로 완성의 길을 걸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들 18명의 뛰어난 면모는 여성을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로 여기던 기존의 편견과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동시에 저자들이 말하듯 여성불자의 신심이 존중받고 여성 스스로도 자기완성과 불국토 실현이라는 웅대한 서원을 세우는 종교인으로 거듭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만5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26호 / 2016년 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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