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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법,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의 집 짓는 설계도 뼈대 구상이 첫걸음

설법은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바탕으로 한 무한세계에 대한 언어화의 과정이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언어이고,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은 언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한다.

부처님 가르침 언어화가 설법
장소·청중규모와 성격 고려
말·글·미디어 등 도구 활용
상대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어원은 ‘교통하다’‘공유하다’이다. 설법은 부처님의 말씀을 불자와 교통하고 공유하는 포교방식으로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생명력이다. 그 도구는 말과 글, 몸짓과 표정, 신호와 표시이다. 인간이 동물에 비해 월등한 점은 손으로 도구를 사용하고 의사 표현을 하며 눈과 귀로 자연을 관찰하고 전달하는 감성지각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일찍이 부처님의 설법은 태초의 인간커뮤니케이션 원리에 따라 이뤄졌는데 여태 대중화와 체계적 이론화가 이뤄지지 못했을 따름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언어라는 약속된 기호를 서로가 해독하고(decoding)  부호화(encoding)하는 과정이다. 이런 방식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간기능의 확장과 연장을 가져왔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게 감성 커뮤니케이션과 이성 커뮤니케이션을 아우르면서 물 흐르듯 마음과 마음 사이로 메시지를 띄워 보낸다.

커뮤니케이션은 시대변화와 궤를 같이하며 진화 중이다. 부처님의 설법에는 숱한 비유와 예화가 등장한다. 선시(禪詩), 고승의 말씀은 기호로 함축하여 짧지만 그 속살은 강건하고 유연하며, 깊고 무한한 공간을 넘나들며 수용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리는 이런 기호들을 되새김질하면서 어제와 오늘, 내일의 삶들을 반추하고 깨닫는다.

그럼 기호란 무엇인가? 해독이란 무엇이며 부호화란 무엇인가? 예를 들면, 길을 가다가 빨간 신호등을 보면 ‘멈춤’이라는 기호로 해독하고, 푸른 신호등이 켜지면 스스로 판단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 사내가 연인에게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전달할 경우 굳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속에는 이미 사랑이라는 의미로 환하게 피어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 시인의 작품에서 ‘꽃’은 상징적 기호이고, 그 기호는 ‘존재’라는 의미로 해독된다. 이런 감성 커뮤니케이션은 비유의 또 다른 미학이다. 이처럼 말과 글은 우리면 우릴수록 감동과 여운을 자아내는 매력의 도구이다.

설법 역시 이런 도구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내 마음의 메시지를 네 마음속까지 장벽 없이 전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어려운 경전이나 자연의 이치는 그 간극을 메우는 포교자의 체험을 반반씩 버무려 깨달음의 지혜로 되살려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때로는 어릴 적 우리네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무릎에 뉘어놓고 자장가처럼 들려주듯 쉽고 감성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전의 함축된 문장을 부처님의 선명한 말씀으로 부각하거나 강조하는 인용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메시지 전달 능력은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있어서 종교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커뮤니케이션 구사 수준과 리더십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먼저 이야기의 설계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메시지 전달방식은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Sender)-메시지(Message)-경로(Channel)-효과(Effect)라는 4단계 시스템을 거친다.

나의 메시지를 말로 전달할 것인가, 글로 전달할 것인가? 미디어를 활용할 것인가? 장소는 실내인가, 실외인가? 청중규모와 참여자 성격은 어떤가? 설법의 환경에 따라 메시지 전달방식과 효과는 달라진다. 설법, 어떻게 말할 것인가? 결국, 내 생각의 집을 짓는 설계도 뼈대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가 그 첫걸음인 셈이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26호 / 2016년 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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