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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법, 어떻게 말길을 열까

설법 스토리 구성에 고전과 고승 말씀 담아야

스토리 설계도 그리기는 체험과 독서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속적인 반복훈련을 통해 1년 후 설계도, 한 달 후 설계도 등으로 환경변화에 따라 나만의 스토리 창고에서 씨알을 골라 문장의 밭을 일구고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구성해 나갈 수 있다.

가장 기본은 시의성 갖추는 것
죽은 이야기는 관심 끌지 못해
근접·수용·저명성도 주 요소

집짓기를 할 때 흙담집을 지을 지 통나무집을 지을 지를 판단해야 하는 데, 왜 그런 집을 짓는 지에 대한 분명한 주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이에 맞는 소재 발굴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다. 석존의 설법은 법을 설하는 불, 법 그 자체, 법을 듣는 승의 삼보로 이뤄지며, 스토리 얼개는 이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스토리 구성의 완성도와 설법의 자신감, 유연함은 비례한다. 설법의 본질은 깨달음의 지혜와 자비의 확산인데, 성공의 열쇠는 설득과 감동이다. 청중은 ‘가장 최근의 새로운 정보’를 원한다. 요즘 대중은 다양한 독서량과 저마다 전문영역에서 자리매김한 사회적 지위와 정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대중문화론에서는 대중을 개성이 강한 ‘개중’으로 부르기도 한다. 개중은 ‘또 하나의 말씀’이 아니라 ‘또 다른 말씀’을 듣고 싶어 한다. 그렇게 삶도 사랑도 영혼도 나날이 새롭고 향기롭기를 소망한다.

‘새로운 정보’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고전과 고승의 말씀은 시대정신으로 되살려 쉽게 풀어서 전달해야 한다. 그런 스토리 조건 중 하나가 시의성이다. 청중들의 현재 살아가는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어야 한다. 배고픈 자에게 희망은 빵이다. 빵의 문제를 애써 비켜가며 착하게 살라고만 강조할 수는 없다. 연말연시 해맞이 보려 암자를 찾은 여행자에게 여름 숲 산사의 이야기는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우바새계경’에서 부처님은 포교에 있어 인간의 심리를 통찰하고 사람들의 능력에 따른 설법을 하라고 강조했다. 이런 설법을 ‘대기설법(對機說法)’으로 부르는데 의사는 환자의 병세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한다해서 ‘응병여약(應病與藥)’이라고 불렀다. 문제는 의사가 수술 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영국 종교개혁의 선구자 존 위클리프는 “혀는 뼈가 없지만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고 토로했다. 어떤 어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말의 화살은 상대의 가슴에 희망의 불빛이 되기도 하고 절망과 아픔의 무기로 돌변해 꽂힌다.

두 번째는 근접성과 수용성이다. 청중들 삶의 영역과 연륜에 맞는 설법이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를 미디어라고 부르는데, 신문사들은 지역마다 지면을 달리 제작해 배포하고 방송사는 지역뉴스 시간을 별도로 편성해 시청자 관심사를 방송한다. 이는 지역밀착형 스토리텔링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날로 중요해지면서 최종 정보의 ‘수용자’를 적극적인 개념의 ‘이용자’로 높여 부르는 실정이다.

세 번째는 저명성이다. 똑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누가 설법을 하느냐에 따라 그 신뢰감과 영향력이 달라진다. 네 번째는 휴머니즘(희망)이다. 버만(Richard Saul Wurman)은 “희망을 주는 정보야말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만큼 항해사로서 희망으로 이끄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의 스토리야말로 풍진세상을 살아가는 민초들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공하고, 영혼의 카타르시스와 훈훈한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살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런 설계도의 얼개를 짰다면 구체적인 알맹이를 채워야 한다. 우선 아주 자유스럽게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해가면서 설법원고를 다듬는 일이다. 직접 기술해보아야만 이야기 방식과 시간배분 등을 가늠하는 노하우가 쌓인다. 글쓰기의 3요소는 체험, 독서, 문장력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우선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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