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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 생명 해치지 않기

동물원 안 가는 것도 불살생 실천

 
서울 조계사 불교대학 졸업생 김선희(51, 대원경)씨는 생명에 해를 가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계란과 생선,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완전 채식은 물론 화장품, 비누, 샴푸 모두 식물성을 사서 쓴다. 재가불자로서 불살생계를 지키고 싶어서다. 그러나 보이지 않게 스님들에게 고기를 챙겨주거나 연말연시 불교계 회식문화에서 으레 고기가 안주로 오르는 점이 안타깝다. 피치 못한 육식 탓에 간절하게 천도하는 마음을 내기보다 순전히 입맛 때문에 먹으면서 ‘천도를 해준다’는 자기합리화가 더 씁쓸하다.

오계 중 첫 번째 계 불살생
계 수지해도 실천 유야무야
“자비종자 끊는 살생 악업
윤회 벗어날 수 없는 족쇄”
구슬 삼킨 거위 일화 새겨야

인천 부평에서 한약국을 운영하면서도 ‘금강경’에 감화돼 동물성 약재를 쓰지 않는 이현주(48)씨는 ‘고기 없는 월요일’ 대표다. 1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육류 섭취를 피하자는 캠페인을 펼치면서 녹용, 웅담, 사향, 우황(소의 쓸개) 등 20여개가 넘는 동물성 약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돈이 되는 약재지만 다른 생명을 죽여 만든 기운으로 생명을 살린다는 잘못된 보신문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가불자들이 오계를 수지하지만 사실상 실천은 유야무야되기 십상이다. 중앙신도회와 대한불교청년회가 지난해 7월 조계사에서 불자로서 계율을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고 발원한 계율산림법회가 주목 받은 이유다. 입재식 첫 설법 주제는 불살생이었으며, 송광사 율주 지현 스님이 법문했다. 지현 스님은 “세상에서 생명보다 더 존귀한 것은 없으며 생명을 죽이는 일은 미래의 나, 미래 부처님 생명을 끊는 것과 같다”며 “살생으로 자비종자를 끊지 말고 잇기 위한 방생, 생명살림을 실천하는 불자가 되길 바란다”고 설했다.

실제 불살생계는 오계 가운데 으뜸으로 여겨진다. 재가불자를 위한 계를 설한 ‘우바새계경’도 팔재계품과 오계품에서 ‘산 목숨 죽이지 말 것’을 첫 번째 항목으로 두고 있다. 십선(十善) 중 하나인 불살생은 산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으로 살생(殺生)을 하지 않는 행위다. 살인보다 더 광범위한 개념으로 산 생명의 목숨을 직접 끊거나 부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산 생명에게 고통을 주거나 이를 즐기는 행위도 포함된다.

2500여전 전 부처님 가르침이 고스란히 담긴 경전에서는 살생에 대한 죄업을 상기시키고 철저히 금기시 해왔다. ‘현우경’ 게송은 “장난삼아 다른 이의 생명을 죽이면 슬프게 울부짖으며 지옥에 들어간다. (…중략…) 억만 년의 고통이 헤아릴 수 없으니, 마음이 쓰리고 아파 차마 기록하지 못한다”고 전할 정도로 불살생의 악업을 경계한다. ‘법구경’은 “모든 것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이 이치를 자기 몸에 견주어 생명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고 했으며 ‘숫다니파타’도 “그들을 내 몸과 비교해 보아라, 산 생명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 남을 시켜 죽이게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불살생의 중요성을 강조한 거위 일화는 ‘대장엄론경’ 제11권에 나온다. 목걸이 만드는 장인 집에 탁발하러 갔다가 오해 받은 비구스님 이야기다. 장인이 구슬을 줄에 꿰다 비구스님에게 음식을 공양하러 부엌으로 들어간 사이 거위 한 마리가 그 구슬을 삼켰다. 돌아온 장인은 임금의 마니주로 쓸 구슬이 보이지 않자 스님을 다그쳤다. 사실대로 말하면 당장 거위 배를 가를 게 뻔했고, 말 한 마디로 한 생명체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상황이었다. 스님은 매질을 당했고 온몸에서 피가 흘러도 말하지 않았다. 결국 장인은 거위의 배를 갈라 구슬을 찾았고, 스님이 거위의 생명을 지키고자 목숨을 아끼지 않은 사실을 알고 통곡했다.

그러나 오계를 수지한 재가불자들이 불살생계를 어떻게 생활에 적용해야 할지 난감한 현실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개인 컵 사용하기, 화장지 대신 손수건 쓰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재생지 활용, 1주일에 하루 육식 않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모피 입지 않기, 동물실험 화장품 사용 않기, 동물원 출입 자제하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불살생은 무궁무진하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도 생활과 괴리된 불살생계는 이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식주 전 부분에서 일어나는 간접살생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모피 생산으로 밍크와 여우가 죽고 ‘힘찬 남성’을 위해 곰은 장기에 쇠파이프를 박고 사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조 교수는 “모든 생명의 고통을 자신이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보살’이며 이러한 보살정신이 불살생 실천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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