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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과 악인은 없다 배우는 자가 있을 뿐

기자명 법상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1.11 18:05
  • 수정 2016.01.11 18:06
  • 댓글 0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나의 삶이 무언가 부족한 것 같고, 불완전한 것 같고, 잘못 가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길을 잘 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웃들에게 이타적 봉사를 실천하는 것도 아니고, 수행에 매진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실수 통해 배우는
고해의 삶을 사는 구도자
악인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내 공부 돕는 메신저 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저마다 완전한 삶의 길을 걷고 있다. 당신의 삶은 언제나 완전하다. 왜 그럴까? 바로 그러한 수많은 잘못과 실수, 온갖 문제들을 통해 삶의 배워나가고 깨달아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실수를 통해 배우고, 좌절을 통해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며, 고해(苦海)라는 삶을 통해 깨달아 나가는 구도자다.

만약 우리 옆에 최악의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나, 주위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은 지금 낮은 단계의 학습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미워하는 모든 이들을, 심지어 원수일지라도, 악인일지라도 용서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그들은 진짜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쁘게 보이는 삶의 시나리오를 통해 배우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은 없다. 한바탕, 한마음이라는 근원의 나뉘지 않는 바탕에서는 그 모든 것이 둘이 아닌 하나일 뿐이다. 선도 악도 없고, 악인도 선인도 없으며, 그 모든 양 극단이 용광로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 어떤 악인이나 죄인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마음 안에는 밝은 지혜와 무한한 자비의 근원이 빛나고 있다. 그 사람을 올바로 보려면, 그 사람의 겉에 드러난 죄업이라는 행위만을 바라보면 안 된다. 그 겉모습 뒤에 감추어져 있는 밝은 빛까지 파고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그 사람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나 그 누구의 사랑도 받아보지 못한 채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만약 누군가가 그의 내면의 가능성과 빛에 주목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으로 감싸 안아 주게 된다면,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겠지만, 그 참된 사랑을 받아보게 됨으로써 그는 변화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삶 전체를 변화하게 할 만큼 감동적인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 때부터 그는 놀랍게 성장하고, 내면에 숨겨졌던 자비와 사랑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미워하고 잘못하는 누군가에게 다가가 이와 같은 자비와 사랑으로 대해주며 그의 근원적인 완전성과 가능성을 바라봐 주는 사람은 그 사람의 변화 못지않은 더욱 놀라운 변화가 본인에게도 일어날 것이다. 너와 나는 둘이 아닌 하나로서 너를 통해 나도 깨닫는 연기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거나, 화가 나는 어떤 사람이 있는가? 그것은 좋은 소식이다. 이제 당신은 다른 사람처럼 그 사람의 겉모습에 속지 않고, 그 사람의 깊은 내면의 가능성에 집중하여 그 빛을 끄집어 내주는 메신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화를 내거나, 회피하거나, 공격하는 대신에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가 그런 방식으로 삶을 배워나가고 있음을 이해해주어 보라. 그를 도울 때 비로소 내가 나 자신을 진정으로 돕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잊지 말라. 우리 모두는 이번 생에서 삶이라는 고통의 시나리오 즉 고해바다라는 삶의 커리큘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지혜를 깨달아가고 있는 학생이며, 구도자다. 선인과 악인은 다만 그 배움의 일부일 뿐, 절대적인 선인과 악인은 없다. 선인과 악인 모두를 받아들임으로써 그들과 함께 이 공부를 완성해 나가라.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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