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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천씨 "츰부다라니수행-상"

기자명 법보신문

아버지 손잡고 절 참배
직장 상사 제사 때 만난
대광명사가 수행 인연

▲ 대견·57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나의 어린 시절 불교를 떠올려본다. 자주 절에 가진 않더라도 부처님오신날이면 항상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절에 올라 바람에 한들거리는 오색 연등을 한참 바라보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나를 불교로 이끌어 주신 분은 아버지였다. 그렇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절에 올랐기에 절에 가는 것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알게 모르게 몸과 마음에 밴 불연은 세월 흐르니 시절인연을 만나 꽃 피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지 않고도 혼자서 사찰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군복무를 마치고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게 됐다. 부모는 논에 물들어 가는 소리와 자식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소리가 행복하다는 옛말을 실감하며 밥벌이를 했다. 당시 스트레스는 나만의 방법으로 해소했다. 산을 찾는 것이었다.

등산길에 만나는 사찰을 찾아 법당에서 부처님께 삼배 올리면 해묵은 고민덩어리가 불시에 해소되는 청량감을 맛봤다. 그러면서 불교는 가슴속에 흔들림 없이 자리 잡았고 나도 모르게 불심이 자랐던 것 같다. 그런데 당시를 돌이켜보면 불교공부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부처님 말씀에 대한 이해는 턱없이 부족했다. 소위 기복신앙의 마음으로 기도를 시작했던 것이다. 관세음보살을 간절하게 부르는 관음정근을 하며 마음 속 바라는 바를 서원하는 것이 기도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오랜 세월을 흘려보냈다.

부산 대광명사와 인연은 아주 우연히 시작됐다. 직장 상사 한 분이 갑자기 별세해 회사 광장에서 노제(路祭)를 지내는데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과 보살님들이 나타났다. ‘해운대 대광명사’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간절히 기도 해주셨다.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어! 내가 해운대에 사는데 대광명사라는 절이 있었나?’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노재에서 그 광경을 본 뒤 대광명사를 직접 찾아가게 됐다. 바쁜 일상으로 인해 산사를 찾아가는 시간을 거의 가질 수 없었던 터라 무엇보다 사는 곳 가까이에 절이 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절을 찾을 땐 수능기간이었다. 극락보전에서 수능 100일 기도가 진행 중이었다. 참배를 마치고 가려는 찰나 관음향 보살님을 만났다. 그는 온 김에 기도를 더 하고 가라고 권유했다. 마침 큰 딸아이가 고3이어서 기꺼이 기도에 동참하겠다고 나섰고 그렇게 츰부다라니 기도수행을 처음 접했다.

“구족수화 길상광명 대기명주 총지장구….” 츰부다라니는 지장신앙 3대 경전인 ‘지장보살 본원경’ ‘점찰선악 업보경’ ‘지장보살 십륜경’ 가운데 ‘지장보살 십륜경’ 서품에 나오는 다라니였다. 대광명사 불자들은 평소에도 츰부다라니 기도를 수행방편으로 삼고 있었다. 이 수행은 지옥중생까지 남김없이 구제하고자 원력을 세웠던 지장보살의 큰 발원을 배워 남을 위해 회향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다. 물론 ‘지장보살 십륜경’이 증명하고 있다.

“이 진언은 기억력을 키워주며, 불법을 지키려는 뜻을 잊지 않게 해줍니다.(…중략…)깨달음으로 이끄는 진리의 광명을 키워주며, 대승의 바른 길에 나아가게 해주며, 진리의 밝음을 키워 줍니다. 중생들을 성숙시키는 일을 도와주며, 대자대비를 키워줍니다.”

츰부다라니 기도문은 혀가 돌아가지 않을뿐더러 따라 읽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도 츰부다라니 생각이 났다. 겨우 따라 읽는 수준이었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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