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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시대 향해 던지는 거침없는 직언

  • 불서
  • 입력 2016.01.11 17:17
  • 수정 2016.01.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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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 / 이도흠 지음 / 자음과모음

▲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억압과 권위에 온몸으로 맞서는 저항가다. 4대강사업 반대운동, 희망버스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운동, 세월호 참사 등 눈물과 설움의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동시에 그는 소쉬르에서 바르트, 원효에서 데리다, 플레하노프에서 바흐찐을 넘나들며 고금과 동서를 ‘화쟁’시키는 사상가이기도 하다.

“머리나 가슴이 아니라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다”이라고 말하는 저자. 이 책은 그가 자본주의에 물든 ‘지금, 여기’에 대한 통렬한 시대진단이자 인간다운 삶, 진정한 공동체적 사회를 모색하려는 치열한 사유의 결정체다.

일체를 마음의 조작으로 보고 갈등을 화해시키려 했던 신라의 원효. 유물론과 계급투쟁을 주장했던 서양의 마르크스. 상극처럼 여겨지는 이들 두 사람은 저자의 사상을 떠받치는 양대 축이다. 원효는 서양의 실체론과 이분법, 동일성의 문제를 새로운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사유방식이며, 마르크스는 관념론에 치우친 불교의 문제를 과학적인 분석과 방법론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민족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의 종합은 현실과 이론의 종합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서구 추종주의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반성으로 서양 학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동양이 대안이라는 주장들도 있지만 당위에 그치고 있음도 지적한다. 서양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보편성을 상실한 우물 안 개구리의 합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디디고 있는 이 땅의 모순에 대한 인식과 비판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오늘날의 복잡해진 21세기의 사회 현실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성현들의 현학적이고 신비적인 은유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운동, 세월호 참사 등 설움의 현장에는 늘 이도흠 교수가 있었다.

이 책에는 이러한 저자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인류에게 닥친 전 지구적 위기를 더는 부정하거나 망각하면 희망이 없을 것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인류 및 한국사회의 핵심 위기를 10가지로 분류해 이에 대한 치밀한 논의를 전개한다. 전 지구 차원의 환경 위기, 타자에 대한 배제 및 폭력과 학살, 인간성의 상실과 소외의 심화, 제국의 수탈 및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모순, 과학기술의 도구화와 상품화, 근대성의 위기, 분단모순의 심화와 동아시아의 전쟁 위기, 욕망의 과잉, 정보화 사회의 모순, 가상성과 재현의 위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방대한 진단과 분석 작업을 통해 저자는 결론에 이른다.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돈을 절대시 여기는 자본주의 체제에 있고,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을 찾지 않고는 인간다운 삶과 공동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어 자본주의는 오래지 않아 집단 지성과 공유경제, 지역 공동체와 협동조합 등 새로운 흐름과 대중 운동에 의해 쇠퇴하고 새로운 세계가 들어설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는다. 그 세계는 거듭남과 깨달음, 진정한 자기실현을 이루는 적극적 자유, 타자와 연결해 그를 행복하게 하는 적극적 자유를 종합한 눈부처 주체에 의한 화쟁의 세계다.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가 “인간이 한낱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고 환경재앙과 경제공황의 유령이 출몰하는 이 위기의 시대에 저자는 이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를 통해 한 줄기 푸른 희망의 바람을 풀어놓는다”고 격찬한 것도 그가 투쟁을 넘어서 모두가 주체가 되는 눈부처의 세계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방대한 독서와 깊은 사색, 국내외 연구소와 언론에 실린 구체적인 통계와 수치, 도서관을 벗어나 현장에서 깨우친 생생한 체험이 녹아있는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역작이다. 3만4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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