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아름다움 이면에 짙은 그림자
화장품, 아름다움 이면에 짙은 그림자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6.01.11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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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법안이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화장품 개발 시 무분별한 동물실험이 자행되는 일을 막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국회는 2015년 12월31일 본회에서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동물실험을 실시한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이나 동물실험을 거친 수입화장품 유통과 판매를 금지했다.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는 제재조치도 담겼다. 제조판매관리자에게 화장품 안전성 및 품질관리에 관한 정기적 교육을 의무화했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1년 후 시행하도록 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환영하는 모양새다. 동물실험분야를 동물보호영역으로 이끌어냈고, 동물실험을 규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화장품법 개정안에 주목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인간을 대신한 임상실험으로 고통 받고 죽어가는 동물 역시 또 다른 생명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공개된 자료는 없지만 2007년 국립독성연구원 추정치에 따르면 1987년 12만 마리였던 국내 실험동물이 2007년에는 500만 마리로 비중이 늘고 있다. 그 해 동안 서울 인구 절반에 달하는 500만여 생명이 인간이 아닌 이유로 잔혹한 실험대에 오른 셈이다.

동물들 대부분은 끔찍한 고통에 시달린다. 눈물 양이 적고 깜박거림이 없는 토끼의 눈은 안구 자극실험에 주로 사용돼 마취도 되지 않은 채 충혈, 눈꺼풀 부어오름, 궤양 등을 앓는다. 피부에 나타나는 독성을 알기 위해 토끼 털을 밀고 그곳에 테스트 물질을 바른다. 염증이나 갈라짐 등으로 동물은 인간보다 먼저 고통을 겪는다. 급성 중독 반응실험을 위해 굶겨지고 강제로 투입된 물질로 인해 체중감소, 내부 장기손상, 경련, 안구나 항문 출혈 증상을 보인다.

이들은 인간을 위해 스스로 희생한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향한 우리네 탐심이 생명을 단두대에 올려놓고 있다. 화장품 기업은 화려한 포장으로 동물들 고통을 가린 채 아름다움을 판다. 소비자는 별다른 의심 없이 사용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로 집착까지 생긴다. 지리산 맥전골 홍서원서 수행한 천진 스님은 과거 자신의 블로그 ‘보리심의 새싹’에서 “화장품을 쓰면 쓸수록 우리 의식은 나와 몸을 동일시하게 된다”며 “몸과 감촉, 부드러운 느낌에 대한 미묘한 애착이 매일 두터워진다”고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최호승 기자
재가불자로서 받는 오계 가운데 산 생명을 해치지 않고 그들의 고통을 즐기거나 방치하지 않는 실천덕목이 불살생계다. 화장품 개정안에 주목하는 진짜 이유가 여기 있다. 이탈리아 동물보호단체 ENPA가 만든 동물실험반대 캠페인 포스터 속에서 향수병 대신 개의 목을 비틀어 향수 뿌리는 아름다운 한 여성이 우리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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