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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미학적 패러다임의 중심에 서다

  • 불서
  • 입력 2016.01.11 17:15
  • 수정 2016.01.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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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선에게 길을 묻다’ / 윤양호 지음 / 운주사

▲ ‘현대미술, 선에게 길을 묻다’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선(禪). 깊은 사색을 통해 내면의 진리를 체득해 가는 선은 현대 들어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인문학적 범위를 넘어 정신치료, 스포츠, 산업분야에 이르기까지 선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기독교 사상을 주된 작품 활동의 모티브로 활용했던 서양미술계도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선을 접목한 창작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심지어 10여년 전부터는 ‘선조형예술’이라는 새로운 사조가 등장하는 등 이제 선은 미학적 패러다임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서양 현대미술과 선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서양의 철학가와 사상가, 예술가들은 기존의 정형화되고 개념화된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거듭했다. 인류의 참담한 비극 앞에서 기존의 어떤 사조나 논리도 권위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서양의 사상적 변화에 부응한 것은 불교, 특히 선이었다. 자신의 관점이나 이해에 따라 대상을 재단하지 않고, 사물의 본질에 즉각적으로 치고 들어가며, 어떤 것도 고정불변한 것은 없다는 선적 가르침은 인간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갈구하던 서양인들에게 감로수와 다름없었다.

이는 저자의 체험담이기도 했다. 미술대학 3학년 시절 그는 자신의 진로를 두고 깊은 시름에 잠겼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강박관념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잊겠다’는 마음으로 정수사를 찾았다. 도피처로 여겼던 절에서의 삶은 새로운 돌파구였다. 좌선을 하고, 선어록을 읽으며 깊은 사유의 시간을 가졌던 그는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었던 고정된 사고의 틀을 조금씩 허물어뜨렸다. 특히 ‘금강경’의 ‘무유정법(無有定法)’ 가르침은 자신의 작품 활동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했다. 저자는 곧 독일유학을 감행했다. 그곳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현대 예술가들이 추구하고 있는 예술적 지향점이 바로 동양적인 정신성, 그중에서도 선의 정신에 있음을 확인했다. 저자는 수많은 독일 예술가들과 선에 대해 토론하고, 선체험을 하면서 현대미술의 흐름과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적 정체성을 비로소 확립할 수 있었다. 국내로 돌아온 저자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에 선조형예술학과를 설립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현대미술, 선에게 길을 묻다’는 저자가 추구하는 예술세계, 유학길에서 확인한 서양 현대미술의 흐름과 특성, 현대미술과 선이 만나는 접점,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등을 세계 유명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알기 쉽게 풀어낸 글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을 듯 보인다. 값 1만5000원.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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