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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래불교는 인간 중심으로

기자명 김정빈

현대는 인간, 개인, 나 중심의 시대

우리는 시공간에 살고 있다. 따라서 불교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간과 공간이 무엇이며 어떠한지를 생각해야만 하는데, 그중 시간부터, 시간의 본질 문제는 제하고 역사(세계사)부터 생각해보자.

인간 중심서 출발한 불교
현대적·미래지향적 종교
미래불교는 불자 가슴에
자부심 제공할 수 있어야

논의가 더 전개되기 전에 말씀드릴 것은 세계사는 유럽사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고, 이에 대해 비서양인들의 일부 반대 의견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역사가 고대·중세·근대·현대 등 시대별로 분별되는 모습으로 전개되어 온 것이 사실이고, 그 분별은 유럽사가 다른 지역사보다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유럽사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이해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유럽사는 5세기부터 약 1000년간을 중세로 분별하고 있으며, 이 시기에 인간은 신 중심의 사고에 억압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중세 마지막에 억압되어 있던 인간의 주체성이 폭발하였고, 그 결과 인간이 중심이었던 고대 그리스 문화를 재생하는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나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그리고 그 르네상스 운동의 결과로 근대가 탄생하였던 것이다.

이는 현대(근대)와 중세를 구별하는 기준이 ‘신인가, 인간인가?’임을, 현대인은 사찰·성당·교회 등이 인간의 기반 위에 서 있다고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대는 신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가 비록 신이 인간을 초월한 존재임을 주장한다고 해도, 그 신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신으로 보는 시대이다.

이로써 이른바 신학이라 불리는 학문은 ‘신에 관한, 그러나 인간의 학문’이 된다. 따옴표 안에 들어 있는 문장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신에 관한’이 아니라 ‘인간의’이다. 정리하면, 현대 사회는 인간이 주체인 시대, 개인이 주체인 시대, 내가 주체인 시대이다.

신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와는 달리, 불교는 시대적으로는 고대에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중심인 종교로 출발하였다. 이 점에서 불교는 본질 자체가 근현대적인 종교, 역사의 분별을 넘어선 종교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고대의 불교인들은 이 점을 자각, 논의하지 않았고, 현대의 한국 불교인들 또한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고 보면 근래에 불교가 서양에 잘 뿌리내리고 있는 현상의 배경에는 현대사회가 인간 중심 사회라는 사실이 깔려 있다. 중세 시절 서양인들은 감히 종교를 선택할 수 없었다. “어떻게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이 자신을 창조한 신에 의해 선포된 종교를 선택하느니 마느니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번안하면 “내가 존재해야만 생각할 수 있다. 즉, 나의 존재가 생각에 우선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나의 생각(마음)에 의해 인식되고, 규정된다. 따라서 사실로 보면 세계가 먼저 존재하고 내가 뒤에 존재했지만, 실존적으로 보면 내가 먼저 존재하고, 존재하는 나에게 세계가 알려져 온다”는 패러다임을 기초 삼고 있는 현대의 서양인들은 신 또한 있는지 없는지 믿을지 말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그리고 불교는 그런 현대적 입장에서 시작되었다. 불교를 창시한 부처님은 처음부터 “나는 인간이다”라고 “자신을 구제할 사람은 자신이다”라고, 자신에게 의지하고, 법에 의지하라”고 가르쳤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부처님은 인간인 동시에 인간을 초월한 진리를 깨달아 밝힌 분이었다. 그리하여 신 중심의 종교가 높은 곳에서 시작되어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체계인 데 비해 불교는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체계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의 불교를 설계함에 있어서 현대 사회가 인간 중심, 개인 중심, 나 중심이라는 점을 기초삼아야 한다. 불교는 이미 그 위에 서 있지만 우리 불교인들은 그 점을 역사 발전의 단계에 대입하여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불교의 우수성과 경쟁력을 자각하여 종교인으로서의 힘과 자부심을 얻을 필요가 있으며, 이 힘과 자부심을 미래 불교에 반영해야만 하는 것이다.

김정빈 밝은불교신행원장 jeongbin22@hanmail.net
 

 [1326호 / 2016년 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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